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27. 스팀 부진의 이유는 그 근본 구조때문입니다. (19.05.09)

in #kr5 years ago

사실 이 포스팅은 이번에 생각 중인 포스팅들의 마지막, 즉 결론 부분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오늘 KR 커뮤니티의 한 축을 담당하시는 증인 @clayop 님이 최근의 스팀 부진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전해 오셨고 여기에 반대하시는 분들의 의견도 많이 나온 상태이기에 저 역시 다른 분석보다는 좀 더 결론을 빨리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스팀 시세는 왜 부진할까?


저는 스팀에 큰 투자를 한 투자자는 아닙니다.
어차피 거래소에 있는 모든 코인들의 매수 가격이 어디 가서 암호화폐 투자한다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의 수준이고 스팀은 그중에서도 비중이 적습니다.

저는 그저 다른 많은 분들과 마찬가지로 스팀잇에 애증을 가지고 있는 사용자의 한 사람입니다.

과거의 어뷰징 논란부터 지금의 부진까지 대부분의 이슈에서 크게 KR 커뮤니티의 주된 의견은 두 부류로 나뉩니다.

사용자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보자면 이 문제는 어느 한 쪽이 책임이 있다기보다는 스팀잇이라는 생태계 자체의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스팀, 스팀잇의 성공은?'

과연 우리가 정의하는 스팀, 스팀잇의 성공은 무엇일까요?

단타가 목적이 아니라면 아마 스팀잇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스팀 가격이 우상향하며 더 이상 비트 코인의 영향을 받지 않는 '알트' 취급을 벗어나는 것이겠죠.

하지만, 이 성공은 투자자와 사용자 입장에선 상당히 모순된 결과물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스팀잇이 사람들로 넘쳐 난다면, 내가 받게 될 몫이 줄어듭니다.
스팀 가격이 우상향 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손해가 발생합니다.
반면 사용자 입장에선 사람이 많아질수록 좋죠.

냉정하게 말해서 투자자 입장에선 자신의 지분이 차지하는 비율은 유지되면서 사용자는 늘어나는 게 가장 최선의 상황입니다.
그다음이 내 지분 비율이 줄더라도 스팀 시세가 그 이상으로 올라주는 것이고요.

반면 단순 사용자 입장에선 채굴되는 수익은 모두 스팀 파워라는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가져가고 자신의 몫은 보잘것없습니다.
글 써서 돈 번다고 해서 왔지만 돈이 안 되죠.
어차피 보상은 보팅 봇이나 특정 태그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은 거의 받기가 힘듭니다.
단순히 글을 쓰고 남들과 소통하는 재미?
스티미언들이 보팅이라는 공생 관계이기에 아주 극소수를 제외하면 타인의 글에 부정적인 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 좋은 점일뿐, 피드백이라는 측면에선 기존 플랫폼들과 인구 수에서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댓글도 달려야 의미가 있는 것이지 지금처럼 일반 유저들은 댓글 1~2개 받기도 힘든 상황에서 무슨 SNS 적인 재미가 생기겠습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계속 떠나는 겁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유저 감소가 계속되면서 이익이 계속 줄고, 단순 사용자는 이곳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스팀잇을 유튜브 같은 플랫폼으로 발전시켜서 거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나누면 된다는 것이죠.
앞으로 등장할 SMT 도입이 바로 이것입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그저 꿈일 뿐입니다.

광고주 입장에서 왜 스팀잇 이어야 합니까?
조그만 가게 하나 하는 제가 봐도 스팀잇의 영향력은 하루 방문자 수 10 단위인 제 네이버 블로그보다도 못 해 보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스팀 구매는 법적으로 전혀 처리가 안 됩니다.
기업에서 스팀에 투자할 필요도 없지만 설사 매력을 느낀 기업도 투자를 못 하는 건 현재 암호화폐는 법적으로는 탈세에 가까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소수의 투자자들에 의해 이끌어질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처음부터 의도된 것이고요.


'왜 스팀 파워인가?'

투자자들이 말하는 핵심은 스팀 파워 충전이 스팀 시세 안정에 기여한다는 측면입니다.
물론 이건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네드가 그렇게 설계했으니까요.

현실적으로 스팀은 스팀 파워 충전 외에는 쓸모가 없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보상을 얻기 위해서는 스팀 파워를 꾸준히, 그리고 많이 충전해야 합니다.

갈 곳 없는 스팀을 스팀 파워 충전으로 묶어 두는 거죠.
문제는 현재의 이 스팀 파워 인플레이션이 일반 사용자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작년 3월에 가입한 제가 처음 0.01 보팅을 찍은 게 여름 무렵입니다.
스팀 파워는 80 부근이었고요.

현재는 대략 500 정도 부근일 겁니다.
1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거의 6 배 넘게 늘어났죠.

출처 : 곰돌이 일기장 5월 8일

"0.02 보팅에 최소 1,023 스팀 파워 필요"

일반 사용자가 최소한 남의 글에 보팅 해서 수익을 발생시키려면 초기 투자금이 35만 원 이상 필요합니다.
저번처럼 스팀 시세가 급등하면 거의 두 배 정도 들고요.

