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서 빼돌린 270억짜리 수표, 1억씩 쪼개진후 증발

돈세탁 거쳐 10여명이 나눠가져… 金 전 메트로폴리탄 회장이 주도
검찰, 金 해외도피처 파악 추적중

김봉현 체포때 업무수첩 2권 압수. 자금 흐름·필사한 성경 구절 적혀
정·관계 로비 의혹 규명에 초점

라임자산운용(라임)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부동산시행사 메트로폴리탄에 유입됐다가 사라진 2000억원대의 라임 자금 가운데 270억원이 수표 1장으로 인출된 뒤 1억원짜리 수표로 쪼개져 증발한 과정을 추적 중인 것으로 27일 전해졌다. 검찰은 이를 주도한 김모(47·도피) 전 메트로폴리탄 회장의 해외 도피처를 파악해 행방을 쫓고 있다.

또 라임의 배후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 대해선 600억원대의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확인했으며 그의 총 횡령액은 1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 측 자금 흐름 내용이 빼곡히 기재된 업무수첩 2권도 확보해 분석 중이다.

◇270억 수표 1장으로 인출, 돈세탁 후 증발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메트로폴리탄 현 대표인 채모씨는 지난 2월 서울남부지검에서 "2018년 10월 김 전 회장 지시로 제주메트로폴리탄이 필리핀 카지노 투자 명목으로 투자받은 라임 자금 300억 중 270억원을 수표 한 장짜리로 끊어 인출했다"고 진술했다. 이 270억원은 김 전 회장이 필리핀 등 해외 리조트 및 카지노 사업 명목으로 라임에서 투자받은 2500억원 중 일부였다. 채 대표는 구속된 김봉현 전 회장의 상장사인 스타모빌리티 2대 주주이자, 이종필(42·구속) 전 라임 부사장의 대신증권 시절 동료다.

270억원짜리 수표는 조폭이 포함된 해당 필리핀 카지노의 국내 주주 일당에게 들어간 지 3일 만에 자금 세탁을 거쳐 1억원짜리 수표 270장으로 쪼개졌고 10여 명에게 흩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 카지노 인수 자금이 국내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셈이다. 메트로폴리탄의 다른 해외 리조트 및 카지노 투자 사업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진행됐고 그렇게 사라진 돈이 2000억원대에 이른다는 것이다. 검찰은 해외로 도주한 김 전 회장이 필리핀과 태국, 마카오에 체류했던 동선을 파악해 그를 쫓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인터폴 적색 수배가 내려진 상태다.

◇자금 흐름 기재된 '라임 전주 업무수첩' 확보

경찰은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 빌라에서 김봉현 전 회장 일당을 체포하면서 김 전 회장의 업무수첩 2권도 함께 압수했다. 한 권에는 '무자본 기업 사냥'과 관련해 자신이 투자했던 상장사 지분 관계와 자금 흐름 내역이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한 권에는 성경 구절이 필사돼 있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다.

김 전 회장은 일단 수원여객 회삿돈 24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의해 구속된 상태다. 앞으로 서울남부지검이 진행할 '본체 수사'에서 그의 횡령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최대 1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말도 나온다. 법원의 양형 기준에 따르면, 횡령액이 300억원 이상이면 최대 11년의 실형 선고까지 가능하다.

검·경은 '김 전 회장의 업무수첩에 정·관계 로비 리스트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자신의 동향 친구인 김모(46) 전 청와대 행정관으로부터 금감원의 라임 검사 관련 정보를 빼낸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회장 주변에서는 "김 전 회장이 재향군인회 상조회 인수를 위해 여권 인사에게 거액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하는 증언도 나온 바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라임 피해액이 1조6000억원에 이르면서 환매 중단 사태까지 벌어졌지만 금융 당국의 대응은 이상하리만큼 소극적이었다"고 했다. 법조계 인사들은 "향후 김 전 회장 수사는 정·관계 로비 의혹을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