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서 혹은 철학자] 14.진짜 어른이 된다는 건, 스스로 아이가 된다는 것

in #kr8 years ago

girl-63643_1280.jpg

서른이라고 마흔이라고 아니 일흔이라고 어른인 것은 아니다. 그저 세월을 흘려보내 나이를 먹는다고 의연하고 강건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발적으로 아이가 되는 경험이 충분히 쌓일 때 진짜 어른이 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그때 우리는 아이가 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우리는 주눅 들고 불안하고 겁이 난다. 어렸을 때 키 큰 어른들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보아야 했을 때 느꼈던 그 느낌 말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물리적 어른이 되어 애가 된다는 느낌은 불편하다. 어디 가서 대접 받아야 할 나이인 것 같은데, 낯선 환경에서 애처럼 주눅 들고 불안하고 겁이 나서 두리번거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어찌 불편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마흔을 앞두고 복싱을 시작했기에, 그 과정에서 정말 유치한 아이가 되어 보았기에 그 불편함에 대해서 정말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조금 더 어른이 되었다. 복싱을 시작하고 프로 복서가 되는, 처음 겪는 일련의 과정에서 피할 수 없었던 상처를 통해서 말이다.

우리는 상처를 피하기 위해 어른이 되려고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상처를 경험하면서 어른이 된다. 단 한 번의 연애도 해보지 못한 사람은 분명 상처 받지 않는다. 동시에 많은 연애를 경험한 사람은 그 만큼 많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 단 한 번도 직업을 바꿔본 적이 없는 사람은 분명 상처를 덜 받는다. 동시에 다양한 직업을 경험해본 사람은 그만큼 많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 이제 각자가 물을 차례다. 이 둘 중 누가 더 어른일까? 누가 더 삶을 당당하고 강건하게 살아낼 수 있을까? 어렵지 않은 질문 일 게다.

알고 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또 관장에게 했던 낯 뜨거운 실수를 연발하면서 상처를 피할 수 없다는 걸. 하지만 나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아이가 되는 걸 마다하고 싶지 않다. 아이를 통과하지 않고 어른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나는 다시 아이로 되돌아가 진짜 어른이 되고 싶다. 불안정한 그래서 누구도 통제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는 삶 앞에서 당당하고 강건하게 살아낼 수 있는 근사한 진짜 어른 말이다. 그래서 다가오는 새로운 일 앞에서 뒷걸음질 치고 싶지 않은 게다. 용기를 내어 새로운 일에 나를 던지고 싶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심정으로.

Sort:  

마지막 천진난만한 아이의 심정으로라는 글귀가 심장을 쿵! 보팅하고 갑니다 :) 멋진 글 감사합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04
TRX 0.33
JST 0.079
BTC 62672.39
ETH 1651.10
USDT 1.00
SBD 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