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임금 확정 , 정말 낙관론만 펼칠 수 있나 (18.08.03)

in #kr6 years ago

그 동안 뜨거운 이슈로 '을과 을'의 대립으로 논란이 된 내년 최저 임금이 8,350원으로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IMF 이후 사상 최악의 불경기를 겪고 있는 대다수의 자영업자와 중소 기업이 반발하는 가운데 대부분의 인터넷 여론은 이들을 비난하기에만 바쁩니다.

과연 최저임금은 대다수 지지자들의 희망대로 대한민국 경제에 희망을 가져올까요?
일본의 경제 불황을 보고도 아무런 고민도 없는 현 정부를 보니 이런 걱정을 하는 건 저만인가 봅니다.



최저 시급 1만원이 의미하는 것

최저 시급이 1만원까지 오르면 우리 사회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현 정부와 지지자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논리는 가계 소득의 증가로 인해 소비 지출이 늘고 이것이 곧 내수 소비 촉진으로 연결되어 대한민국 경제를 부흥시킬 것이란 기대감입니다.

일단 , 이론적으론 참 희망적인 내용이죠.

하지만 우리보다 훨씬 먼저 최저 임금 1만원 시대를 열었던 일본의 사정을 보면 과연 그런 말이 나올까요?



프리터족(族)에 대한 짧은 생각

일본에는 '프리터'라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아르바이트 2~3개를 하며 생계를 꾸려나가는 이들을 말하는 것이죠.
일본의 프리터는 버블 시기에 시작되었습니다. 뭘 해도 되던 그 시기는 프리터들도 먹고 살만한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버블이 붕괴되고 혹독한 경제 빙하기가 찾아오며 대다수의 사람들은 직업을 구하지 못한 채 거의 강제적으로 프리터가 될 것을 강요 받았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프리터를 선택했지만 사람은 거기에 적응을 하게 됩니다. 특히나 일본은 게임과 애니 등 오타쿠 콘텐츠 산업의 중심입니다. 괴로운 현실에 눈을 돌리고 프리터로 생계를 유지해나가며 이런 오타쿠 생활에 빠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이는 일본 경제의 근본을 무너뜨리게 됩니다.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제대로 된 직업 경력없이 단순 업무가 주를 이루는 프리터로 살다 보니 이제 경기가 회복되어도 정작 일할 사람이 없는 현실이 되어 버린 겁니다. 특히 일본의 급속한 노령 사회 진입은 이런 경제 기반 붕괴에 더 취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프리터는 결혼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니 이는 인구 감소를 더욱 가속시키기도 하고요.

아베가 열심히 돈을 뿌려도 일본 경제가 여전히 폭탄을 안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프리터' 양산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그럼 한국은 어떻게 될까요?


200만원 받기 힘든 세상 , 나도 프리터나?

게임 회사에 8년을 다닌 저의 최종 연봉은 2600 만원 정도 였습니다. 세금을 제외하면 한 달 200 만원이 안되는 돈이었지만 그래도 후배들보다는 넉넉하게 받는다는게 함정이었죠.

그나마 저는 팀이 막 인원을 늘리던 시기에 입사해서 1년만에 정직원이 되었습니다.
대다수의 후배들은 2년의 파견직과 2년의 계약직을 거쳐야 정직원이 되며 그 비율도 높지 않았습니다. 제가 마지막 회사에서 일한 7년 동안 신입 초봉은 거의 동결과 다름 없었죠.

이런 현실은 비단 게임 업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지금도 우리 사회 대다수의 근로자들은 월 200만원이 안 되는 돈을 벌기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하루를 살아 갑니다.

근로소득자 절반 월급여 200만원 이하
월급쟁이 43%가 월급 200만원도 못 받는다

최저 임금 1만원 시대 , 하루 8시간 & 주 6일 편의점 근무만 해도 월 190 만원에 가까운 급여를 받습니다.
그 동안 한국 저임금 근로자들의 급여 상승폭을 고려하면 최저 임금 1만원 시대가 된다고 해서 지금의 연봉 수준이 그리 높아질 것으로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이제 구직자들은 선택을 해야 하죠. 월 200 만원도 안 되는 돈을 벌기 위해 편의점에서 일할 것인가 , 야근과 훨씬 과도한 업무를 맡아야 하는 중소기업에서 일할 것인가?
답은 뻔한 겁니다. 어차피 취업도 힘든데 취업해도 최저 임금 수준밖에 못 받는다면 차라리 개인 여가 시간이라도 즐겨야죠.
결혼이야 애초에 포기한 건데 뭐 문제될 건 없고요.

구직자들의 수요가 편의점과 같은 최저 임금이 적용되는 일자리로 향한다면 지금 중소기업이 겪는 인력난은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폐업이나 해외 이전을 고려하겠죠. 아니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더 늘거나요.
어떤 선택을 하던 한국 산업과 사회는 밑바탕부터 박살이 나는 겁니다.

