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의 아버지 가다

in #zzan7 years ago

1930년 7월 7일 셜록 홈즈의 아버지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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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7월 7일 강연 중이던 한 노인이 가슴을 움켜쥐며 쓰러졌다. 그는 다소 황당한 연설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심령학에 통달했으며 요정이니 영매니 귀신이니 하는 매우 비현실적인 개념들을 설명 중이었다. 실제로 그는 누가 봐도 조작임이 분명한 ‘요정’들의 사진이 진짜라고 우겨대기도 했고 탈출 마술의 대가였던 후디니에게 단순한 기술이 아닌 “그 몸을 에테르화하여 빠져나가는 특별한 기술”이 있지 않느냐고 질문하여 후디니를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었던 사람이다. 현실 감각이 매우 떨어진다 싶은 이 사람의 이름은 아서 코난 도일. 바로 명탐정 셜록 홈즈를 세상에 내놓은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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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비슷한 세대 사람들은 셜록 홈즈와 루팡이 등장하는 '추리소설 전집‘을 끼고 살았다. 까만 표지에 얇디 얇은, 그리고 사실적 삽화가 곁들여졌던 60권짜리 추리소설 전집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를 통해 홈즈와 루팡을 만났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호감이 가는 쪽은 홈즈 쪽이었다. 루팡은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홍길동전에 가까웠던 것 같았고 사소한 실마리를 치밀한 추리를 통해 풀어가며 진실에 접근해 가는 냉철한 홈즈 쪽에 더 매료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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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 구두 뒤축이 더 닳았는지, 담배의 종류가 어느 것인지, 문 두드리는 방식이 어떤지 등등에서 그럴 듯한 추리를 해내며 소설 속의 의뢰자와 독자를 압도하던 홈즈의 모습은 도무지 심령학에 몰두하여 이상한 소리를 거침없이 해대던 말년의 코난도일과는 도무지 겹쳐지지 않지만 코난 도일의 머리 속에서 홈즈는 역사상 최강의 캐릭터 하나로 태어났다. 베이커 가 221번지 B호라는 홈즈의 주소는 가상이었지만 쏟아지는 팬레터의 대상이 됐고 수입이 시원치 않았던 개업의사 코난도일에게 뜻밖의 부와 명예를 안겨다 주었다.

<주홍색 연구> 등 장편을 비롯하여 <얼룩무늬 끈> <보헤미아의 왕비> <사라진 신랑> <노란 가면> 등 흥미진진한 단편들을 통해 최강의 작가 반열에 오른 코난도일이지만 그는 홈즈에게 그리 큰 애착을 갖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싫증이 나설랑 범죄 세계의 나폴레옹이라는 모리어티 교수와의 대결을 그린 단편에서 홈즈를 죽여 버리고 마는데 그야말로 난리가 난다. 분노한 군중들이 시위를 하는가 하면 항의 편지가 빗발쳤고 코난도일은 산책 중 어느 할머니에게 지팡이에 두들겨 맞을 뻔한 봉변을 당한다. 결국 몇 년 뒤 코난도일은 홈즈를 다시 살려내야 했다.

소설 속에서 코난도일은 홈즈의 입을 빌어 수많은 명언을 남긴다. “완벽한 범죄는 완벽한 수사를 만들 뿐이지.”라며 뇌까리던 홈즈는 그 득의양양한 미소에 물린 파이프와 함께 스틸컷처럼 기억 속에 남아 있거니와 “내 미래가 암담하다면 의미없는 상상으로 그것을 밝게 색칠하는 것보다는 남자답게 현실에 맞서는 게 나을 거야.”라고 주먹을 쥐면서 “나에게 문제를 던져 줘. 가장 난해한 암호, 가장 복잡한 분석 과제를 던져 줘. 나는 무미건조한 일상을 혐오한다고.”라고 하숙집을 서성이는 모습 또한 선명하다. 그런데 소설 속 홈즈의 격언은 지금 다시 들어도 삶의 지침같이 들리는 것들이 많다.

보헤미아의 왕이 옛 애인으로부터 협박당하는 (실제로는 그렇다고 오해했던) 사건을 그린 <보헤미아의 왕비>에서 홈즈는 이렇게 말한다. “단서가 없는 데도 이렇다 저렇다 이론적인 설명을 하는 건 그 자체로 오류야.” 단서를 찾고 그를 통해 이야기를 풀기보다는 자신의 주관적 판단에 맞춰 근거를 찾으려는 이들에게 보내는 충고는 또 있다. “정보를 얻기 전에 가설을 세우는 건 치명적인 실수지. 사실에 이론을 맞추는 게 아니라 이론에 사실을 맞추게 되거든.” 우리가 흔히 빠지는 음모론의 맹점을 발가벗길 듯한 멘트. 또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그 감정은 추리에 도움이 되지 못해.”라는 홈즈의 시무룩한 발언은 진실보다는 자신이 옳은 쪽에 더 기울기 십상인 ‘진영논리’에도 일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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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건 지난 7년 동안 절망적으로 외쳤던 소리를 홈즈는 백년 전에 이미 냉소적으로 내뱉고 있다는 것. “인생이란 원래 항상 상상 그 이상을 보여 주는 법이지.” 뭘 보여주든 상상 이상을 보여 주는 사람들은 그 시절 영국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뭐니뭐니해도 홈즈의 최고 명언은 이것이라고 본다. “불가능한 것을 제외하고 남는 것, 그것이 아무리 있을법하지 않다 할지라도 결국 그것이 진실이다.” 천안함 문제이든 KAL기 문제이든, 세월호든 논란이 이는 모든 사건에서 우리가 즐겨 기억해야 할 명언.

코난도일은 말년에 불가능한 것을 제외하는 홈즈의 능력을 상실했고 있을 법하지 않은 일에 매달리긴 했지만 그는 셜록 홈즈를 창조한 것만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작가임에는 분명할 것이다. 셜록 홈즈의 창조자 코난 도일이 1930년 7월 7일 자신이 심령술에 통달했다고 열변을 토하다가 쓰러져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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