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19 서울대 정외과 박종희 교수의 ‘규칙과 힘' 주장에 대해, 무엇을 위해 공부하나?

한국일보 9월 19일자 보도에 서울대 박종희 정외과 교수의 인터뷰 내용이 실렸다. “고래는 어류가 아니다… 미 주도 국제질서도 권위주의 패권과 달라"라는 내용이다. 이 인터뷰는 박종희 교수가 쓴 책 ‘힘과 규칙: 국제질서에 대한 두가지 관점'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박종희 교수의 책을 읽어 보지 않았고 그의 인터뷰만 읽었다. 그의 인터뷰를 보기만 해도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충분하게 이해할 수 있어서 책을 굳이 볼 필요는 없는 것 같았다.

박종희 교수의 인터뷰 기사는 나를 두가지 정도 고민하게 만들었다. 첫번째는 박종희는 어디에 서 있는가 하는 문제고 두번째는 그가 무엇을 위해 국제정치를 공부하는가 하는 점이다.

첫번째 그가 문제를 바라보는 기준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자. 그는 규칙에 입각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힘에 의한 권위주의적 국제질서보다 더 윤리적이라고 보는 것 같다. 그의 이런 입장은 그가 제시한 입론의 근거부터 취약하다.

그가 먼저 응당 제시해야할 것은 과연 현재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어떤 규칙 누가 만든 규칙에 입각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박종희가 말하는 규칙이란 국제사회의 합의가 아니라 미국이 제시한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만든 규칙은 국제법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 그것도 미국 전체가 아닌 일부 기득권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규칙의 행사는 매우 폭압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현재 미국이 제시하고 있는 규칙은 매우 자의적이다. 상황과 여건에 따라서 규칙은 수시로 바뀌고 그 적용기준도 바뀐다. 이런 자의적인 규칙의 제정과 시행은 결국 힘의 또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박종희가 말하는 규칙이란 힘과 동의어라고 현실적으로 전혀 틀리지 않다. 사실 미국이 제시하는 규칙이란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이데올로기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오히려 박종희가 말하는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는 국제법의 준수를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정한 규칙과 역사적으로 누적된 국제법 중에서 과연 국제사회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인가? 박종희는 러시아와 중국이 말하는 국제법의 준수라는 주장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답을 해야 할 것이다. 국제법을 준수하자는 것이 폭압적의미의 힘인가에 대한 답을 먼저 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입장을 그저 힘이라는 말로 단순화시켜 그 디테일에 숨어 있는 내용들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미국이 제시하고 있는 규칙이란 원칙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박종희는 여전히 규칙이란 미국의 이데올로기라는 측면에 대해서 그 어떤 비판적 평가와 인식도 발견하기 어려운 것 같다.

두번째, 힘과 규칙과 같은 문제보다 더 중요한 우리의 국가이익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결여되어 있는 것 같다. 현재 우리에 중요한 것은 급변하는 세계정세속에서 우리의 이익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가이다. 국제정치나 외교를 공부하는 기본적인 이유는 국가의 이익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 하는가이다. 그렇게 보면 박종희가 말하는 것처럼 힘에 기반한 국제정치나 규칙에 기반한 국제정치냐를 따지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국가이익을 달성할 것인가 하는가이다. 매우 복잡한 것 같지만 문제의 본질은 매우 단순하다. 지금처럼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정치질서속에서 한국이 국가이익을 증대하고 지켜나갈 수 있는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박종희가 말하는 규칙에 입각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옹호한다는 말은 한국의 국가이익이 비록 손상당하고 피해를 입더라도 도덕적 윤리적으로 선한 규칙에 입각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박종희의 주장은 한국은 미국의 국가이익을 위해 자신의 국익을 손상당하더라도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현재 우리는 규칙에 입각한 자유주의건 힘에 입각한 자유주의건, 국제법에 입각한 권위주의건, 힘에 입각한 권위주의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질서와 어떤 방향이 한국의 국가이익을 보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박종희의 주장을 보면서 공부는 왜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필자가 그의 책을 제대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거친 평가를 하는지 모른다. 세부적인 면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이미 방향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박종희의 주장은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싱크탱크에서 이데올로그들이 하는 말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최근 한국 유수의 대학들이 보이고 있는 관점들에 매우 실망하고 있다. 박종희도 그런 사람중 하나에 불과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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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south korea national interest sounds like an oxymoron. America's national interest is taking a massive hit. south korea is developing into a strategic mistake. There entire GDP is based on items that could be a lot cheaper.

Adversaries know that korea is a drag, and the more America pretend otherwise the bigger the blowback will be. america is not propping korea against china anymore, china is propping korea knowing it is a sink to america.

china won't make everything cheaper, they'll give korea's niche enough wiggle room to rotten. korea will start selling out. korean industries, institutions, and leaderships have not recognized the situation.

When you are stupid, you can't feel it. But other people do, and it hurts them. That is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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