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0-18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병원폭격과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처의 암살간의 유사성
인간의 삶이란 거기서 거기다. 그래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의 의미를 파악하고 예측하려면 과거의 경우를 참고하는 것이 유용하다. 이스라엘이 10월 17일 가자지구의 병원을 폭격해 500명이상의 의료진과 환자들이 사망하고 수백명이상이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폭격 소식을 들으면서 분노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을 촉발한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처의 암살사건이 떠올랐다. 제1차세계대전의 발발은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처의 암살부터 시작되었지만 그것이 세계대전으로 이어진 메카니즘은 여전히 역사학계의 숙제다. 여전히 잘 설명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병원 폭격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의 카셈미사일 오폭이라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거짓말이다. 오히려 이런 거짓말은 이스라엘군이 매우 계획적으로 폭격을 자행했으며, 폭격이후 책임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핑계거리까지 치밀하게 마련해두었다는 추론을가능하게 한다. 팔레스타인의 카셈미사일은 소형이기 때문에 이렇게 엄청난 피해를 일으킬 수도 없다. 이스라엘 군이 명백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스라엘군의 이번 폭격은 매우 고의적이고 적어도 군의 최고위층 혹은 정치지도자의 승인과 지시에 의해서나 이루어질 수 있는 최악의 전쟁범죄이다. 20세기이후 어떤 전쟁에서 고의적으로 병원을 폭격하여 이렇게 집단으로 사망케한 경우가 있었는지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이 민간시설 지하에 위치한 이라크군 지휘시설을 수직으로 폭격하여 수백명의 민간인이 사망한적이 있지만 그당시의 피해규모도 지금만큼 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번 이스라엘 군의 폭격이 고의적이라고 확신하는 것은 공군의 폭탄투하과정이 매우 복잡해서 사전에 어떤 표적을 어떻게 타격할 것인가 정해지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폭격을 하기전에 표적을 선정하고 타격하기 위한 며칠간의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병원타격은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고 적어도 최소한 2-3일 이상전에 결정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4일 이전에 표적과 표적을 타격할 탄종이 결정된다.
아마도 이스라엘 공군작전사령부에서 표적을 선정하고 타격을 결정했을 것이다. 통상적으로 정상적이라면 병원은 표적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쟁범죄가 명백하기 때문이며, 나중에 전쟁범죄자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의사결정과정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은 이스라엘 군의 통상적인 의사결정 이외의 힘이 작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스라엘의 국방장관이나 수상 정도가 아니고는 그런 결정을 하기 어렵다.
이번 이스라엘군의 병원폭격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만행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의 지상전투를 위해 이런 극단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고 그래서 정치권에 건의하고 승인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겠다. 이스라엘군이 지상전투를 위해서 여건조성차원에서 병원을 타격한 이유를 추정해보자면, 가자지구의 민간인들에게 공포를 심어주어 최대한 많은 민간인들을 작전지역 이외의 지역 즉 가자 남쪽 지역으로 이동시키기 위한 것이 아닌가한다. 이스라엘 군이 지상군 투입을 망설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전투지역에 민간인이 있을 경우 무지막지한 화력을 퍼부을 수 없기 때문이다. 화력의 압도적인 우위를 달성하지 못하면 이스라엘군의 피해가 커질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이스라엘 군은 시범케이스로 병원을 타격하여 집중적인 피해를 일으켜 민간인들이 공포심에 질려 남쪽 지역으로 이탈하게 만들려고 한 것이라고 하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이스라엘의 생각처럼 가자시티 지역에서 물러설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매우 협소한 군사적인 의미에서 이스라엘의 이번 범죄적 행동의 의미를 설명할 수 있겠지만, 이번 사건은 팔레스타인 및 중동지역 그리고 이슬람 세계 및 미국의 위상에도 심각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요르단 서안지역에서 그동안 이스라엘에 우호적이었던 ‘파타’는 권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 지역도 하마스의 영향력하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원래 요르단 서안지역에서 하마스는 선거에서 파타를 이겼다. 선거에서 패배한 파타가 지금까지 정권을 내주지 않고 버티고 있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파타’는 당연히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았을 것이고, 파타는 그 댓가로 서안지역에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눈감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사태이후 요르단 서안에서 하마스가 정권을 장악하게 되면 이스라엘은 이중의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하겠다.
중동과 이슬람 세계는 전쟁에 진입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어 버렸다. 사실상 이번 사건으로 제5차 중동전이 발발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레바논과 시리아 국경에서 군사적 충돌을 더 자주 일어날 것이며, 치열해질 것이다. 이번에 제5차 중동전이 벌어지면 거의 전 아랍과 중동세계가 직간접적으로 참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아마도 제1차세계대전 당시 유럽인들이 마치 미친듯이 광기에 휩싸여 전쟁에 끌려들어간 것 처럼 중동과 이스라엘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겠다.
이번 병원 폭격사건으로 가장 크게 위신을 상실한 것은 미국이다. 이스라엘을 명백하게도 바이든이 이스라엘을 방문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병원을 폭격했다. 이번에 바이든이 이스라엘을 방문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바이든은 네타냐후를 비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아무말하지 않고 무조건 지원한다고 하기도 어렵다. 미국이 이런 곤경에 빠졌다는 것은 패권국가로서의 위상을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국제정치 무대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급격하게 위축될 것이다. 일부 서구국가와 한국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급격하게 퇴조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의 병원폭격은 명백하게 고의적인 사건이다. 이스라엘은 마치 나찌가 자신들에게 했던 것보다 더 악한 짓을 팔레스타인에게 가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모든 것은 다 흔적을 남기고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버렸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는 예측 불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