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병에서 벗어나기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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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빈정 상할 때가 있다.

내가 언제 빈정 상하는지 보면 보통 내가 예상한 바가 아닌 상대방의 반응을 볼 때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요즘 두돌이 다 되어 가는 딸아이가 핸드폰으로 우리 가족들 사진을 자주 찍어준다.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옆에서 지켜보고 자기가 조작하는 법을 깨우친 것을 보면 엄마로서 그리도 신통방통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자랑스러운 마음에 ‘딸아이의 작품전: 집안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SNS에 딸아이의 가족사진 작품(?)을 올렸는데 첫 댓글이 바로 이것.

“집 너무 정신 없는거 아냐?”

………………………… (ㅡ_ㅡ)

그 친구는 내가 출산 후 딸아이가 돌이 아직 안 되었을 때 딸과 같이 셀프로 행복하게 웃는 사진을 올렸는데
“살 쪘네” 라는 댓글을 남긴 적이 있었고,

아이가 이유식을 입에 다 묻히며 씩 웃는 모습이 귀여워 사진을 올렸는데 “너무 지저분하게 먹네” 라는 댓글을 남긴 적이 있다…
(이것 보시라. 나는 시간이 지나도 이러한 그 친구의 사소한 댓글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그 친구는 기억에도 없을 것이다)

근데 악의를 가지고 나한테 그런다면 그냥 무시하면 그만인데그 친구는 종종 내가 보고 싶다며 나를 좋아해주는 친구다. 그냥 그 친구 스타일이 그 모양(?)인 것이다..

나의 영원한 남의 편도 이러한 남이 기분 좋은 것을 그냥 가만히 못 봐주어 결국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신통방통한 재주를 가졌는데 이를테면 이러하다.

나와 처음 서로를 알아가던 시절 나는 그 앞에서 즐겁게 웃었는데 그러한 나를 보며 하는 말:

“왜 이렇게 오버스럽게 웃어”

…………………… (ㅡ_ㅡ)

그리고 내가 윗치아가 약간 돌출형인데 내가 또 기분 좋아 웃고 있으면 그는 말없이 나의 치아를 지긋~이 눌러주곤 한다…

그리고 시어머니께서 밥을 밥솥에 해놓으라고 십분전 연락이 오셔서 나는 분명 연락을 받자마자 쌀을 씻고 밥통에 밥을 하려다가 잠깐이라도 쌀을 불려놔야 할 것 같아 쌀을 불리고 있었는데 금방 집에 들어오시더니 왜 아직도 밥 안 해놨냐고 타박하실 때.

이럴 때 나는 빈정이 상하곤 한다.

나는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 의도도 없었고
그저 나의 행복을 즐기고 있었고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했다고 생각했으나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대방의 반응을 볼 때,

‘그래 미움은 그저 나를 파괴할 뿐이야’ 라는 생각은 어느새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가버리고 갑자기 내 가슴에서 무언가가 울컥하며 무표정으로 변할 지경이 되어 버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전의 착한 병에 걸린 나 같았으면 비록 속으로는 울컥하지만 겉으로는 전혀 울컥하지 않은 척 (하지만 다 얼굴에서 티가 난다고 주위에서 말했었다..)

나는 그것에 대해 쿨한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거나 혹은 그냥 뚱한채 나 기분 상했소~ 라는 분위기만 폴폴 풍기고 입을 꾹 다물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살다보니 그것이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장기적인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고

<감정 표현의 중요성>편 참고.
https://steemit.com/kr/@megaspore/8yhgd

이제는 나도 내가 빈정이 상할 때 적절한 방식으로 나의 빈정 상함을 표현하기 시작했는데

예를 들면,

행복한 나에게 찬물을 끼얹는 항상 그 모양(?)인 친구의
“집이 너무 정신 없는 거 아냐?”라는 댓글에는

“니가 와서 좀 치워줘 봐라” 라는 댓글을 바로 남기고(ㅋㅋ)

시어머니의 왜 아직 밥을 안 했냐는 타박에는 바로

“쌀 좀 불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쌀 불리고 있었어요.”
라고 바로 나의 입장을 말한다.

이렇게 사소하게나마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여실히 느끼고 있다.

