수고했어
Illustrated by @carrotcake
"나를 너무 괴롭혀요."
"누가?"
"친구가 하나 있는데..."
"널 괴롭히는데 친구라고?"
"아, 아닐지도 몰라요..."
그녀는 친구로 정의하는 것에 대해 조금 망설였다.
"그래서?"
"나한테 매일 집착하고, 힘들게 해요. 어떤 날에는 고의로 다른 사람을 이용하더라니까요."
"여잔데 집착하는 건, 다른 가능성도 생각해봐야겠지만 일단 친구는 소유욕이 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그럴까요...근데 왜 저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봤을 땐, 널 질투해서 그런 거일 수도 있어. 대부분 이성과의 관계가 문제가 되기도 하잖아?"
"그럼 제 어떤 점이요..?"
"공부 관련해서 그런 거일 수도 있고 내 말처럼 남자 관련일수도 있지."
"생각해보니까 제가 어떤 선배와 같이 있으면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보였던 거 같기도 해요."
그녀는, 나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찝찝해하더니 맥주 한 모금 들이킨다.
"넌 걔한테 어떻게 하고 있어?"
"그냥 이제 같이 있을 때는 별 얘기 안 해요. 따로 연락은 계속 오는데 너무 집착이 심한 것 같아요."
괜히 다른 걸 더 물어보면 상처가 될 수도 있을까 싶어 주변만 돌기로 했다.
"그래그래. 평소에 걔가 원하는 건 네 관심이었을지도 몰라. 근데 관심받으려고 계속 발버둥 치다 보면 관심받지 못할 때는 호감이 분노로 바뀔 수도 있잖아? 네가 하는 행동이 오히려 잘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어."
"그래요..?"
약간 의아해 하는 눈치다.
"응. 물론 자세한 건 걔 얘기도 들어봐야 알겠지만 만날 순 없으니까."
"난 그 말을 듣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요."
"뭐?"
"잘하고 있다고. 잘해왔다고. 오빠랑 있으면 뭔가 내가 나다워지는 느낌이에요. 고마워요."
"나야말로."
그녀와 나는 편의점에서 산 4캔 만 원짜리 맥주들을 다 해치운 다음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날의 밤은 그녀가 아니라, 오히려 내가 위로받았던 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