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벌써 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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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있는 듯한 시간은 늘 그랬듯 잘만 지나간다. 손에 있는 것들을 힘없이 흘려보내던 것은 무능한 나는 스스로를 의미없는 비교질과 자위하는 수준에 멈추어 있다. 시간을 멈추거나 또는 원하는 지점으로 빨리감기를 하는 능력을 가질 순 없지만, 그래도 꿋꿋히 잘 버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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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밥, 그 다음날은 빵을 먹는다. 사실 무엇을 먹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또렷하게 알지만 입맛은 없기때문이다. 하루는 성취에 불타올랐다가 하루는 내리 잠만 자는 기폭이 큰 일들의 연속과 함께 예상치 못했던 비보에 놀라 하루종일 펑펑 울기도 하고 어느날은 하늘높이 뛸것만 같기도 하다. 이토록 애처롭다, 늘 불안함과 공존해 왔던 나의 불안한 삶은. 무얼 하며 살 것인가, 무엇이 나를 정의할 것인가, 그 어떤것이 나를 경제적으로 지탱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어리숙한 고민은 끝나지 않고 정답 또한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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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묵묵히 견딜뿐, 모두가 힘드니 나도 그 힘든 흐름 속에 내 자신을 잠시 기댈 뿐. 오늘 하루 조금 더 긍정적으로 살아낸것은 맞는데 (아닌가?) 내가 과연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주었는가, 치열하게 공부하고 일하였는가 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기에 변명을 해야 할 것만 같다.
4
삶이 화성학의 보이싱 Voicing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보이싱이란 멜로디와 코드가 주어졌을 때 그 ‘하모니’내의 멜로디에 대해서 음을 배치하고 쌓는것을 말한다. 내게 주어진 환경 안에서 내가 무엇을 보느냐와 무엇을 배치하느냐가 적절한 하모니를 결정하고 삶의 방향의 키를 조정하게 된다는 맥락에서 같다고 보는 것이다. 이 보이싱을 쌓는 것처럼 답이 명쾌하고 깔끔하게만 있다면 삶은 얼마나 쉬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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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오르는 의지를 나의 체력과 멘탈이 받쳐주기만 한다면 훨씬 수월할텐데. 매일 같은 시간 챙겨먹는 비타민과 약, 하루 30분 걷는 운동 습관정도로는 곪은 병처럼 나를 삼키는 우울증과 자괴감을 고칠 수 없다는 것 쯤은 안다. 지금 주어진 멜로디와 코드처럼 간단하고 쉽게 삶이 멜로딕하게 쌓아질 수만 있다면... 지금 내 삶은 어두운 마이너minor 키에 텐션이 마구 들어간 난해한 변주곡만 같다. 내 삶을 멋드러지게 편곡해줄 사람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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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디를 좋아하는 시와 소설 구절에 붙여 만드는 작업을 조금씩 구현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박차를 가하기 힘든 상황이라 그런지 몇주 째 매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 진전이 없다. 그동안 작사를 영어로만 해왔던 탓인지, 불어의 consonant콩소넌트에 멜로디를 붙이는 과정이 생각 외로 더디다. 참고할 만한 몇 샹송 또는 프렌치 랩을 듣고 공부중이긴 하지만, 정작 작곡 과정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가 없어 매번 같은자리를 맴돌고 있다. 딱 기한을 정해 프로젝트 하나씩 제대로 된 마감을 하고 그 다음 프로젝트로 넘어가면 좋으련만. 여기저기 일을 벌리는 습관덕인지 늘 일복만 많고 금방 집중력을 잃기 일쑤다. 게으름에 변명을 덧붙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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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이번 겨울엔 기온이 내려가기 전에 따듯한 옷 몇벌을 장만할 수 있었기에 망정이지, 감기까지 걸렸으면 꼼짝없이 일주일을 앓아누워야 했을거다. 매일같이 밥은 먹었는지, 편안한 하루 보냈는지 연락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생존신고는 하며 살고 있지만 사실 ‘잘’ 지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찬바람 부는 스산한 날엔 따끈한 오뎅탕에 녹차소주 한잔이 생각난다. 길가의 갓 구운 따끈한 붕어빵도 떠오르고, 먹고나면 속이 쓰릴정도로 얼얼한 맛의 마라탕도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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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겨울은 참 맛있는 음식이 많이 떠오르는 계절이다. 여름엔 더위와 씨름하느라 입맛을 잃고, 체외로 내보내는 땀 탓에 물을 자주 섭취해서 그런지 배가 꺼질일이 없는데 겨울은 돌아서기만 하면 음식 생각이 그렇게 난다. 눈보라 치는 1월, 만류하는 친구들을 뿌리치고 망원동의 붕어빵 집을 한시간 동안 찾아 헤맸던 적도 있다. 눈과 바퀴자국으로 더러워진 도로 위, 소복히 쌓여가는 붕어빵집 노란 텐트를 발견했을 때 어찌나 반가웠던지. 어서 퇴근하시라고 남은 붕어빵을 두손 가득 사서 돌아왔던 따듯한 기억이 있다. 겨울은 포옹의 계절(안으면 따듯하고, 따듯하면 좋으니까) 이기도 하다. 좋은 추억만 가득한 계절이 어디있겠냐만은 적어도 겨울만큼은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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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일년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제야의 종을 치는 서울시 한복판에 모인 귀마개와 목도리를 한 사람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계절이 온 것이다. 아직 낮의 햇님은 너그럽다지만 패션계는 벌써 도톰한 오리털 잠바를 입은 모델들을 광고에 선보이기 바쁘다. 세월 모두가 바삐 일년의 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과연 나는 어디 쯤에 향유하고 있을까. 그토록 기다리던 겨울도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올해 초 결심했던 것들은 잘 지켜졌을까? 나는 그때보다 성숙한 사람에 가까워졌을까? 타인의 고통에 무뎌지지 않으리라 다짐을 세웠던 1년전의 나는 어디에 있는걸까. 벌써 내년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애타게 찾는다.
@tipu cur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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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 너무 무거운 의미를 두지말았으면. 좋겠어요 충분히 잘살아가고 있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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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조언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약도 잘 먹고 이겨내려 노력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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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드리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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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 삶을 멋드러지게 편곡을 해준다면 만족도는 얼마나 될까요?
겨울만큼, 손꼽아 기다리는 겨울처럼... 따뜻하게 포옹을 해주는 분을 찾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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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gratulations, your post has been manually curated by @engrave team. Keep up the good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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