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처치 완전정복 4. 누군가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을때! (심폐소생술 1)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6 years ago

오늘의 주제는 제가 응급의학과를 선택한 이유와 관련이 깊습니다. 불연듯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행인이 있다면 그 사람을 누구보다 잘 살려내는 의사가 되고 싶다, 그러면 어느 과에 가야 하는가? 이런 생각을 했었던것 같습니다.

심폐소생술에 대해서는 의외로 자주 듣게됩니다. 포털사이트 1면에도 누가 심정지상태의 누구를 살렸다더라는 기사가 실리곤 합니다. 학교에서 군대에서 회사에서 교육을 받아본 분도 좀 있는, 나름대로는 익숙한 주제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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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생각보다 급성심정지의 빈도가 꽤 높습니다. 작년 한해 3만명 발생이니까, 1500명에 1명 꼴인가요? 평균 수명이 길어진만큼, 대사증후군과 암, 만성질환자에게서 더욱 빈번히 발생할 수 있는 급성심정지는 앞으로도 더 증가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가족중에 어르신이 계시다면, 심장이나, 혈압, 당뇨 등 만성 질환으로 시달리는 분이 있다면 더욱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17.9.26.SBS 급성심정지 한해 3만명...

그렇지만 누구나 실제상황이 발생하면 당황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요새는 119에 전화만 하면 구급대원들이 출동할뿐 아니라 스피커폰 모드로 바꿔놓고 담당자의 지시를 들어가며 혼자서도 환자를 처치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가이드라인을 1.2.3 넘버링해서 외우실 필요가 없는거죠. 어차피 인터넷에 뒤져보면 방법은 다 나옵니다.

심폐소생술에 대해 연재해보려고 하는데, 심폐소생술이 왜 그런 방법으로 이뤄지는지 원리를 이해하실 수 있으면 무척 뿌듯하겠습니다. (미국심장협회 2015년 가이드라인을 골자로 하겠습니다.)

Q1 공공장소에서 쓰러지는 누군가를 목격한적 있으십니까?

"일단 119에 신고하고 주위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야지~"
"심장을 30번 누르고 2번 호흡한다."
"심장을 분당 100회 눌러야 된다."
"아니! 호흡없이 심장 마사지만 하면 된다더라!"

심폐소생술 교육시간에는 처음하시는 분들도 재밌어하고 잘합니다. 몇 가지 숫자가 눈에 들어오고 기억에 남는 듯도 합니다. 실제 상황을 마주하면 좀 달라집니다. 대부분 당황스럽고 내가 뭔가 잘못하여 환자에게 해를 끼칠까봐 두려워서 나서지 못했다고 하십니다. 추석, KTX를 타고 고향에 내려가는데 내 앞의 승객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려는데 분당 100회, 심장을 30번, 깊이는 몇센치? 이런 방법들이 기억이 날까요? 그리고 반드시 그렇게 하지 않으면 Do no harm 이 아니라 Do harm 이 될까요?

이상한 숫자들은 기억도 안날꺼고, 반드시 그렇게 해야하는 것도 아닙니다.^^ 실전 상황으로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Q2 역전에 앉아 다음 지하철을 기다리는 당신은 급히 내리던 어르신 한분이 문에 끼이고 의식을 잃고 쓰러짐을 목격합니다.. 놀란 당신의 머리속은 하얗습니다. 어떡하죠. 일단 심장 누르면 될까요? 119불러야 될까요? 소리를 지를까요?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심장을 누르는 것보다 중요한것이 아래의 세 가지 원칙입니다. 세가지가 이뤄지면, 그 다음부터는 진짜 쉽습니다.

  1. 주위가 안전한가요?
  2. 도움을 요청합시다. 119도 좋고 주위사람에게 부탁해도 좋습니다.
  3. 처음보는 어르신이지만, 좀 예의없이 큰 목소리로 말을 걸어보세요. 대답을 안하면 죄송하지만, 강하게 두드려보세요. 전혀 반응을 안보인다면 설마 숨도 안쉬나요?

1. 주위가 안전한가요?

대원칙 1번은 추가 사고의 위험을 없애는 것입니다.환자의 위치가 안전하고 응급처치를 하는데 문제가 없어야만 합니다. 게다가 어르신을 살려야할 우리 당사자들의 안전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합니다. 역전의 지하철 문가는 위험하겠죠. 그리고 어떤 처치든 하기에 쉽게 평평한 위치에 환자를 눕힙니다.

2. 도움을 요청합시다.

그 누구도, 혼자서 사람을 살릴수가 없습니다. 주위에 나밖에 없다면 큰소리로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119에 전화를 합시다. 사람들이 많다면 119신고 요청을 합시다.

사실 이것까지만 하시면 이후의 걱정은 필요 없습니다. 119에서 전화를 받고 응급의료지도를 시행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도 순서대로 해야 할 것들을 알려줍니다. 스마트폰을 스피커 모드로 변경하고 통화를 하면서 심폐소생술을 하면 숫자도 세줍니다. 속도도 맞춰주고, 119 구급대원분들이 도착할때 까지요.

3. 말을 걸어보세요. 두드려보세요. 설마 숨도 안쉬나요?