이 진입장벽이 바로 사람들이 들어왔다가 떠나는 이유입니다.

대부분의 사용자가 하루 보상 1 달러도 받기 힘든데 투자 없이 보상만 모아서 스팀 파워 인플레이션을 따라간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이 인플레이션은 지금처럼 시세가 급격히 하락하는 시기에 반대로 급상승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시세만 보던 투자자들이 대거 스팀 파워 충전에 나서기 때문이죠.

결국 이 모든 건 스팀 파워라는 수단을 통해 손쉽게 투자자를 모으고 시세를 유지하려던 욕심 때문입니다.
만약 스팀이 스팀 파워 충전 용이 아니라 하나의 화폐로서 사용되었다면 스팀을 기반으로 하는 자체 생태계가 가능했겠죠.

그렇지만 그런 생태계를 조성하는 건 대부분의 암호화폐들도 그렇지만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럼 남은 선택은 당연하죠.

사람들에게 스팀을 구매할 이유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바로 '스팀 파워 충전'을 위해서요.

결국에는 이 자체가 진입 장벽이 되어서 스팀잇을 침체로 빠지게 하는 겁니다.


'플랫폼 비즈니스와 반대로 가면서 플랫폼 비즈니스를 이야기하는 스팀잇'

네드, 그리고 투자자분들이 꿈꾸시는 광고 수익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입니다.

그럼 플랫폼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바로 압도적으로 많은 사용자 수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이 원하는 걸 공짜로 줘서 자신들의 플랫폼에 끌어 들여야 합니다.

그게 바로 스팀잇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의 실패 원인입니다.
플랫폼 비즈니스 시대에, 실패한 사례들이 선택한 길을 똑같이 걸으면서 왜 우린 실패할까 하고 매일 고민하는 겁니다.

스팀잇을 성공시키기 위해 스팀잇에 투자하세요?

스팀잇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폰지 사기나 다단계에 비유되는 게 이 부분입니다.
유튜브에서 유튜버들에게 광고 수익 받고 싶으면 구글 주식 사라고 하나요?
이게 스팀잇과 유튜브의 차이입니다.

집중화인 구글과 탈 중앙화인 스팀잇을 왜 비교하냐고요?
그건 집중화 / 탈 집중화는 누가 책임을 지느냐의 문제이지 플랫폼 자체는 같기 때문입니다.
플랫폼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도 같고요.
바로 활성화된 실제 사용자 수입니다.

실제로 스팀잇이 탈 중앙화라고 하지만 개정된 약관에 스팀잇은 스팀 재단의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구글처럼 플랫폼을 성공시키기 위한 기여는 전혀 하지 않으면서 스팀잇의 성공에 따른 이익만 가져가려고 한다는 비난을 받는 게 그 이유입니다.

사용자들이 스팀잇이 단순히 탈 중앙화 플랫폼이라고 해서 기존 플랫폼보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이용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심지어 돈도 투자해야 하지요.

오히려 그들 입장에선 스팀잇도 다른 플랫폼과 같은 선택지의 하나일 뿐입니다.

처음에는 글 써서 보상을 얻는 곳이란 점에 유입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돈을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는 당연한 사실을 알곤 곧 떠납니다.
그들에게 '왜 우리처럼 미래를 믿고 투자하지 않느냐'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소용없습니다.

정말로 스팀잇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구조를 바꾸지 않고선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네드 본인조차도 SMT 시대엔 스팀 파워 기반이 아니라 계정 기반으로 보상을 나누겠다고 하더군요.
처음부터 그랬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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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 잘 읽었습니다.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스팀합니다.^^

레이븐님처럼 열심히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
감사합니다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야 하는데
사실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매력적이지 못하다는게 사실입니다 ㅠ

재미가 있으면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됩니다

이게 플랫폼 사업의 핵심입니다

여태 가입비가 몇 십에서 몇 백 만원 단위로 드는 유료 플랫폼이 성공한단 이야기는 다단계 말곤 들어본 적이 없네요

돈 한 푼 안 써도 자기 시간을 쓰는 사용자도 다른 개념의 투자자입니다
그들이 전혀 만족을 얻지 못 하니 플랫폼으로서 가치가 없고 그러다보니 전문투자자나 기업들에게도 매력이 없어 보이는거죠

동의 합니다....
사람이 있는 곳이 돈이 되는 세상인데, 스팀잇은 사람이 많이 줄어서...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에요...... 차라히 네이버 카페가 더 매력적이게 보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요 몇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드네요.................

모두가 파워블로거를 꿈꾸지만 단순히 블로그로 돈 벌겠다고 네이버 블로그 하는 유저 비율과 스팀잇을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유저 비율을 비교해 보면 아마도 왜 유저 이탈이 심한지 당장 나오겠죠.

지속적인 수익을 주고 그로 인해 유입되는 인구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하는데 참 아쉽습니다.

@madefromreality님 곰돌이가 2.0배로 보팅해드리고 가요~! 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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