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무작정 119 누른 써니, 5살의 묵비권 - '엄마공무집행 방해' 혐의 현행 체포... "5살 땐 안 누를게요" 훈방조치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7 years ago

(인터뷰) 무작정 119 누른 써니, 5살의 묵비권

  • '엄마공무집행 방해' 혐의 현행 체포... "5살 땐 안 누를게요" 훈방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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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서관에 울려퍼진 낯선 남성 목소리

지난 12일 트리 씨는 아내에게서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막내아들 써니(5, 사진)가 '대형사고'를 낸 것이다. 아내의 말을 종합해보자면 사건은 이날 오후 아내가 자원봉사하는 도서관에서 일어났다. 유치원에서 돌아온 써니를 도서관에서 놀게 해 놓고, 책 정리와 출납관리 등의 일을 하며 바쁘게 움직이던 아내는 어디선가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를 들었다. 두리번거리던 아내는 낯선 남성의 목소리가 써니의 손 안에 있는 자신의 휴대전화 스피커폰을 통해 나오고 있다는 걸 알고,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써니가 전화를 건 곳이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119 구조대였다는 것을 아내는 잠시 뒤 도착한 문자메시지를 보고 알게 됐다.

"[Web발신] 119에서 긴급구조를 위해 귀하의 휴대전화 위치를 조회하였습니다."

  • 119 자동 위치추적… 엄마 "죄송합니다" 수습

아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119는 신고 전화를 해 놓고 아무 말이 없을 경우, 일단 위험 상황인 것으로 간주하고 휴대전화 위치를 조회해 출동하고 있다. 이는 112도 마찬가지다. 그대로 두면 119는 위치를 파악해 도서관으로 출동할 게 뻔했다. 아내는 급히 문자를 보냈다.

"아이가 모르고 눌렀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내의 조치로 상황은 끝났다. 써니는 '엄마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아내에게 체포돼 '5살 때는 119에 전화하기 않겠다'고 서약한 뒤 귀가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트리 씨에겐 여전히 궁금증이 남아 있었다. 분명 써니는 119를 '모르고' 누르지 않았다. 그는 "119에 내가 전화했어요"라고 말했다. 트리 씨는 전날 써니가 유치원에서 교통박물관 견학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견학에서 119와 관련해 무언가를 배워 온 것이 틀림없었다. 써니는 '긴급통화' 버튼을 누른 것도 아니었다. 또박또박 1, 1, 9를 꼭꼭 눌렀다. 트리 씨는 14일 '화제의 인물' 써니를 만나 조금 더 알아보기로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119에 전화한 건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어..어.. (침묵) 어..어.. 내가 119 전화 했어요.

  • 왜 전화했는지를 묻고 있는데.
    ▶몰라요. 몰라요오~

  • 119 대원의 응답은.
    ▶몰라요~

  • 본인은 무슨 말을 했나.
    ▶몰라요~

  • 써니, 아빠 취재에 시종일관 "몰라요"

써니가 계속해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만큼, 이 건 자체에 관한 취재는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 하지만 평소 써니의 행동으로 미뤄, 궁금증을 잘 참지 못하는 성격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번에도 교통안전 교육을 받던 중 들은 119에 전화를 하면 누가 어떻게 응대할지 등에 관해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써니의 묵비권엔 아직 복잡한 말을 전달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구구절절 설명하기 싫었던 이유도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는 전날 유치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내 주는, 문장을 외워 엄마에게 전달하는 '오늘의 언어전달' 과제를 하면서 "몰라요. 이제 엄청 어려워요. 교통나라 가 본 입니다. 아 몰라요"라고 대답했다. 이날의 언어전달 정답은 '교통질서를 잘 지켜요' 였다. 유치원에서 '질서'가 뭔지는 알려주고 이런 문장을 전달했는지 궁금증이 일어나는 대목이다.

