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보다연애] 사랑하지 않아도 섹스할 수 있을까?

‘사랑하지 않아도 섹스할 수 있을까?’

사랑과 섹스에 관련된 가장 흔한 질문이다. 어떤 이는 ‘가능하다, 아니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남자는 가능하고, 여자는 아니다’라고 조건부로 답하기도 한다. 단정적인 논의보다, 조건부 논의가 좀 더 설득력이 있으니 후자의 논의로 이야기해보자. 먼저 남자 이야기부터.

남자는 사랑하지 않아도 섹스할 수 있을까? 내 답은 ‘그렇다’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노동의 상품화는 근대 이후의 일이지만, 여성의 성 상품화는 유사 이래 지속되어 왔다’는 이 불편한 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두 번 물을 것도 없이 남자는 사랑하지 않아도 섹스할 수 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해, 사랑의 정서와 섹스의 정서에 대해 나름의 기준으로 둘을 구분할 수 있는 남자는 그리 많지 않다. 성욕과 사랑을 헷갈려 하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여자는 어떨까? 사랑하지 않아도 섹스할 수 있을까? 한때 내 답은 ‘아니다’였다. 정서적 공감 능력이 남자보다 뛰어난 여자는 사랑 없이는 육체적 관계에서 기쁨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마흔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달리 생각한다. 여자도 사랑 없이 섹스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는 대상과의 섹스를 통해서도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성욕은 정서적인 욕구가 아니라 육체적인 욕구이기 때문이다. 육체적인 만족만으로 오르가즘에 올라본 적이 있는 여성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남자도 처음 보는 매력적인 여자와 격정적인 섹스를 할 수 있고, 여자도 마찬가지다. 물론 남자와 여자가 다르듯이, 남자의 섹스와 여자의 섹스는 역시 다르다. 성적인 욕망을 느끼는 지점도, 그걸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하지만 남자든 여자든 섹스에 대한 욕망은 동일하게 존재한다는 것, 이걸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인정하게 되면, 남자는 여자의 섹스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고, 여자 역시 남자의 섹스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