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 : 여행지에서 있었던 일] 설을 알뜰하면서도 즐겁게 보내기-작은 습관의 힘(#100)

in #tripsteem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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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며칠 남지 않았다. 대부분 주머니 사정은 좋지 않고, 즐거운 설맞이가 쉽지 않을 거 같다. 조카들 세뱃돈부터 얼마를 챙겨야할지 고민이기도 하다. 게다가 요즈음은 핵가족을 넘어, 혼자 삶에 익숙한 시대라 여러 사람이 모이면 잠재된 갈등이 폭발하기도 한다.

이럴 때일수록 긴 호흡으로 습관을 돌아보는 게 어떨까. 그 한 가지 방법으로 설 쇠는 일을 여행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보자. 그것도 해외여행이라면?

어떤 이들은 여행을 쉽게 훌쩍 떠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미리 충분히 준비를 한다. 돈도, 시간도, 언어도…….

근데 설 세뱃돈은 그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소통이 먼저라고 나는 생각한다. 형제끼리 또 조카들과 소통이 잘 된다면? 액수는 그야말로 인사 정도면 충분하더라. 10만원 주고도 찜찜할 수 있고, 만원만 주고도 당당할 수 있는 게 세뱃돈이다.

언어 역시 소통에서 큰 몫을 차지한다는 건 너무 당연하다. 해외여행이라도 간다고 치면 현지 언어 가운데 최소한 인사말이라도 익혀서 간다. 현지에서는 손짓 발짓 다 섞어가며 소통하려고 한다. 음식이 색다르면 그저 엄지를 지켜 올리는 것만으로도 서로 환하게 웃는다.

사실 명절에 오랜만에 만나는 형제들 사이 소통 역시 쉽지 않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고, 그 경험 치들이 많이 다르다. 하물며 시댁으로 오는 형수나 제수씨하고는 더 말해 무엇 하랴. 어설프게 말을 섞다가는 오해 받기 딱 좋다. 특히 정치 이야기는 형제끼리도 금물일 정도로. 관계가 꼬이면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끼리 더 꼬이는 게 언어다. 그 과정에서 감정이라도 다치면 걷잡을 수가 없다.

때문에 나는 여행지에서 낯선 이들을 만나는 기분으로 설을 맞이한다. 여행지에서 인사는 조금 과장될 정도다. 자신을 낮추어 괜히 아는 척하고, 반가운 척한다.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도 곱게 마련이다. 친지들이라고 해봐야 자주 보는 거 아니니까,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사람 대하듯이 자신을 낮추고 조금 과장된 인사를 하는 것도 좋으리라.

그 다음,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놀이나 보드 게임을 준비한다. 이 부분은 조카들 감성에 맞게 자녀나 조카들에게 부탁을 한다. 나이든 어른들도 함께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준비해달라고.

내가 진행했던 놀이 가운데 여기서 나누고 싶은 건 ‘손바닥 윷놀이’다. 그러니까 나무로 만든 윷이 아니라 손바닥을 펴고, 이를 윷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고도의 심리적인 윷놀이가 된다.

그 구체적인 방법을 보자. 두 명이서 해도 되고, 넷이나 여덟이어도 좋다. 편의상 넷이라고 해보자. 이 때 둘씩 편을 나누어도 되고, 넷이 각자 해도 된다. 넷이 각자 한다고 치자.

요령은 먼저 윷을 놀 순서를 정한다. 그런 다음 각자 손을 펼쳐 바닥에 둔다. 그럼 네 개의 손이 바닥에 있다. 첫 순서인 사람이 다음처럼 구령을 붙인다. ‘하나, 둘, 셋!’과 동시에 모두가 손바닥을 그냥 두든가 또는 뒤집는다. 사진처럼 하나만 뒤집었으면 또. 두 개가 뒤집혔으면 개. 손바닥 네 개가 엎어지면 즉 다 손등이 보이면 모, 다 뒤집으면 윷이 된다.

그러니까 손바닥 윷놀이는 나무 윷과 달리 고도의 심리전이다. 매번 구령과 함께 자신의 손바닥을 뒤집을 지, 그냥 둘 지를 결정한다. 그 과정에서 치열한 수읽기가 전개된다. 뜻밖의 모나 윷이 나오거나, 잡고 잡히는 드라마가 전개된다. 그 과정에서 서로가 가진 마음자리들을 들여다보게 되고 친하게 된다.