지금도 배달대행 업체의 호황은 배달 인력 구인난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배달대행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이익이 되는 매장들도 있지만 정작 배달 인력이 필요한 곳마저도 이런 배달대행 업체 탓에 사람을 구할 수 없습니다. 자영업자들 입장에서는 배달 대행 앱이 새로운 매출을 발생시키는 면도 있지만 비용의 상승이라는 면도 있는 '양날의 검'입니다.




최저 임금보다 경제 구조 개선이 먼저

최저 임금이 정말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구조 개혁이 우선 되어야 합니다.
자영업과 중소 기업의 매출과 임금 수준이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에서 과연 이들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한국 경제가 호황을 맞을 수 있을까요?

최저 임금 상승은 결국 전반적인 근로 소득이 오르거나 경제 밑바닥이 흔들리는 양면의 도박입니다.
최저 임금 상승이 찬성론자들이 말하는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먼저 소비 향상에 따른 매출과 이익 개선이 우선 되어야 합니다.
현재의 최저 임금안은 일방적으로 또 다른 을인 자영업자와 중소 기업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정부 입장에서는 가장 윗 부분에 있는 갑들을 견제할 정책을 추진하기도 어렵고 , 설사 그런 정책을 추진해도 그것이 반드시 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이 정부가 끝나기 전에 그 효과가 나오기도 어렵고요.

결국 선거의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들로써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가 빠른 정책을 추진하는 거죠.

문제는 국민 대다수가 이것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전혀 관심도 없다는 겁니다.


정말로 최저 임금이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근로자 소득 향상에 기여한다고 예상해 보죠.
그럼 기업들은 직원 월급을 올리는 만큼 제품 가격도 올려야 합니다. 만약 이러한 제품들이 다른 산업에 공급되는 원재료 산업이라면 당연히 원자재 상승으로 인해 전반적인 제품 가격이 모두 오르겠죠.
이미 중국때문에 많는 산업이 경쟁력 확보를 못 해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인데 과연 임금 상승만큼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뭘 더 줄여야 할까요?

물가는 오르게 되는데 과연 급여 상승이 정부와 지지자들이 기대한 만큼의 소비로 연결될까요?

어차피 월급이 오르면 물가도 오르게 됩니다. 어느 쪽이 더 크냐가 문제긴 하지만요.
지금도 가계 부채는 끝없이 오르는 중인데 월급 좀 오른다고 생활이 얼마나 달라질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물가 상승도 못 따라가는 현재의 한국 노동 시장이 정상이라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임금 상승이 꼭 현재의 낙관만 가져온다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경제 정책은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위한 감기약이 아닙니다.
당장 시급한 상처들에는 응급 조치가 필요하지만 이미 '반도체 호황'도 끝이 나가는 마당에 과연 한국 경제가 지금의 문제점을 그대로 놔둔 채 상처만 봉합한다고 낫게 될지는 의문입니다.




최저 임금이 아닌 다른 원인이 문제라면 왜 그건 해결하지 않나?

현 정부와 지지자들의 논리는 자영업과 중소 기업이 힘든 건 대기업과 건물주의 갑질 때문이지 알바생들의 최저 임금 탓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럼 과연 정부는 그러한 갑질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요?

상식적으로 정말 이런 갑질 때문에 자영업자들과 중소 기업이 힘들다면 그 구조를 먼저 개선하고 그들에게 알바생들을 위한 희생을 요구해야 정상이 아닌가요?

한국에서 자영업을 한다는 것은 사람 대접 못 받을 걸 감소해야 하는 일입니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자영업 힘들다고 하면 온갖 조롱과 모욕을 받죠.

당장 정부만 해도 사업자 등록만 되어 있으면 소득에 상관없이 각종 세금을 걷어 갑니다.

매출이 비용을 충당하지도 못 할 지경이라도 일단 사업자 등록만 있으면 '먹고 살만 하다'며 세금을 걷어 가죠.
당장 밥 사먹을 돈이 없어도 국민연금은 내야 하는게 자영업자 입니다.

“생존 저항 시작할 것”…‘자영업 분노’ 거리로 나선다
최저임금에 분노 … “700만 자영업자 국민저항권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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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생각과 공감의 글
감사합니다 ^^

2017연말 2018 지속적인 폐업 릴레이로
하루가 멀다하고
자주 방문했던 점포마저 사라져버리더군요...
이렇게 지속되다
공동화 현상
유령화 현상으로
자영업과 대부분 경제 활동은
중단되리라 보입니다...

bluengel_i_g.jpg Created by : mipha thanks :)항상 행복한 하루 보내셔용^^ 감사합니다 ^^
'스파'시바(스빠씨-바)~!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제 0회 짱짱맨배 42일장]5주차 보상글추천, 1,2,3,4주차 보상지급을 발표합니다.(계속 리스팅 할 예정)
https://steemit.com/kr/@virus707/0-42-5-1-2-3-4

5주차에 도전하세요

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차라리 일본처럼만 되어도 나을수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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