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 배우 열전]로맨틱코미디의 ‘남신’ 열풍 대륙서도 불까 , 지창욱

in #aaa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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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남자. 인기 드라마 <수상한 파트너>에서 지창욱이 연기한 변호사 노지욱은 누구라도 마음을 내줄 만한 남자다. 안정적이고 정확한 발성은 연인이자 후배 변호사 은봉희(남지현)에게 더없는 신뢰감을 주고, 얼굴 클로즈업 쇼트(샷)는 극장 스크린인 양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내 아내를 포함해 이 드라마를 즐겨 보는 여성 팬들 사이에서 “왜 이제야 로맨틱코미디에 출연했느냐”는 성화가 나올 법도 하다. 지창욱이 이 드라마를 찍고 난 뒤 입대하는 까닭에 한동안 그를 볼 수 없을 거라는 안타까움에서 나온 반응이다.
그는 드라마 <난 네게 반했어>(2008)로 데뷔한 뒤 지금까지 주로 드라마에 얼굴을 내비쳤다. 마음이 여리고 앳된 재수생(<솔약국집 아들들> 2009), 지적장애를 가진 어머니를 보호하는 건실한 청년(<웃어라 동해야> 2010), 조선 최고의 검객(<무사 백동수> 2011), 의문의 죽임을 당한 아버지처럼 언제 죽을지 몰라 진심을 감추어야 하는 원나라 황제 타환(<기황후> 2013), 어떤 의뢰도 완수하는, 만화 속 주인공 같은 심부름꾼(<힐러>(2014), 대선 후보를 경호하는 전직 용병 출신의 경호원( 2016) 등 많은 드라마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반면 상업영화 출연은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2010)과 올해 개봉한 <조작된 도시> 두 편뿐이다. 지창욱은 <씨네21>과 한 인터뷰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구분하거나 영화를 일부러 피한 게 아니다. 연이 닿지 않았던 것 같다. 무언가를 도전하는 데 늦고 빠름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매편 승승장구하고 있는 필모그래피만 보면 그가 하루아침에 나타나 주연부터 거머쥔 배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국대 공연영화학과 시절 가까이서 지켜봤던 지창욱은 연기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고 노력을 아끼지 않는 후배였다. 수업을 빼먹으면서까지 영화 연출 전공 선배들을 쫓아다니며 많은 단편영화에 출연했다. <불과 얼음>(2007), <쓰릴 미>(2010), <그날들>(2013), <잭 더 리퍼>(2013) 등 여러 뮤지컬 무대에 오르고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것도 배우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한 목적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알린 건 드라마지만, 그가 가진 매력은 오히려 스크린에 더 잘 어울린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그의 발성은 안정적인 까닭에 대사가 정확하게 관객의 귀에 전달된다. 발성을 못해 관객에게 대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배우들이 매우 많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지창욱의 기본기는 탄탄한 편이다. 또 그의 얼굴 클로즈업 쇼트는 브라운관보다 스크린에 더 적합해 보인다. 대사 없이 얼굴만으로도 감정과 상황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특히 <수상한 파트너>에서 그의 얼굴 클로즈업 쇼트가 자주 나오는데, 모두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그의 얼굴은 무척 매력적이다). 박광현 감독이 <조작된 도시>에서 영화계에 제대로 얼굴을 알리지 못한 지창욱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이유도 “드라마 <힐링>에서 보여준 그의 눈빛” 때문이다. “얼굴은 꽤 만화적인데 에너지가 대단했다. 만나서 얘길 해보니 이해력도 굉장히 좋고 운동신경도 발달했다. 감이 정말 좋은 배우라 앞으로 영화에서도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게 박 감독의 설명이다.
충무로가 뒤늦게 발견한 배우지만, 중국과 일본에서 그는 이미 한류 스타다. 일본에서 콘서트를 열 때마다 매진을 기록하는 걸 보면 ‘포스트 욘사마’(배용준)가 괜히 붙여진 수식어가 아닌 듯하다. 또 곧 중국 전역에서 방영을 시작하는 한중 합작 드라마 <나의 남신>(我的男神)에서 그는 주인공 1인 2역 쌍둥이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나의 남신>은 중국 상하이와 한국의 제주도, 부산을 오가며 촬영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 지창욱은 중국 여배우 왕샤오천과 사랑에 빠지는 역할이라고 하니, 대륙에서도 로맨틱코미디의 ‘남신’ 열풍이 제대로 불 듯하다(제주도에서 어떤 장면을 촬영했는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로맨틱코미디 장르인 걸 고려하면 지창욱과 중국 배우 왕샤오천이 아름다운 풍경의 제주도에서 데이트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김성훈 <씨네21>

*이 글은 <한겨레> 제주&에 연재한 글 입니다. 기사 원문은 로맨틱코미디의 ‘남신’ 열풍 대륙서도 불까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조작된 도시> : https://www.themoviedb.org/movie/435366?language=en-US
*평점 : 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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