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베트남 전쟁을 완독한 후

in #kr7 years ago

베트남과 우리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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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있는 다큐멘터리 <베트남 전쟁> 전편을 완독했다. 완독이라는 표현을 쓴 건 꽤 꼼꼼히 봤다는 뜻이다. 감회가 복잡하다. 슬프고 화나고 어이없고 알쏭달쏭하고 참담하지만 그 와중에 몰랐던 부분도 알게 되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도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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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은 민족해방전쟁이다는 명제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 세계 최강 미국을 격파한 베트남인들의 투지는 세계사에 남을 것이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편에서 월맹군 병사 출신 노인이 얘기하듯 "그 전쟁이 정당했는가"의 의문이 남는 건 당연할 일이다. 수백만이 죽은 전쟁이 민족해방 한 마디로 정리된다면 오히려 그게 더 비극일 듯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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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일부 진보들은 참 속 편하다 싶은 게..... "월남전은 민족해방전쟁이며 거기에 파견된 한국군은 제국주의의 용병이며 북베트남의 승리는 베트남 민족의 해방"이라고 그들의 한국 현대사 이해처럼 참 간편하게 전쟁을 이해하는 모습을 볼 때다. 꼭 그런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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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에 나오는 한 장면. 남베트남 패망 직전 한 남베트남 경찰관은 남베트남 군인들의 기념비 앞에서 경례한 후 자살한다. 뭐 일부 진보들의 눈에는 반동분자의 파멸로 보일지 모르겠으나 그렇게 이해하는 것은 베트남의 '민족 해방'의 의미를 오히려 모독하는 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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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는 초보 변증법을 끌어댈 것도 없이, 또 우리 베트남 참전 역사를 들먹일 것도 없이 베트남은 우리 역사와 민감하게 접촉돼 있다. 우리가 파병했을 때 김일성도 인민군 파견을 북베트남에 제안했다. 북베트남이 사양했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우리는 쏭바강에서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인민군과 싸울 뻔 했다.

김신조 등 북한의 특수부대가 청와대를 공격한 것이 1968년 1월 21일이었다. 그 날짜가 범상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그 해 구정이 그로부터 아흐레쯤 뒤였기 때문이고, 그 날 북베트남과 베트콩은 회심의 대공세를 펼쳤기 때문이다. 김신조가 엄동설한의 휴전선을 넘던 그 즈음 북베트남군 역시 그 대공세를 위해 모든 것을 동원하고 있었다. 과연 북한이 그 즈음을 택한 게 우연이기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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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게릴라들이 남베트남 곳곳에 출몰하며 남베트남군과 미군과 싸우는 모습에 고무됐고 그를 본떠 수백명 단위의 유격대를 남파한다. 울진 삼척 지구 무장공비 사건이다. 북한은 그게 될 줄 알았던 것이다. 베트남이 되는데 우리는 왜 안돼. 우리가 내려가면 남한 인민들이 왜 호응을 안하겠어! 베트남은 저러는데!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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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 해군 정보함을 납치하고 정찰기를 격추시키고 휴전선에서 미군 장교를 두들겨 패고 청와대를 기습하는 준 전쟁 행위를 감행한 데에는 베트남이 버티고 있었다. 미국이 감히 베트남 전쟁을 벌이면서 북한한테 어쩔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박정희는 보복 공격을 주장했지만 미국 대사는 "혼자 하세요" 한 마디로 박정희로 하여금 벽을 치게 만들었다. 미국이 뭘 어쩔 수 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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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큐멘터리의 백미는 마지막 10부다. 그렇게 험하게 싸우고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교환한 미국과 베트남이지만 그들은 지금 화해했다. 참전용사들끼리 만나서 어깨동무를 하고 전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누가 옳았는지의 가치를 떠나 전쟁의 비극을 공유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다시 우리를 돌아 보게 된다.

왜 우리는 이러고 살고 있을까...... 미국인과 베트남인들도 편이 달랐을 뿐이었던 전쟁의 슬픔을 얘기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며 어깨동무하고 손을 잡는데 왜 우리는 동족끼리 치른 전쟁의 상처에도 여직 벗어고 있지 못할까.

이 다큐에는 실로 다양한 진영(?)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북베트남군 베트콩, 남베트남군, 양쪽의 민간인, 미군, 그리고 미국의 민간임, 반전운동가 전쟁 포로 등등 실로 가지각색의 인물들이 등장하여 서로의 경험을 통하며 역사를 재구성해 간다. 그게 참 부러웠다. 한국전쟁을 철들어 경험한 사람들은 이미 거의 다 죽었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낸 " 얘기 아니면 별로 환영받지도 했고 이상한 소리 하면 잡아가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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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다큐멘터리 정말 필요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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