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시드니 36시간 - 효녀가 되는 법은 쉬웠다.

in #kr7 years ago

내가 요새 기운없어하고 힘들어하니까, 엄마가 내 걱정이 되시나보다.
내 기분을 신나게 해주려고 이런저런 제안을 하신다.

그 중 하나가 '여행'이다.

대학교 다닐때까지만해도 학기 중에도 엄마랑 자주 여행을 다녔는데,
졸업한 이후로는 바쁘다는 이유로 몇번 못갔다.

새해가 밝고 며칠 안되서
엄마가 갑자기 일주일 후 이모랑 사촌언니랑 같이 호주로 여행을 가자고 하셨다.
난 시간없어서 안된다고 거절의사를 밝혔다.
엄마가 너무 서운해하셨다.
결국 엄마는 이모랑 사촌언니랑 호주로 떠났다.
그리고는 매일매일 나한테 사진과 함께 문자를 보내셨다.

이거 봐봐~ 너무 이쁘지~ 우리 딸도 같이 오면 좋은데~
OO랑 OO는 모녀끼리 신났어~ 엄마도 우리 딸이랑 같이 보면 좋은데~
한국은 너무 춥지? 우리 딸 감기걸리겠다~ 여기는 따뜻해서 너무 좋은데~


하루도 빠짐없이 나에게 보내는 애타는 문자와 사진 공세에 결국 졌다.
급히 주말을 껴서 항공권을 알아보니 터무니없이 비싸서 마일리지를 써서 시드니로 날아갔다.

내가 낼 수 있는 시간이 1박 2일밖에 안되서 가자마자 폭풍 관광을 해야 하는게 맞지만..
유명 여행지에 가서 기념사진 찍고 그런건 사실 우리 가족 스타일이 아니다.
여유롭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이게 우리 가족의 여행 철학이다.

결국 오페라하우스를 구경하고 식사를 한 게, 내가 시드니에서 한 전부다.
11시간동안 날아가서 한 게 그것밖에 없다고하면, 사람들은 너무 아깝다고 한다.
항공권도 아깝고 시간도 아깝다는 말에 나도 어느정도 동의한다.

그렇지만 난 그보다 더 값지고 큰 '엄마의 기쁨'을 얻었다.


이모는 내가 엄마의 부름에 응해서 한걸음에 달려왔단 사실을 칭찬했다.
내가 없었던 며칠동안 엄마가 우울해하셨다고 했다. ㅠㅠㅠㅠㅠㅠㅠ
그 말을 듣고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났다. ㅜㅜㅜㅜ

바쁘고 시간없다는 이유로 엄마와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던 지난 날을 후회했다.
효녀가 되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그냥.. 같이 있어드리는 것.
그것만으로도 엄마는 이렇게 행복해하시는데.
그 쉬운걸 지금껏 제대로 안 한 나는 너무 게을렀다.

이렇게 멀리 해외로 나오지 않더라도,
엄마랑 주말에 시간 날때마다 집앞 카페라도 가서 데이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호주의 날 국경일 기념 불꽃놀이는 별로다.



Screen Shot 2018-02-11 at 1.30.16 PM.png


어릴 때 시드니를 간 적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 난 기억이 잘 안난다.
어릴 때 좋은 거 비싼 거 해줘봤자 다 부질없다.

그래서인지 밤에 예쁘게 조명을 켠 오페라하우스를 보니까
사진에서만 보면 건축물을 처음 본 것 마냥 신기했다.

마침 그때가 '호주의 날'이라고 국경일이어서 대규모로 불꽃놀이를 한다고 해서 기대가 컸다.

기대를 한 내가 멍청이다.


불꽃놀이는 우리나라 여의도랑 부산 광안리 불꽃놀이가 더 이쁘다.
1월말에 시드니를 가시는 분들은 그 불꽃놀이를 굳이... 보지 않아도 된다.
진심으로.

