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자신을 돌아보기 좋은 곳-순간을 영원으로(#180)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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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어렵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가끔 찾는 곳이 있다. 바로 무덤이다. 죽은 이들이 묻힌 곳.

무덤가에 가면 참 편안하다. 죽음을 마주해서일까. 사실 죽음을 앞에 둔 처지라면 뭐든 두려울 게 없지 싶다.

이를 상품화한 게 관에 들어가 누워보는 체험이다. 잠시나마 죽음과 마주해본다. 나는 관보다 무덤이 한결 더 정겹다고 여긴다.

무덤은 교통이 좋은 곳에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산에 있다. 등산을 하다보면 곧잘 만나는 게 무덤이다. 그럴 때 잠시 무덤에 앉아 쉴 겸 자신을 마주한다.

무덤을 둘러싸고 있는 건 나무들. 가끔 들리는 건 새소리와 바람소리뿐. 무덤은 드러눕기에도 좋은 곳이다. 산다는 게 무엇인지,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물음이 이어지면서 저절로 명상에 잠긴다.

무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도 빈부의 차가 두드러진다. 터 좋은 곳에다가 장식을 그럴싸하게 한 무덤이 있는 반면 제대로 관리도 안 되어 잡풀과 나무가 자라는 무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시대 변화가 빠르다. 인구 절벽과 장례 문화의 변화다. 지금 젊은이들은 결혼 자체를 피하는 편이다. 당연히 조상 모시는 것에 크게 관심이 없다. 장례 문화도 매장에서 화장이나 수목장으로 바뀐다. 갈수록 무덤을 보는 것조차 쉽지 않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귀한 무덤들이 내게 말을 건넨다. 지금 삶을 잘 살라고. 버나드 쇼의 묘비에 적힌 글처럼 후회하지 말라고.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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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자신을 돌아보기 좋은 곳-순간을 영원으로(#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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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또 다른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런지...

순환하는 이치^^

많은 생각을 하게하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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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앞에 서면
많이 단순해지는 거 같아요

"죽어야 산다"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경계가 사라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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