  • 변기를 욕조로, 턱걸이봉은 그네로 용도변경 달인 써니

써니는 궁금증을 잘 참지 못할 뿐 아니라, 특정 물건을 다른 방법으로 사용하는 재주를 가졌다. 그는 한창 걸음마를 연습하던 18개월부터 24개월 때까지 변기를 욕조로 사용했다. 자신의 몸 크기에 딱 맞기 때문이었다. 잠시 눈을 떼었다 사라지면 어김없이 변기에서 반신욕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써니는 요즘 이런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는 최근엔 트리 씨의 턱걸이 봉을 그네로 사용하고 있다. 트리 씨는 턱걸이 운동을 보조하기 위해 봉에 고무로 된 '풀업밴드'를 걸어놨는데 써니에게는 이것이 영락없는 그네였다. 그는 요즘 종종 자신만의 그네에 앉아 사색에 잠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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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써니가 트리 씨의 집에서 턱걸이 봉을 이용해 만든 그네에 앉아 생각에 빠져 있다.

한편 써니 위로는 큰형아(11)와 작은형아(9)가 있다. 그는 작은형아와 더 잘 노는 편이다. 큰형아보다 작은형아와 더 닮기도 했다. 써니는 큰형아가 종종 자신을 괴롭힌다고 주장했다. "큰형아가 (놀다가) 밀어요." 이런 주장에 대해 큰형아는 "네. 맞아요"라고 사실임을 확인했다.

대담 : 트리 기자 [email protected]
정리 : 시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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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기사 실화입니깤ㅋㅋㅋㅋ

근데 끝에 메일주소는 또 뭔가요 ㅎㅎㅎ

기사 실화입니다. ㅋㅋ

아, 메일주소는 아님. ㅋㅋㅋ

트리님~~ 이벤트 손그림 받아가세요 ^^ 참여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이렇게 하나씩 아드님과의 추억이 쌓여 가는 소중한 시간들인 것 같습니다 ^^

앗앗!!! 드디어!?
손그림 보러 갈께요!! 감사합니다!! : )

ㅋㅋㅋ글 솜씨가 대단하신데요?! 기대한만큼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D
결국 119사건의 범인 써니군은 "몰라요"만을 남겼네요 ㅎㅎ
큰일 없이 지나가서 다행입니다 :)

필력이 대단한 것은 시호님이 현직 언론사 기자시거든요~
혼신의 힘을 다하신 것 같습니다- ㅎㅎㅎ
너무 재밌게 잘 써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ㅎ

어른들은 큰 일 없이 지나가 다행이라 생각하는데, 정작 막내는 다른 이벤트 없나 싶은 눈치예요 ㅋㅋ

시호 기자님이 500 팔로워 이벤트로 저희 막내 아들 써니의 인터뷰 기사를 재미있게 작성해 주셨습니다. : )

감사드립니다!! ^_________^

Interesting story, I need google to translate though :) Followed you!

Thanks a lot!

제목 보고 깜짝 놀라 들어왔습니다.
이거 낚시 아닙니까~ㅎㅎ

낚시 맞습니다. 낚시! ㅋㅋㅋ
시호님 500 팔로워 이벤트 당첨돼서 기사 써주셨어요~ ㅎ

아 진짜 너무 귀엽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너무 재밌게 봤네요!!!써니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갑니다

네- 저희 막내 엄청 귀엽습니다. ㅋㅋㅋ
어제 밤에 포스팅한 dsound 포스팅도 강력!! 추천합니다!

https://steemit.com/dsound/@mastertri/sunnytomato

ㅋㅋㅋㅋ 써니때문에 모두에게 재미난 추억이 생겨난듯 하네요~ㅎㅎ
써니엄마 진짜 무사하신거 맞죠? ㅋㅋ

써니엄마는 지금 몸져 누워 계십니다. ㅡ.ㅜ
딱히 이 사건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

써니의 노래 선물도 한번 들어보세요 ㅋㅋ

https://steemit.com/dsound/@mastertri/sunnytomato

ㅋㅋㅋㅋㅋㅋㅋㅋㅋ써니 너무 귀엽습니다 .ㅎㅎㅎㅎㅎ
그네에 앉아있는 뒷모습도 너무 귀엽네요. ㅎㅎㅎㅎ
시호님의 기사 너무 재미있습니다.
저도 이벤트 당첨 되었는데 걱정이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러브흠님의 기사도 기대되는데요? ㅋㅋㅋ

화이팅입니다!! ㅎ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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