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추위를 이겨낸 배추의 생존 지혜-순간을 영원으로(#140)

in #busy5 years ago (edited)

추운 겨울을 나는 풀 가운데는 로제트 형이 많다. 개망초, 꽃다지, 달맞이꽃, 지칭개, 민들레, 냉이...

이들은 잎을 방사형으로 겹겹이 펼쳐, 겨울을 난다. 한겨울에는 거의 활동을 하지 않는다. 불그레한 빛을 띠고 땅에 납작 엎드린 상태. 그러니까 광합성은 되도록 하지 않으면서 뿌리를 추위로부터 보호한다. 이불처럼 방석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여 로제트 식물을 ‘방석식물’이라고도 한다.

우리가 즐겨먹는 로제트 채소로는 시금치가 있다. 영하 20도 추위에도 얼어 죽지 않는다. 잎을 방석처럼 하는 건 물론 당도를 높임으로써 가능하다고 하겠다. 그래서 겨울난 시금치는 당도가 한결 높다. 이 시금치는 비닐집 시금치와 견줄 수 없이 달다.

봄동 배추가 맛난 것도 비슷한 이치. 근데 개량형 배추는 추위에 약하다. 보통 영하 4~5도면 냉해를 입는다. 그래서 늦가을에 배추를 뽑아서 대부분 김장을 하고 일부는 뽑아다가 저온 저장을 한다. 물론 남부지방은 겨울을 난다.

우리처럼 겨울에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곳은? 쉽지 않는 일이다. 사진에서 보듯이 다 얼어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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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지난 겨울에 배추 20포기 정도를 다 뽑지 않고 밭에다 두는 대신 부직포를 씌웠다. 그랬더니 일부 냉해를 입기는 했지만 거뜬히 살았다. 특히나 제대로 결구를 하지 않은 배추들은 사진에서 보듯이 아주 싱싱하다. 로제트 형이라는 걸 생생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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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개량하기 전의 배추는 어떨까? 토종 배추는 대부분 결구를 하지 않는다. 추위에 강하다. 영하 20도에도 거뜬히 산다. 그리고는 봄이 되면 꽃대를 올리고 꽃을 피운다. 물론 씨앗을 맺어, 다음 세대를 스스로 이어간다. 그러니까 토종 배추는 로제트 식물인 것이다.

결구, 즉 속이 차는 배추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원래는 로제트 상태로 겨울을 나면서 꽃대를 올리고 꽃을 피울 에너지를 뿌리 어딘가에 감추고 있는 것이다. 결구가 된다는 건 꽃 피우고 열매 맺을 에너지를 바꾸어버린 셈이다. 그러니까 영하 4도면 냉해를 입고, 더 추워지면 얼어 죽고 만다.

그러니까 속이 덜 찼다고 배추를, 농부를 흉볼 게 아니다. 특히나 사라져가는 토종 배추에 대한 관심과 돌봄이 소중하다 하겠다. 환경 변화를 이겨내는 힘이 큰 유전자니까.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님을 배추가 잘 말해준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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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것이 좋은 것이죠 ㅎ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요 ㅎㅎ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배추가 잘 살아남았네요.
이제 두어달 있으면 멋지게
꽃대를 쏘아 올리겠군요.ㅎㅎ

올해도 텃밭하시는 거지요?^^

네~ 그럼요.ㅎㅎ
설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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