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눈썹을 붙이고 / 홍계숙]
[속눈썹을 붙이고 / 홍계숙]
바람이 부는 날
마음 한자락이 허전한 날엔
마르지 않는 샘물을 찾아서 동행의 길이를
한 뼘은 늘려보려 하네
눈썹과 시야의 거리는 앞차를 놓친 거리
내 안에 촉촉한 눈물샘의 근처
키 작은 풀잎이 천천히 자라는 자리
허전함의 길이만큼 빳빳한 일탈을 덧대어
찰칵찰칵, 셔터를 누르듯 거리에 서면
보드랍게 쓸어주는 바람의 손길이
낯선 나를 일으켜 세우네
세안이 길어지고 동행의 고리가 느슨해질 때
자고 일어나면 베갯잇에,
왼쪽 혹은 오른쪽 빰에 묻어있는
까만 초승달 몇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