나른한 토요일입니다. 남편이 점심이 되도록 쿨쿨 잡니다. 근처에 다가가서 소리를 질러봅니다. "아저씨 이제좀 일어나지?" 근데 대답이 없네요. 그럼 의식이 없으니까 119에 신고하지는 않죠. 이쯤되면 발로 좀 밟아줘야 됩니다. 때려주면 대부분 일어납니다. -> 환자의 의식을 평가하는 작업과 매우 유사합니다.

병원에서 의식을 평가하는 방법이 이렇습니다. 눈을 뜨고 있나? 말을 걸면 반응이 있나? 통증을 주면 반응 하냐? 이걸 정도에 따라 점수를 매기거나(GCS) yes or no(AVPU) 로 나누는 겁니다. 그렇지만 비의료인이 의식상태를 정확히 평가하는 것은 도저히(본인 멘탈도 안챙겨짐)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소리지르고 때려서 안 일어나면 의식 없는거죠!!! 강하게 자극을 준다는 측면에서,도저히 어르신께 못할 짓이다 멈칫 할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작정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면 심장을 누르는게 의식 있는 사람한테는 엄청 아픈겁니다. 심정지 환자가 아니고서야 깨어나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처음부터 확실히 소리지르고 확실히 통증을 주면서 깨워보세요.

의식이 있으면 다행... 의식이 없다면, 숨을 쉬는지 어떻게 확인할까요?
꽤 오래전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적 있으시다면, 환자의 호흡이 있는지 환자 가까이 얼굴을 대고 가슴이 들썩이는지 보면서 숨소리도 들어봐라. 보고 듣고 느껴라! Look, listen, feel!* 는 문구를 기억하실수도 있는데, 이제는 금지된 방법입니다. 왜 금지됐냐면 너무 오래걸려서; 그렇습니다. 사람 숨쉬는지 안쉬는지 그냥 딱보면 압니다. 하나도 안움직이고, 창백, 파랗게 질린 피부색을 보는 순간 끝. LOOK! 으로 끝나는거죠. 그런데 문제는 이상하게 숨쉬는 경우가 있습니다. 유튜브의 관련 영상을 첨부합니다.

Agonal Breaths in Cardiac Arrest - Would you notice?

Agonal Breathing

agonal breath : 임종호흡, 이상호흡, 힘든호흡... 등으로 번역이 되는데, 저는 뇌하품이라고 번역하고 싶습니다. 숨을 분명히 안쉬는데 갑자기 한번씩 하품하듯 하는 건데, 심장이 멈춰서 산소를 못받는 상황이 되니 뇌가 산소줘 하면서 하품하는 그런 상황인 겁니다. -> 그러니까 이런 환자는 의학적으로 숨을 못쉬는 겁니다. (정식 명칭이 아닙니다. 의료전공자가 아닌분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나름대로 명칭을 붙여봤습니다.)

의식이 있고 정상적인 호흡중이라면 다행입니다. 그렇지만 의식없이 숨을 안쉬거나 '뇌하품'을 하고 있다면, 어르신은 급성심정지에 빠졌습니다.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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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을 마무리 짓습니다. 종종 올라와 재밌게 읽고 따라하곤하는 "비개발자도 따라하는 xxx..." 이런거 생각하면서 쉽게 써보자 생각하는데... 어렵네요.ㅠㅠ

References

CPR/ECC 2015 guideline & updates

Tintinalli's Emergency medicine 8th ed.

Agonal Breaths in Cardiac Arrest - Would you notice?

Agonal Breathing

2017.9.26.SBS 급성심정지 한해 3만명...

image from wikim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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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배우지만 배울때만 기억나고 뒤돌아서면 잊는거같아요 ㅠㅠ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는데 이렇게 알려주시니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배운게.. 민방위훈련가서 배웠던거 같은데
정작 실전상황이 오면 할수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습니다.
잘읽고 갑니다^^

실전에서도 하실수 있을겁니다^^!

참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배웠고 적십자 수료증도 있었는데, 안 배우다보니 또 다까먹었네요ㅜㅜ해외에 있어서 전화서비스같은 건 이용하기는 힘들지만, 이렇게 글로 다시한번 상기시켜주시니 감사합니다 :-D

해외에 계시군요. 119는 다르겠지만 큰원칙은 동일하니까요^^ 도움이 되었다니 감사합니다.

심폐소생술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않죠ㅎㅎ 다음 이야기 기대하겠습니다ㅎ

많이 듣는 얘기라 고루해질까 걱정입니다..격려 감사합니다^^

알고 있으면 참 도움이 될텐데도 잘 안되는 것 중 하나인가 봅니다
급하면 당황도 되고...
좋은 글 고맙습니다

맞습니다 이상하게 잘 안됩니다ㅠ 의사들도 까먹고 당황하니까요ㅠ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의학상식!

말을 걸고 두드리고 하는 작업이 환자의 의식을 확인하는 것과 관련되니 매우 중요하겠군요 듣고보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데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와..핵심을 짚어주시니 감동입니다ㅎㅎ

✈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가 평소에도 항상 위급상황에 대비해서 무언가를 준비해두는 편인데 CPR 교육은 들어도 들어도 부족하지가 않네요 ㅎㅎ

더 좋은연재로 상황대비에 도움되어 드리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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