Bennelong Restaurant 가보세요 !



주소 : Bennelong Point, Sydney Opera House, Sydney NSW 2000
홈페이지 : dimmi.com.au


Screen Shot 2018-02-07 at 5.55.50 PM.png


오페라하우스 안에 위치한 Bennelong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오페라하우스 안에 위치해서 주변을 구경하다가 들어가기 딱 좋은 위치다.
분위기도 좋고 서비스도 좋고 음식도 괜찮았다.
양은 좀 적어서 코스 시키고도 단품을 몇개 더 시켜야 하니까... 가성비는 별로다.
그치만 분위기랑 서비스로 커버가 되었다.

우리는 코스로 먹고 와인도 시켜서 가격대는 좀 있었지만,
저녁을 다른 곳에서 먹고 바에서 칵테일만 시킬수도 있으니까,
그 근처를 지나가시는 분들은 한번쯤 가시길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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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잘 읽었습니다
오늘 계정 등록한 초보입니다
선팔하고갈께요 보시면 맞팔부탁드립니다 꾸벅

여행이라 부럽습니다.
내년에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런 멋진 풍경 담아오고 싶네요 ㅎ

어린 아이들이 있어서 쉽게 어딘가로 여행가기가 힘드시죠? ㅜㅜ 그래도 한번쯤은 국내 여행도 참 좋을 거 같아요 :)

저에게도 깊은 향수가 있는 곳 이랍니다. 오페라하우스 막상 가까이다가가고 안에서 공연보면, 별거 없네! 라고 실망들 많으신 곳인데ㅎㅎ 기차타고 서큐리티 지날때 가장 예뻐보이는 곳. 크리스마쓰 때 하버브릿지에서 보는 불꽃놀이는 나름 운치가 있답니다. 여의도는 주차와 사람에 너무 치이다 보니.어느새 멀리서 보게 되더라구요. 어릴때 생각 나네요

시드니에서 어릴때 거주하셨어요? 우와 그럼 호주에 대해서 빠삭하시겠어요! 제 지인중에도 멜버른 대학 나오신 분들 몇분 있어서 호주가 얼마나 살기 좋은지에 대해 많이 들었어요 ㅎㅎ

정말 멋있네요...
레스토랑도 너무 멋지고.
좋은 추억 보내신거 같아 보기 참 좋습니다~

저 레스토랑 정말 잘 지었더라구요 ㅎㅎ 시드니 가시게 되면 음료수 마시러 한번쯤 들러도 좋을거같아요 :)

같이 있는 것 만으로도 힘이 될때가 있죠 그런의미에서 시드니까지 가신 건 정말 하나도 아깝지 않은 거 같아요

그래도 새해 기념으로 어머니께 자그마한 기쁨이라도 드린거같아서 스스로 뿌듯해요 ㅎㅎ

와 피곤하셨을 일정인데 그래두 어머님이 너무 행복하셨을꺼같아요!ㅎㅎㅎㅎㅎ

갔다와서 전 피곤에 쩔어서 골골댔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모습 보고나니깐 기분은 가벼웠어요 :)

힘내세요! 짱짱맨이 함께합니다

어릴 때 좋은 거 비싼 거 해줘봤자 부질없다에 강하게 끌리네요.
본능적으로다가...ㅋㅋ

ㅎ 어머니를 위해서 비싼돈들여서 호주까지 가신게 너무 대단하네요. 저 같은면 그렇게 못 할건데. 저도 한번 저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네요 어머니 기쁨을 위해서 그러다니

전 아직 미혼이고 쌓아둔 마일리지도 있어서 할 수 있었어요^^; 당연히 결혼하셨으니까 그러기 힘들죠 ㅠㅠ 그리고 단순히 엄마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그만큼 제가 엄마한테 받은게 많으니까요.ㅎㅎ 그리고 엄마 핑계로 저도 시드니 잠깐이라도 볼수도 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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