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와 해인사

in #kr4 years ago

조계사와 해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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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에서 승려 대회가 열렸다고 합니다. 어느 경박한 국회의원이 전국 각지의 절에서 거두는 문화재 관람료에 시비를 걸고 ‘산적’이라는 둥 ‘봉이 김선달’이라는 둥 모욕했기 때문이라지요. 그래서 열린 집회.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 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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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나긴 이름을 들으며 싱긋 웃었습니다. 잠시나마 사바세계의 번거로움을 미소로 잊었으니 부처님의 은덕입니다. 그러나 그 웃음 끝에 번져나는 씁쓸함이 돼지 쓸개 핥는 것 같으니 역시 ’세상은 고(苦)‘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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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편향’에 대하여 한국종단협의회 사무총장 도각 스님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취임 축복 미사를 드리고, 해외순방길에는 빠짐없이 성당을 방문하며, 국가원수로서는 매우 굴욕적인 '알현'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우리 민족의 평화를 교황에 부탁하는 등 특정 종교에 치우친 행보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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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이 아니라 달라이 라마를 만나도 우리 민족 평화쯤은 부탁할 수 있을 겁니다. 한때 성철 스님 ‘알현’하기 위해서도 3천배를 해야 했는데 그래도 국가원수이자 수억 가톨릭의 수장에게 알현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그리 발끈할 것이 있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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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그 비분강개 앞에서 외람되긴 하지만 슬몃 웃음이 나왔던 이유는 그분들이 집회를 열었던 절 이름 ‘조계사’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저분들로 하여금 대한민국 불교계를 뒤흔드는 세력을 갖추게 한 사람은 종교 편향의 끝판왕이었습니다.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 대통령에 당선된 뒤 대통령 선서를 제 맘대로 성경에 손 얹고 한 사람, 이승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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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절대 반대로 되는 것으로 행해 오던 것으로 (일본인들이)한인들에게 시행하게 만들어서 한국의 고상한 불도를 다 말살시켜 놓으려 한 것이다. 그 결과로 지금 승도들이라는 사람은 승인지 속인지 다 혼돈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 불교라는 것은 거의 다 유명무실로 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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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5월 20일 발표한 이승만 대통령의 불교 정화(?) 1성입니다. 이 ‘유시’ 이후 파란만장하고 피비린내 넘실대는 ‘불교 정화’가 벌어지고 비구승들은 가열차게 일어나 절대 다수였던 대처승들을 내쫓고 곳곳의 절들을 장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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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말하면 비구승들의 투쟁의 결과만은 아니었습니다. 조직폭력배 출신 임모를 비롯하여 깡패들도 적잖이 머리 깎고 산문에 들었던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저 유명한 ‘거지왕 김춘삼’의 양아치 부대도 대거 투입됐습니다. 위에 언급한 임모는 후일 조계종 호법부장을 지내거니와 이런 부류들의 지원을 받으며 비구승들은 대처승들이 차지하고 있던 절들을 ‘접수’해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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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조계사’는 원래 ‘태고사’였습니다. 오늘날 조계종에 밀려난 대처승들의 종단이 ‘태고종’이니 곧 태고사는 대처승들의 절이었지요. 육식하고 마누라 끼고 사는 대처승들 물러나라며 봉기한 비구들이 그 절을 빼앗아 간판을 갈아치운 것이 조계사였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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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정청래 의원이 시비를 걸었던 절 가운데 하나가 해인사입니다. 이 절이 절과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입장료를 받아 해인사를 들를 마음이 없는 사람들의 돈까지 챙기고 있다는 이유였지요. 그렇게 이야기하니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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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부터 등산로 곳곳이 1천2백 년간 승려들이 가꿔온 길이자 나무가 즐비하다. 그 아름다운 경관이 아무려면 저절로 생겼겠는가. 해안사 내에는 호국의 상징인 팔만대장경 목판본도 있다. 보물 중의 보물이다. 이제는 국가가 관리를 해주고 있지만 고려, 조선, 근대에 이르기까지 국가는 관리한 적이 없고, 오로지 승려들이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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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입장료를 당당히 받을 이유가 있다 이런 뜻이신 것 같은데 1천2백년간 승려들이 등산로를 가꿔 왔다는 말은 우선 황망할 뿐이지만 해인사가 팔만대장경을 품어온 것과 팔만대장경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아 챙기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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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여 국립공원 대부분이 절 땅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건 국립공원을 운용하는 정부와 타협할 문제지 국민들의 강제 시주를 청할 이유가 되지는 못할 겁니다. 또 하나 더하여 70년 전만 해도 해인사는 지금 통행료를 걷는 분들의 터전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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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50년대 불교 정화 과정에서 해인사는 가장 격렬한 충돌의 장이었습니다. 비구승들이 해인사 접수를 시도하자 당시 해인사를 맡고 있던 대처승들은 완강하게 저항했고 “비구승들이 몰려온다면 여기서 공부를 시키겠다.”고 기엽을 토할 정도였죠. 당시 대처승들은 불교 정화 세력을 ‘관제(官製) 불교’ 세력으로 간주하며 해인사 결사 수호를 부르짖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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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이승만 정권은 군대와 경찰까지 보내 가며 비구승들의 해인사 접수를 지원합니다. 그 난리를 치르고서야 해인사는 비구승들의 차지가 됩니다. 이런 과거 앞에서 1천2백년의 전통까지 들먹이며 돈을 걷는다면 나무아미타불 소리가 어찌 나오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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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은 이 비구 대처의 혈투를 바라보며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똥개 두 마리가 똥 덩어리를 놓고 싸우고 있다.” 이 성철 스님의 말을 오늘에 되살리자면 이 똥개(?) 두 마리의 혈투 과정에서 한 마리는 꼬리를 말고 담장 돌아 사라졌지만 다른 똥개는 그 똥덩어리로 배를 불리고 길목을 막아가면서 그 똥을 늘리고 있는 형국이 그려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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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이 삭발을 하는 것은 싯다르타 왕자, 즉 석가모니는 궁에서 나온 뒤 사냥꾼을 만나 그와 옷을 바꿔 입고 스스로 칼을 들어 삭발하면서 “지금 떨어진 수염과 머리로써 일체의 번뇌와 습장(習障)이 끊어지고 없어지이다” 말씀하신 데에서 연원한다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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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듯 삭발이란 속세의 번뇌를 스스로 끊고 지금껏 몸에 배고 세상에 찌든 욕망으로부터도 벗어나겠다는 의지일 것입니다, 그런데 등산객들의 호주머니, 국립공원 관광객들의 지갑이라는 이름의 속세의 홍진 하나 떨쳐내지 못하고 그에 대한 집착을 ‘불교 자주화 투쟁’으로 자리매김한다면 불자가 아닌 저로서는 대관절 불교란 무엇인가 갸우뚱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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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판 앞두고 갑자기 이런 임진년 난리를 일으킨 정청래 의원도 의아하지만, 그리고 정청래 의원에 대한 호감은 별로 없지만, 그의 말이 신성모독을 일삼는 마구니의 망발 정도로 치부되는 것에는 도저히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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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 이들에게, 절이 품은 문화재에 굳이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 돈을 강요하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자의 도도 아니요, 석가의 가르침도 아니요, 불법의 숭고함에도 어긋날 것 같습니다. 성철 스님의 말을 다시 빌려와 봅니다. “자기편을 늘려 사찰을 뺏는 싸움이 되면 ‘묵은 도둑 쫓아내고 새 도둑 만드는 꼴’일 뿐이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부처님 법대로 살고 중답게 정진하는 것이라 믿는다.” 나무아미타불 성불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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