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골목길 탐방 8] 도심 속 시간여행, 밤의 덕수궁

in #kr-series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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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복판에 전통을 간직한 왕궁이 있다는 건 서울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경복궁, 경희궁, 덕수궁...

광화문 앞을 지나치면서도, 시청 앞 로타리를 스치면서도, 삼청동 골목을 들어서면서도 우리는 종종 서울 한복판에 옛 선조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것을 잊곤 하지요.

그러나 어느새 '고궁 달빛 산책' 프로그램은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빠르게 매진되곤 하는 스테디 셀러로 자리잡았습니다.

저는 그 중 덕수궁을 다녀왔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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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은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99번지, 지하철 1,2호선 시청역에 맞닿아 있습니다.

덕수궁의 예전 이름은 경운궁입니다.

이 곳은 고종황제와 인연이 아주 깊은 곳인데요,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했던 고종이 다시 돌아와 대한제국을 선포한 공간이자

덕혜옹주가 태어나 자란 곳이고, 고종이 숨을 거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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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곳곳에서는 대한제국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요,

중국에서 독립해 황제가 되겠다는 선포로 봉황 대신 용의 문양을 사용한 흔적을 궁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덕수궁에는 무척 인상적인 건물이 하나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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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석조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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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강암으로 지어진 이오니아식 기둥, 프랑스 궁정을 연상하게 하는 연못장식 등 기존의 궁에서 볼 수 없는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지는데요.

이곳이 일제시대 때 미술관으로 쓰여서 일본인들이 만든 건물이 아닌가 생각하시는 분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러나 이 건물은 1900년에 짓기 시작해 10년 만에 준공된, 고종이 심혈을 기울인 작품입니다.

조선이 쇄국주의 때문에 일본에게 외교권을 빼앗겼다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건물이지요.

국가를 빼앗긴 왕이라는 불명예 때문에 그 동안 고종은 나약한 왕이라는 오해를 받았는데요.

사실은 덕수궁에 최초로 전기를 들이고, 자동차를 들여오고, 커피를 즐기고, 석조전을 지은 무척 세련되고 지적인 왕이었다고 합니다.

나라를 빼앗겼을 때에도 그저 무기력하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독립국가로서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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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정관헌은 역대 왕들의 초상화인 어진을 모아 놓은 장소였다고 합니다.

사방이 트여있고, 지붕은 동양식이고 기둥을 두른 난간은 서양식으로 지어졌지요.

서양식 난간에는 사슴, 소나무, 당초, 박쥐 등 전통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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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석어당인데요.

석어당은 선조가 임진왜란 중 피난갔다가 환도하였을 때 묵었던 건물입니다.

그리고 광해군이 인목왕후를 유폐시킨 곳, 인조반정이 성공한 뒤 광해군의 죄를 문책했던 비운의 장소이지요.

임진왜란 때 모습 그대로는 아니고, 덕수궁의 대부분의 건물들이 1904년 화재로 소실되었기 때문에 그 이후에 다시 중건된 모습이라고 해요.

역사 공부는 이쯤 하기로 하고, 덕수궁 곳곳을 거닐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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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빌딩에 둘러싸인 궁내를 걷고 있자니 꼭 조선시대로 타임워프 해 온 기분이었습니다.

덕수궁에는 건물과 건물을 연결하는 비밀 통로가 있다고 해요.

아내가 처참히 살해당하고, 아관파천의 수모까지 겪어야 했던 고종은 침전과 집무실에 위기 때 언제든 피신할 수 있게끔 비밀 통로를 설치했다고 하지요.

1900년대 초반에 다시 중건되어 아름답게 단장된 외관이지만,

덕수궁에는 조선말, 대한제국 시대 조선의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정보 하나 더.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연인들이 헤어진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사실 덕수궁 돌담길 끝에 요즘 시대에 '가정법원'이 있었다고 해요.

부부가 그 길을 걸어 법원에 가서 이혼 신고를 하고, 나올 때는 남남이 되어 따로 걷던 길이 덕수궁 돌담길이었던 거죠.

그래서 덕수궁 돌담길이 이별의 상징이 되었다고 하네요.

이제는 그 돌담길도 초록을 담아 푸릇푸릇 아름다워졌어요.

이번 주말, 덕수궁 야간 산책을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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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아름답습니다.
서울엔 궁도 있고 강도 있고 멋진 산도 여럿 있죠.
삭막하다고도 하지만 사랑스러운 도시예요.
덕수궁, 야간 산책 낭만적일 것 같아요.
서울에서 10년 넘게 살면서 제대로 서울을 느끼지 못하고 도망치듯 떠나온 것 같아 아쉬워요.
별님, 사진 보며 아쉬움을 달래어 봅니다.^^

서울은 떠나 있을 수록 매력을 알게 되는 도시인 것 같아요. 전 외국 나갔다가 들어올 때 한강 볼 때마다 울컥 하더라고요. 지금은 어디 살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사는 그 곳의 골목골목도 한 번 탐방해 보시길~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아요^^

전 대구에 있어요. 대구의 골목 탐방 나서 볼게요.^^

사진 색감이 너무 좋네요 굿

칭찬 감사해요^^ 자주 놀러오셔요~!

넵 제가 종종 사진 구경 하러 가겠습니다 ㅎ

오~~~~ 부럽습니돠~!!!! ㅎㅎㅎ

정말 좋아보이죠? 꼭 한 번 다녀오셔요^^

지구별님 덕분에 저도 눈호강 하네요!
창덕궁 창경궁 야간개장 여러번 신청해 봤는데 한번도 성공을 못했어요. 덕수궁은 어떤가요? 여기도 아무때나 개방하는건 아니죠?

서울 도심에서 근무를 하면서 궁을 좋아하고 자주 갔는데 야간에는 한번도 못가봤네요. 덕분에 잘 구경하고 가요^^

저는 사실 주말 낮에 간 건데 해가 져서 자연스럽게 밤 산책이 된 거였어요^^ 앞으로 밤이 점점 짧아져서 이런 기회는 잘 없겠지만, 주말 느지막히 한 번 다녀 오시는 거 좋을 것 같아요^^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하 해가 질무렵에 가셨던 거였군요^^
어제보니 저녁 6시에도 엄청 환하더라고요.
가을에 시도해 보는것으로 할게요!!^^

사진 너무 멋지게 잘 찍으시네요! 잘 보고갑니당 ㅎㅎ

고맙습니다^^ 더 열심히 노력하는 지구별 될게요!

사진이 정말 멋지네요. 보팅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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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이벤트 참여 감사합니다!^^
보팅하고 갈게요!★

석조전이 고종이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군요 ~
그리고 저번 처럼 경의선 숲길 포스팅 사진 중에 하나를
제 포스팅 대표 이미지로 사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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