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이 내 눈물이 필요하대 @Redsign

in #kr7 years ago

아, 친구. 이제 와? 짜식 엄청 늦었네. 왜 이 시간까지 안 자고 있어? 뭐, 안 물어봐도 보나마나 뻔하겠지. 오늘도 수고 많았다. 이 눈물 많은 자식아. 내가 임마, 우리 사랑하는 친구 술 한 잔 사주고 싶은데 아직 월급이 안 들어와서 이 형님 지갑이 좀 가벼우시네. 야, 그러니까 다음에 한 잔 하러 가자. 내가 찐하게 한번 쏠게. 에이, 나 못 믿어? 나 그정도는 살 수 있는 사람이다. 다 별 거 아냐. 오늘 마시고 내일 끝내는 인생인데 뭐.

어이, 친구. 이리 와서 좀 앉아 봐. 나 오늘은 진짜 신박한 생각 하나 난 거 있으니까. 에이! 튕기지 말고! 야, 그거 아냐? 세상은 오늘도 한숨과 눈물로 돌아가고 있다? 이건 또 뭐하는 개소린가 싶어도 그냥 좀 들어봐. 야, 생각해보면 이게 사소하고 당연하더라고. 약간 이 세상만의 상식이랑 비슷하고 같은 거야. 응? 이 세상은 사람들의 눈물을 원동력으로 돌아가니까. 그것의 증거는 우리 주위에 수없이 널려 있어. 밤을 빛내는 도시의 불빛들과 도로를 매우는 노랗고 빨간 차의 등. 별보다도 더 밝게 빛나는 우리들의 밤. 그건 다 눈물이었어. 그 밤이 그렇게 아름다웠던 이유는 우리의 눈물을 그 밤이 즈려밟아 잔인하게 빛났기 때문이야. 야, 그렇잖아. 그 누가 밤까지 집에도 못 들어가고 일을 하고 싶겠냐. 그 어떤 인간이 자길 조롱하고 저주하는 말들을 온 몸으로 들으며 밤을 지새고 싶겠냐. 술이라는 게, 어, 몸에 안 좋은 거 뻔~히 아는데. 이 슬픈 세상, 조금이나마 즐겁게 만들어 주는 게 결국 이 손 안에서 찰랑이는 독하디 독한 술잔이다. 그게 인생이야. 그게 이 세상이야.

이 밤이 우리의 눈물을 길가 가득히 뿌리면 그 눈물은 한숨을 타고 하늘로 오르지. 캬, 하늘로 오른다는 건 죽는 거라고 하던데. 아, 그렇게 따지면 은근 맞네. 우리는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나봐. 눈물 한 방울에 한 방울씩 죽어가나봐. 썩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오히려 너무 예뻐. 죽어서 거꾸로 내리는 비가 되어 이 땅을 뜨게 된다니. 괜찮은 것 같아. 맘에 들어. 한 순간만이라도 이 세상을 거스를 수 있어.

아, 이게 중요한 게 아니었는데. 미안해.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아, 그래. 거기였어.

그래. 그렇게 우리는 눈물이 되어 구름이 되고, 구름은 서로의 이야기를 한데로 똘똘 뭉쳐 놓지. 우리의 눈물은 거기서 만나 서로 인사해. '그래. 오늘도 많이 고생했지?' '말도 마. 오늘 술 안 마셨으면 내일 죽으려고 했어.' '아, 그랬어? 난 지금 죽었는데.' '아,아깝다. 부러워. 나도 그냥 오늘 죽을걸.'이라며 저마다의 일상사를 나누지. 일상? 더러워도 일상이지. 더러운 세상이 만들어 놓은, 죽음따위는 입가의 밥알로 씹히는 그런 인생. 자살할까? 와, 자살각! 자살!! 이러고 살게 되는 인생. 그렇게 얘기하다보면 별안간 눈물이 또 막 나. 솔직히 그래. 누가 죽고 싶겠냐. 근데 이 인생이, 이 세상이 그렇게 사람을 몰아가는데. 그게 억울한 거지. 그러다 보면 눈물도 좀 날 수도 있고 그런거지, 뭐. 야, 우냐? 아 울지 마. 나도 울 것 같잖아. 너 우는 거 보면 나도 괜히 눈물난단 말야. 거기 사정도 그래. 인생 넋두리가 눈물을 부르고, 그 눈물이 다른 눈물을 부르고, 그러다 보면 구름은 커져 더이상 하늘을 날아다닐 수 없어, 떨어지고 또 떨어져 가장 낮은 곳으로 향해 지나던 바람이랑 부딪혀 떨어지면 거기서 우리는 다시 누군가의 눈물이 되지. 예를 들자면 흐르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비를 맞는 사람. 겨우 하나 남아 있던 우산이 뒤집혀 다 망가져 버린 사람, 우산을 펼 의지조차 잃어버린 사람, 또는 누군가의 가장 외로운 창가 같은 곳으로.

그렇게 그 사람들의 눈물이 된 비는 또 이 밤을 위해 다시 한 바퀴 돌아 눈물이 되어 또다시 죽어가고, 땅으로 떨어진 비눈물은 여기저기를 타고 흘러서 많은 것으로 변해 다시 자라나. 무지개. 꽃. 나무. 뭐, 아니면 신호등 위의 이슬이나, 그런 이것저것이 돼. 어떤 눈물은 그대로 땅이 되어버리기도 해. 각자 취향이야. 사람이 절망하면 무슨 반응을 보이는 지가 다 다른 것처럼. 이것도 그거 비슷한 거라고 보면 돼. 그렇게 눈물은 또다른 사람들을 둘러싸고 또다른 눈물들을 불러내지. 아름답게, 황홀하게, 아련하게, 비참하게, 끓어오르듯이, 그렇게.

봐. 햇빛이 내 위로 내려오고 있어. 내게 말하고 있어.
친구. 이 세상이 내 눈물이 필요하대.

이 세상은 눈물이야. 눈물의 도시야. 우리는 그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거야. 한 방울 한 방울 죽어가고 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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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음~? 흥미로운 포스팅이군요.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감사합니다!ㅎㅎ

다음 포스팅을 기대하면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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