왠지 억울한 나의 감정을 착한 척 하느라 꾹 참고
(겉으로는 다 티나는데도 불구하고)
표현을 안 했을 때는 나는 그 상대방에 대한 이러한 사소한 서운함이 나중엔 쌓이고 쌓여 정말 그 사람이 꼴보기 싫어지는 지경까지 오게 된다.

그것은 그 사람이 대단한 잘못을 했다기 보다 내가 그 사람에 대한 사소한 서운함을 쌓고 쌓아 이제는 너무도 견고해져 버린 탓이다.

그리고 착한 병에 걸린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이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면 그 상대방과 관계가 나빠질까봐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것인데

감정을 표현하면 그 순간에는 서로 조금 데면데면해질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그 사람도 나에 대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좋고 나는 그 사람을 더 이상 미워하지 않게 되어 좋다.

비록 상대방의 언행이 나의 마음을 상하게 했더라도 나는 이미 나의 상한 감정을 그에게 적절히 표현했기 때문에 억울한 마음도 사라지고 ‘그래 저 사람은 원래 스타일이 저 모양(?)이지~ 딱히 악의는 없어’ 하며 그냥 대범하게 넘길 수 있는 포용력도 생기게 된다.

나처럼 착한 병에 걸렸던, 혹은 걸려 있는 사람이 있다면 더 이상 상대방과의 관계가 나빠질 것을 두려워해 자신의 감정 표현을 억누르는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감정은 그때 그때 풀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큰 잘못도 없었던 그 상대방을
결국은 아주 크게 미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의 가슴에 서운함이 차곡차곡 쌓이기 전에
그때 그때 풀어버리자.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로써 우리는 더 존중받을 수 있고

서로 존중이 바탕이 된 관계여야만 오래 유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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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정상한건 그때그때 풀어줘야지 가지고있으면 나만억울하고 힘들더라고요 이상하게 상대방은 전혀모르고 ㅡㅡ참 공감되는 글이네요

맞습니다 말 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전혀 모릅니다 ㅡ_ㅡ
아무리 내가 그로 인해 기분이 상했어도 우선 내가 기분 상했다는 걸 표현하고 나면 그래도 기분이 풀리는 것 같아요~~ 정말 관계를 위해 참는게 능사는 아닌거 같아요~~

ㅇㅇ맞아요 말하지 않으면 만만하게 보더라고요 가끔 사이다멘트 정도는 아니어도 좀 날려줘야 상대도 막 안대하고ㅎ 착한병은 남을 위한 것이지 나에겐 도움이 안되는 병이에요 절대로

편한사람과 쉬운사람으로 분류되는건 상대방을 대하는 저의 태도에서 판가름 난다고 생각합니다. 님의 말처럼 마음을 적시에 맘상하지않게 위트있게 표현하고 넘어가는 센스 분명히 있어야할것입니다. 기본적인 존중은 서로에게 늘 필요하죠~보팅하고 갈께요

와!!! 저 메가스포어님하고 정말 비슷해요 ㅋㅋㅋㅋㅋ
저도 어렸을 때는 말을 직설적으로 하는 친구한테 매일 상처받았었는데 이제는 바로 받아쳐서 이야기해요 ㅋㅋㅋㅋ 그러니까 그 친구도 직설적인 표현을 약간 자제하더라고요 ㅎㅎ

마지막에 메가스포어님이 친구와 가족 분들에게 표현하신 부분 보고 사이다처럼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을 느꼈어요 ㅋㅋㅋㅋㅋ

송이님~~

공감해주시니 저의 마음도 사이다입니다 ㅎㅎㅎㅎ

저도 이제는 받아쳐서 얘기하려고 연습 중입니다 ㅎㅎㅎ

왜 나한테 저렇게 얘기하지? 나한테 무슨 억하심정이 있나?
왜 나를 오해하지? 이러면서

많은 생각을 혼자 머릿속으로 진행하면서 억울해하고 상대방을 미워하는 것보다 그냥 바로 받아치는게 우선 내 정신건강을 위해 좋고 상대방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위해서도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맞아요^^마음속에 담아두는것보다 그때그때
감정을 표현하는게 좋더라구요..
오히려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려다보면
그감정이 쌓여 나중에 역효과가 나더라구요ㅎ
오늘도 좋은글 잘보고 가요^^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려고도 많이 해봤는데 결국 이해하는 척 자신마저 속이고 그냥 맘속에 꾹꾹 쌓아두다가 한번에 크게 폭발한적이 많아요>< 그때 그때 적절히 표현하는게 장기적으로 보면 더 좋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 본인 정신건강을 위해 좋은 것 같습니다^^

인생에 미덕중 하나가 '아첨' 이랍니다.
보통 아첨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지만
상대의 비위를 맞춰준다는 의미에서
반드시 나쁜것 만은 아닐 수 있지요.