만일 이 놀이를 둘이서 한다면 각자 두 손을 다 사용하면 된다. 박진감은 좀 부족할 수 있지만 그 나름 쏠쏠한 재미가 있다. 예전에 내가 교사를 할 때는 학생들 40명이 함께 하는 ‘사람 윷’을 놀기도 했다. 사람이 윷이 되어 손바닥처럼 모두 엎어지면 모, 뒤로 뒤집으면 윷이 되는 놀이였다. 즉 등을 보이면 모, 배를 보이면 윷이다. 아이들과 하면 역동적인 온몸 놀이가 되기도 한다.

어쨌든 이런 놀이는 사람 사이를 편하게 또 친하게 한다. 내친 김에 한걸음 더 들어가는 ‘대화 놀이’가 있다. 바로 ‘비폭력 대화’다. 예전에 이와 관련하여 포스팅을 한번 한 적이 있다. ‘식구들과 함께 해본 비폭력 대화(NVC)-순간을 영원으로(#75) 사실 이 부분은 조금 공부를 해야 한다.

끝으로 상을 차리고 치우는 일을 다 함께 하는 문화를 가져야한다. 새롭게 문화를 바꾸어 가는 건 작은 습관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 형제들은 이제 설거지 정도는 스스로 한다. 이렇게 바뀌기까지 얼추 10년이 걸린 거 같다. 이제는 주방에서 서로 설거지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많아, 복잡할 정도다. 두 사람만 설거지를 하고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그릇의 물기를 닦아 제자리 두거나 거실을 청소한다. 끝나면 며느리들한테 커피를 남정네들이 대접한다. 설 준비하고 쇤다고 수고하셨다고. 해외에서 낯선 사람한테도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는데 이 정도는 생각만 조금 바꾸면 될 일이다.

그래서일까. 예전에는 차례가 끝나면 형제들이 각자 처가로 뿔뿔이 흩어지곤 했는데 이제는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지곤 한다. 제사 끝나고 다 같이 먹는 비빔밥처럼 ‘우리는 한 식구’라는 믿음과 사랑이 조금씩 뒤섞여 흐른다.

다들 알차면서 즐거운 설을 보내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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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ㅎㅎㅎ 재밌는 방법이네요. 놀이를 스스로 창조하는 힘!

놀이를 만들어보면
그 나름 재미나더라고요

손바닥 윷놀이 우리 애들하고 해볼게요..ㅎㅎ

포스팅 기대할 게요 ㅎ

관점을 바꾸게 되니
확실히 받아들여지는 감정부터가 달리 느껴지네요

그건 그렇고
손바닥 윷놀이는 참신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설 잘 보내세요

어젠가부터 명절이 그리 뜻깊게 느끼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명절은 뜻을 깊게 찿아봐야겠습니다.

이제는 명절이 마음 고생하는 고생절이 되었어요.
뜻깊은 명절 응원합니다.

아무쪼록 행복한 설이 되시길...^^

고맙습니다. 상유님도 뜻깊은 설 보내세요^^
시도 많이 지으시고요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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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즐거운 설 보내세요

나는 여행지에서 낯선 이들을 만나는 기분으로 설을 맞이한다.

명절을 참 싫어하는 1인으로서 이 낯선 관점이 너무나도 새롭고 참신하네요.. 그렇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제게도 잘 적용이 될지 모르지만 인상깊은 말이에요. 외국에 온듯이 서로 다르다는 인식을 한다면 배려와 친절을 나눌 수 있고 작은 것에도 고마울 수 있겠어요. 멋진 생각이에요.

고맙습니다.
해외 여행 자주 안 가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입니다^^

제사 끝나고 다같이 먹는 비빔밥의 전통은 어느 지방에서 주로 내려왔는지 예전부터 궁금했습니다. 처음엔 신기하기도 했구요.

"다함께"가 좋아 보입니다 ^^

지역마다 다르겠지요.
고맙습니다.

아이들 본다고 집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는데;;;ㅎㅎ
손으로 하는 윷놀이 한 번 시도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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