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 : 여행 에세이] 일상을 여행처럼-작은 습관의 힘(#103)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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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낯설음에 대한 경험이다. 보통은 일상을 벗어나면서 경험한다. 하지만 이렇게 여행을 하자면 특별히 시간을 내야하고, 돈을 필요로 한다. 그런다고 여행이 늘 만족스러운가. 나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잠자리가 불편하다.

그래서 되도록 나는 일상과 여행이 하나 되는 걸 꿈꾼다. 우리는 어디서 무엇을 하든 운동하고, 먹고, 보고, 체험(일)하고, 쉬고, 자는 게 하루다. 이 가운데 먹는 게 가장 기본이다. 먹어야 사니까.

낯선 곳에서 운동. 솔직히 긴장이 된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운동을 낯설게 해본다. 달리기를 한다면 한 번도 안 가본 길로 뛰어본다. 논두렁 밭두렁 길은 물론 추수 끝난 논바닥을 뛰어본다. 때로는 뒷걸음치듯이 뛰어본다. 잠시나마 눈을 감고도 뛰어본다. 주어진 낯설음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낯설음이다.

먹는 것도 마찬가지. 사실 먹는 것이야말로 가장 습관화되었다. 날마다 신선한 밥상을 차린다고 차리지만 습관화된 틀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 밥과 국이나 찌개 그리고 반찬 서너 가지.

자주는 어렵지만 가끔은 틀을 깨뜨려본다. 이를테면 된장 소스를 만들어, 토마토와 곁들여 먹어 보았다. 이게 뜻밖에도 맛나다. 아내는 이 요리를 ‘토마토 된장 샐러드’라고 이름 짓고, 책(『숨쉬는 양념. 밥상』)에서 한 꼭지로 다룰 만큼 즐겨 먹는다.

외국에서 살다온 분들이 우리 집 손님으로 온다면 현지 음식을 정중하게 부탁한다. 그럼 그분들은 기꺼이 요리를 해준다. 그렇게 해서 먹어본 거 가운데 하나 중국 요리인 '시홍스 차오지단 (西红柿炒鸡蛋)이 있다. 우리말로 하면 ‘토마토 달걀 볶음’. 달걀을 먼저 볶고, 다음 토마토 그리고 나중에 이 두 가지를 함께 볶는 거다. 색다른 맛이었고, 그 뒤로 우리 식구는 가끔 해먹는다. 이렇게 토마토 하나만으로도 색다른 체험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일상을 여행이라고 여긴다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또 도전해보는 맛이리라. 최근에 해본 걸로는 애벌레 튀겨먹기다.

썩은 나무를 도끼질 하다보면 나무속에 애벌레를 보곤 한다. 나무속을 갉아먹다가 점차 자라, 곤충이 될 것이다.

처음에는 애벌레가 나오는 지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애벌레가 눈에 띄면 닭을 주었다. 닭은 정말 환장할 만큼 애벌레를 좋아한다. 영양은 물론 달걀을 만드는 데 좋은 영양소가 많으리라.

이 때가지만 해도 애벌레를 내가 먹을 생각을 안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들이 즐겨 먹는 음식 가운데 애벌레가 있다는 데 생각이 닿았다. 바로 누에 번데기 아닌가. 고단백 영양 식품에다가 고소하기까지 하다. 곤충으로 확대하면 더 많다. 우리 자랄 때는 메뚜기를 즐겨 먹곤 했다. 게다가 요즘은 상업화하여 곤충을 미래 식량 자원으로 연구하고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바퀴벌레를 가루로 내어 빵 만들 때 재료로 넣는단다.

점차 나도 생각이 바뀐다. 애벌레를 일부러 돈 주로 사먹을 필요야 없겠지만 내게 오는 ‘인연’이라면? 굳이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여볼까. 혹시나 몰라서 인터넷을 검색을 해본다. ‘애벌레 먹기’. 엄청 많은 정보들이 뜬다.

먹기 나름이다. 지역 풍속이기도 하고, 습관이기도 하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그렇다하더라고 무리할 것은 없겠다. 한번 구워 먹어보기로 했다. 애벌레는 기름 성분이 많으니까 프라이팬을 달구어 기름을 두르지 않고, 그냥 굽기만 하면 된다.

조심스럽게 한 마리 먹어본다. 향긋하다. 그야말로 자연의 향이다. 식감도 부드러우면서도 신선하다. 아내한테 권해본다.
“여보, 맛있어요. 향기로워요. 당신도 먹어볼래요?”
“됐네요. 당신이나 많이 많이 드세요.”
아내가 애벌레 먹는 나한테서 도망가지 않는 것만 해도 큰 변화다.

낯선 애벌레 먹기. 중국이나 아프리카 오지를 여행하는 기분은 덤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사는 맛이랄까.

낯선 여행지에서의 그 어떤 추억보다 오래가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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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 : 여행 에세이] 일상을 여행처럼-작은 습관의 힘(#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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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애벌래라 으으으 아직 번데기도 잘 못먹는 1인이네요. 미래식량중 하나라니 미리 맛을 들여놔야 할까요 ^^
그러고 보니 어릴 적에는 개구리 뒷다리도 먹었었는데 지금 주면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

개구리 뒷다리^^
부모님이 농사 지으니
좋은 경험을 많이 하셨군요

대간하시며.. 전 못할듯 하네요^^*

대간하다는 말
오랜만에 봅니다.^^

문화는 인정하지만 먹지는 못하겠군요. 저는

문화로 정착되는 데는
세월이 많이 필요하겠지요

헙... 애벌레... ㅎㅎㅎ

냠냠 ㅎㅎ

예전 시골에서는
오래 묵은 밤나무로 장작을 패면
벌레가 나오고 아이들을 구워 먹인 적이 있었어요.
처음엔 무섭다고 도망을 했지만
나중엔 서로 먹겠다고 ㅎㅎ

한참 선배시군요 ㅎㅎ
아이들은 선입견이나 편견이 없으니까
잘 먹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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