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한 집에 사는 올빼미

in #kr7 years ago (edited)



오동댕입니다. 

집 주변에는 나무가 몇 그루 있습니다.

창가에 있는 나무에 부엉이가 살고 있습니다.

부엉 집이 따로 있지는 않고 나뭇가지 위에 앉아 두 눈을 감고 있습니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낮 시간엔 그 나무에서 지냅니다.

서너 군데 가지를 정해놓고 매일 다른 가지에 앉습니다. 

자세히 보려고 창문 블라인드를 건드리면 그 소리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창문 쪽으로 돌리고 바라봅니다. 그때 부엉이의 까만 눈동자가 노랗게 변하면서 커지는데, 그 눈으로 가만히 제가 있는 창을 바라보면 마치 창문너머 나를 뚫어보는것 같습니다. 

고개도 움직이지 않고 노란 눈동자만 커지면서 더욱 자세히 보려는 자세는 창문안에 있는 제가 미안함과 쫄림을 느끼게 만듭니다. 한번은 5분 정도 서로 바라보며 가만히 있어봤는데 정말 안움직이고 계속 바라보더군요.  부엉이와 단둘이 오랫동안 그렇게 서로 바라보고 있으면 묘하게 이상합니다.



갑자기 두려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걱정됐습니다. 두려움을 느끼고 놀래서 날아갈까봐요.

그래서 다시 오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그날 이후론 눈싸움 안 합니다. 

그냥 창가에서 이리저리 찾아보고 보이면 속으로 인사하고 나옵니다.(찾는거 은근 힘든데 찾는 재미가 있음)

부엉이가 그 나무에 앉아 있는 것을 확인하면 그냥 행복합니다.

창밖의 그 나무만 바라봐도 부엉이가 있을거라는 생각만으로 다르게 보이죠.

어린왕자의 그 장미처럼이라고 할까요...

야생 부엉이는 처음입니다.

근데 이 부엉이는 울지를 않네요. 

한국에 있을 땐 부엉부엉하는... 소리 많이 들었죠.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삼층에서 부엉이가 보였어요.

그땐 이틀에 한번씩 날아오는것 같았습니다. 

두어 달을 규칙적으로 이틀에 한 번 보였습니다.

그땐 심심해서 매일 매일 부엉이 왔나 하고 찾아봤습니다. 

연이어 이틀 보이지 않으면 얼마나 걱정되는지... 내가 싫어졌나 하는 생각도 납니다.

문제는 그 나뭇가지가 자라서 유리창을 계속 밀고있었습니다.

바람이 불면 끼이끽~하고 소리를 냈죠.

더 강한 바람이 불면 유리를 깨뜨릴것 같아 나무를 중간쯤 잘랐습니다.

부엉이에게 너무나 미안했죠. 이 나무가 없어지면 이제 어느 곳에서 잠을 잘까..

나무를 자른 후에는 옆집 나무에서 부엉이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훨씬 크고 높은 나무가 있거든요.

부엉이 없는 집은 허전했습니다. 

그저 어딘가에서 안전한 곳을 찾아 잘 지내길 바랬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이층 창가에서 잘라낸 그 나무를 바라보는데 

그곳에 부엉이가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반갑고 고맙던지요... 너무 행복했습니다.

나무를 자른 그 자리에는 작은 비둘기 비슷한 새가 둥지를 만들었고

그 주변 가지에 부엉이가 앉아있었습니다.

그런데 부엉이가 두 마리였습니다.

엄마 부엉이와 새끼 부엉이.

새끼는 아주 작은 것은 아니고 조금 작고 어려 보이는 부엉이입니다.

주변에 물어보니 작년에 새끼였답니다.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가 있으니 이제는 매일 두 마리를 찾아봅니다.

나무 색깔과 부엉이 깃털색이 비슷해서 단번에 찾기는 힘들고 가만히 바라보면 보입니다. 요즘은 계속 한 마리만 보이네요. 나무 뒤쪽으로 숨었을까요. 작은 부엉이가 다른 곳으로 간것같습니다. 예. 자립하고 떠난듯 합니다.


어쩌다 심심할 때 날아오는 동물과 

매일 자주 오는 동물은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다시 보면 반갑고 기쁘고 안도합니다.

그때 내 몸에 활력도 생깁니다. 


자주 들려서 댓글 달아주고 보팅해주는 분을 볼 때와 비슷할까요 ㅎ

올빼미를 부엉이로 잘 못알고 썼습니다.

찾아보니 올빼미가 맞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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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동물이 찾는 곳은 자신이 안전하다 믿을 수 있는 곳이기에
분명 오동뎅님 댁은 뭔가 좋은 터 일것 같네요.

꺅!!! 부엉이 너무 귀엽네요~~~~ 너무 행복하시겠어요~ ^^ 보기만 해도 평화롭네요 :)

예...ㅎ
몸도 이리 저리 돌리며 앉아요...
정말 귀엽죠...
고맙습니다.

신기하네요 부엉이라니 ㅋ

살면서 두달 넘어서야 옆에 사는줄 알았습니다.
옆에 살아줘서 고맙죠..ㅎ
올빼미랑 부엉이랑 다르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보니 올빼미네요..ㅎ 영어로는 OWL 이랍니다.

집마당에서 볼 수 있는 부엉이라... 신기하긴 한데 왠지 눈 마주치면 확 쫄릴것 같네요. ㅎㅎ

빈집에서 둘이 가만히 눈마주치고 오래 있으면 이거 은근 쫄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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