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나태주)
상처 (나태주)
이제 내쫓으려네
내 가슴 속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산 하나
꿈틀대는 들판 하나
지줄대는 시냇물과
붉은 꽃 한 송이까지
나가지 않으려 하면
몽둥이로라도
내쫓으려네
산이 고함지르고
들판이 앙탈하고
시냇물이 울고
꽃은 아파 피를 흘리겠지
산을 뜯어낸 자리
들을 쫓아낸 자리
시냇물과 꽃이 지워진 자리
그 상처 만이 내 몫이네
끝내 섭섭하시다면
빈 하늘에
빈 달걀껍질 같은 달무리 하나
놓아주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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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ccessgr.with (74) 2 months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