상대를 배려해 주는 사람을 가까이 하는게 좋지요.
오랜 친구라도 배려를 하지 않는 사람은 사실
친구라고 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의도적이건 아니든 상관없이요.
점잖게 한번 요청할 수는 있겠지요.
"나는 너가 장난으로라도 그렇게 표현하는게 좀 불편해.."라구요.
그걸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친구라고 할 수 없지요.

가족이 나를 불편하게 하면
참 괴롭지요.
외면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용기가 필요하니까요.

잘 풀어 가시길 빕니다.
자꾸 시도해 보는거지요..

그걸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친구가 아니다 라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자꾸 시도해봐야 겠습니다~~~

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스타와 팬은 서로 존중이 바탕이 된 관계가 될 수 있을까요?

아뇨.

스타가 갑입니다.

ㅠㅠ
저는 병과 정을 개척해야겠습니다 ㅋㅋㅋ

혹시 저 부르셨어요? 착한병에 걸린사람?

근데 전요. 그냥 제 천성인것 같아요. 전 전형적인 소심 A형이라 좋은 게 좋은거고 싫은 말을 잘 못해요.

착한 병에 걸린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이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면 그 상대방과 관계가 나빠질까봐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것

제가 싫은 소리, 직설적인 말을 잘 못하는건 상대방과 관계가 나빠질까봐 미리 겁먹고 그러는 걸수도 있는데, 천성적으로 그렇게 표현 안 하고 자라다 보니 나라는 사람의 성격이 그렇게 굳어졌네요. 그래서 상대방을 쉽게 오해하고, 혼자 끙끙대고.. 고쳐보려고 해도 잘 안되네요. 이 병 아무래도 저한테는 불치평인가봐요. 그래도 다행인지 불행인지 금방 잊어버리는 성격이라 마음에 담아두기 전에 금새 잊어버리고 마네요..

금새 잊어버리신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ㅜㅜ

저는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계속 기억하고 있는... 알고보니 이해하는 척 자신을 속이고 그냥 맘속에 쌓아두고 있는 거였어요..

좋은게 좋은거니 이해하려고 노력도 해봤는데 결국은 제가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그냥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그 사람한테 사과를 받지 않아도 그저 제가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많이 풀리더라구요~~^^

happyworkingmom님은 글을 보면 자기주장이 확실하고 싫은건 싫다고 딱 말하실거 같은 느낌인데 의외네요 ㅎㅎ 엄청 착하신 분이셨군요 :)

안녕하세요 megaspore님 정말 저만 느끼는 생각이 아니라는게 다행입니다.
그런 빈정으로 사람을 결국 미워하게 되는 순간까지 간 적이 있습니다.
아는 동생놈인데 아직 해결은 안됬지만 더이상 착한척하면 안될 것 같더라구요. ㅎㅎ 그래서 얼마전부터 마음을 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잘해줘서 만만하게 봤나 이런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ㅎㅎ
공감가는 글 잘 보고 가네요^^ 즐거운 저녁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어차피 계속 이해하는 척 하면서 그 사람을 점점 미워하느니 차라리 그냥 나도 빈정 상했다는 것을 적절히 표현하는 것이 우선 내 정신건강에 좋고 장기적으로는 그 사람하고 관계에도 좋은 것 같아요~~

너무 잘해주면 조금은 만만하게 보게 되는 것이 사람 마음인 것 같습니다~~

꼭 남녀관계가 아니더라도 인간관계에서 '밀고 당기기' 는 중요한 것 같아요~~ 계속 잘해주는 것만이 해답은 아닙니다~~

네 맞습니다. 아는 동생놈이라 도와주기만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자꾸 본전생각나게 만드네요 ㅎㅎ 그저 주고 말면 될 것을 말입니다. 정말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는 듯 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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