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xi 20180813

오전에 일본인 관광객 남녀를 제주시내에서 어리목까지 데려다 줬다. 제주 시내에서는 비가 오지 않았는데 산으로 올라갈수록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아래에서 볼 때 한라산에 구름이 많이 걸려 있으면 비가 올 가능성이 있다. 구름이 하늘 높이 있는 것 같아 보여도 한라산에 구름이 걸려 있는 것을 보면 그리 높은 것도 아니다.
어리목 입구에 갔더니 주차장에 차들이 별로 없고 사람들도 눈에 띄지 않는다. 비가 내리는데 등산을 할 사람은 없다. 그리오래 내릴 비는 아닌 것 같으니 좀 기다리면 비가 그칠 것도 같다. 그들은 소리를 지르며 신나게 빗속을 뛰어서 갔다.
그들을 내려주고 한라산을 내려오는데 무지개를 봤다. 무지개가 산 아래에서 낮게 펼쳐져 있었다.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무지개는 신기했고 무지개 위로 떠있는 구름은 더 특이해 보였다.
무지개를 좀더 자세히 보려고 탁트인 곳을 찾다가 한라산 둘레길 입구 쪽으로 들어가게 됐다. 사진을 찍고서 서성거리고 있는데 트레킹을 하는 한 가족이 지나갔다. 한라산 둘레길은 해발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덥지 않아서 걷기에 좋을 듯 하다. 마을이나 식당, 숙소가 전혀 없고 오직 숲길이나 들길을 한가롭게 걸을 수 있다. 자동차도 다니지 않는다. 올레길과는 완전히 분위기가 다르다. 다음에 꼭 걸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시내로 내려오는데 교통사고가 난 현장을 보게 됐다. 내리막으로 직진하던 차가 좌회전하는 차의 옆구리를 박은 현장이었다. 여자 한 명이 차 밖에 나와 앉아서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고 남자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그 현장을 지나 조금 내려오니 또 하나의 교통사고가 난 현장이 보였다. 오토바이 한 대가 도로에 넘어져 있고 오토바이 운전자가 조금 떨어진 곳에 누워있는데 움직임이 없었다. 승용차 한 대가 근처에 서 있고 남자 한 사람이 당황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나도 사고가 날 뻔한 적이 몇 번 있었다. 운전은 위험한 일이다. 나도 다칠 수 있고 남도 다치게 할 수 있다. 주의를 한다고 해도 예기치 않은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도입되서 사람이 운전하지 않으면 사고가 줄어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기계는 주변 상황을 사람보다 더 잘 볼 수 있고 졸지도 않을테고 피곤해하지도 않을테니 더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을 것이다. 돌발 상황에서도 사람보다 더 빨리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한 외국인이 택시에 탔다.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를 물었다. 그는 스리랑카에서 왔다고 대답했다. 그는 제주에 3년 전 일하러 왔고 지금은 제주 어느 양계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왼팔을 다쳐서 병원에서 치료를 하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의 왼팔에 큰 흉터가 남아 있었다. 그가 돈을 얼마나 버는지 일하는 환경이 어떤지 나는 궁금했지만 대화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는 다양한 외국 식자재를 싸게 파는 어느 마트 앞에 내렸다.

운전할 때만큼 마음챙김이 필요한 때는 없다. 갑자기 끼어드는 차 때문에 깜짝 놀라고 입에서는 욕이 튀어나온다. 무의식적으로 욕이 튀어 나오지만 화를 내는 것은 아니다. 승객이 예의 없이 굴어도 인간은 원래 그런 종자니까 실망할 것도 화를 낼 것도 없다고 무심하게 넘어간다. 최악을 알고 있으니 기대도 실망도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