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중년 독서steemCreated with Ske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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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네이버 글감 검색

저자 : 이지상

여행자, 작가, 에세이스트.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던 해, 타이완으로 여행을 떠난 저자는 돌아와 대한항공에서의 직장생활을 뒤로하고 여행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해를 찾아보니 1989년이다.)

대학에서 여행과 여가에 대한 강의를 하며, 그동안 400여 개 도시를 여행하고 20여 권의 여행책을 썼다.





여행이 일상이었던 저자는 여행을 잠시 멈추고,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 책은 저자가 책 속으로 떠난 여행에서 만난 책들에 관한 이야기다.

한때 저자는 ‘나는 길에서 다 배웠다’라는 건방진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중년에 들어서면서 그 생각이 여지없이 깨졌고, 부모님의 죽음 앞에서 자신은 너무도 나약했었고, 이런저런 병으로 건강을 잃으면서 조금씩 무너져갔다고 말한다.

경제적인 문제 앞에서 궁색한 인간이 되어갔고,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많은 실수를 하며 이제 어디로 탈출해야 하나 생각이 들 때,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저자가 말하길, 중년의 독서는 청년 시절 일구어놓은 지식과 경험을 차곡차곡 수확하는 행위였다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삶의 고비를 넘기는 데 도움을 준 책들에 대한 내용이다.




저자의 생각에 동의되지 않는 부분들도 좀 있다.

예를들어, 이런 부분이다.

아무리 이름을 얻고 돈을 벌고 멋진 집에 살아도 자기 안에서 '성스러운 기운'을 느끼지 못하면 공허함을 느낀다.

근대화를 거치면서 유교적인 가치관도 상실되었다.

밀려 들어온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사회를 해체시켰다.


'성스러운 기운'이 없더라도 돈 벌고 멋진 집에 살면서 공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테다.

유교적 가치관을 계승하고 유지해야하는 것이 옳은가? 조선을 망하게한 가치관이 무엇인가.

현재 사회가 해체된 상태인가? 해체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때문인가.





아래부터는 책을 읽으며 기록해 둔 본문의 문장들 중 일부



산 너머에 무언가 있으리라는 희망을 안고 산을 넘었고, 강 건너에 무언가 있으리라는 꿈을 안고 강을 건넜다.

그곳 어디쯤엔가 있을 튼튼한 성채로 들어가면 영원히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산 넘어 산이고, 강 건너 강이며, 인생이란 이렇게 끝없이 길을 가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인간은 원래 가면을 쓰고 사는 존재다.

영어의 'person'은 어원적으로 가면 또는 탈을 뜻하는 라틴어 '페르소나persona'에서 왔다.

여기서 가면은 '표리부동'을 의미하기 전에, 사회에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기 위한 자신의 '역할'이라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




시골 사람들이 도시생활에서 가장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자유'라고 하지 않던가.

시골의 갑갑한 인간관계, 관습, 소문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자유가 지나치면 고독과 소외가 발생한다.

자유와 고독의 간격 사이에서 현대 도시인들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사람을 접하는 도시인들은 여러 개의 가면을 쓰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자신이 상처를 입지 않으면서 동시에 타인을 배려하기 위한 처사다.

현대사회에서 가면은 자신을 보호하고 타인을 존중하기 위한 삶의 도구다.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해지면 어딘가에 다니기도 힘들어진다.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해지면 삶이 문제가 아니라 죽음이 문제다.

"예순이 되면 많이 배우나 적게 배우나 같고, 일흔이 되면 자식이 있으나 없으나 같고, 여든이 되면 산에 있으나 집에 있으나 같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육체보다는 마음, 눈에 보이는 세상보다 보이지 않는 세상이 점점 다가온다.

또한 먼 곳보다는 가까운 곳, 가족과 친구와 이웃이 소중해진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함부로 사람을 판단했던가 돌아보게 되었다.

'알고 보면'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사정'이 있으며, 또한 논리적으로 쉽게 설명되지 않는 감정과 우연, 충동에 이끌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나만의 논리대로 성급하게 판단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삶의 의미에 대해 묻지 말고, 거기에 대답하라 - 빅터 프랭클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토론들은 일상생활과는 상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위기가 닥쳐왔을 때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에 따라 우리의 반응은 달라진다.

신의 의지가 사소한 인간사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사람은 간절하게 기도할 것이고, 신이 없다거나 있다 해도 미세한 인간사에 작용하지 못한다고 믿는 사람은 체념하고 운명을 받아들일 것이다.

한편, 실존주의적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은 자신의 선택과 의지에 따라 행동에 나설 것이다.




가족 간이든 친구나 이웃 간이든 간편하고 효율적인 것만 추구하는 세상은 싸늘하다.

죽음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가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싸늘함이 두렵고 서럽다.

따스한 정과 사랑과 연대감을 느낄 수만 있다면 죽음이 그렇게 무서운 것은 아닐 것이다.




언어가 '있는 그대로'가 아닌 부분적인 것을 표현하는 기호라는 것을 알아가면서 그 모든 글자를 조심스럽게 대하기 시작했다.

글자뿐만이 아니라 생각에 대해서도 거리 두기를 시작했다.

자기 생각이 자기 것이 아니고, 문득 밖에서 오는 '그 무엇'의 아바타가 되어 놀아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그것을 깊이 느낄수록 내용보다는 생각의 형성과정, 인식의 매커니즘에 대한 관심이 깊어갔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많이 알아갈수록, 경험이 깊어질수록, 차분하게 생각해볼수록 사실은 아는 게 없다는 것을 점점 느끼게 된다.

세상에 떠도는 것들에 대한 판단보다도 생각이 형성되고 사물과 세계를 인식하는 과정에 대한 탐구가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산 넘으면 산이고, 또 산 넘으면 산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인생의 수많은 모퉁이를 돌아도 다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태도가 내 삶을 시들하게 만들었다.

길모퉁이를 돌아서면 어떤 세상이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인데, '과거의 경험'이 '미래의 설렘'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 책의 본문에 등장하는 책들

  • 강상중, <도쿄 산책자>

  • 후지와라 신야, <황천의 개>

  • 오쿠다 히데오, <남쪽으로 튀어>

  • 알베르 카뮈, <이방인>, <시지프 신화>

  •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 프란츠 카프카, <심판>

  •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야간 비행>, <인간의 대지>

  • 오르한 파묵, <이스탄불: 도시 그리고 추억>

  • 김승옥, <무진기행>

  • 린다 리밍, <부탄과 결혼하다>

  • 서머싯 몸, <달과 6펜스>

  • 레나 모제, <인간증발>

  • 조나단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론>

  •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 미하엘 엔데, <모모>

  • 오정희, <중국인의 거리>

  • 로시 모드 몽고메리, <빨간 머리 앤>



202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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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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