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팔아요 / 할아버지의 별세

in #venti6 years ago

지금까지의 삶 속에 즐거웠던 추억들도 많이 있지만,
철없던 시절 많이 죄송스러웠던,
제가 조금이나마 성장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기억속 가장 깊숙히 박혀있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에 대한 글을 써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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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저희 집은 아버지께서 막내이심에도 불구하고,
친척들간의 이런저런 불화로 인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고 살았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제가 너무 어릴적에 돌아가셔서
기억속에 선명하게 남아계시진 않네요.)

할아버지께서는 제가 중학교 시절부터 치매를
앓으셔서 약 5년간 병수발을 하며 모셨었죠.
당시 부모님께서는 맞벌이를 하시느라 낮에는
일을 나가셨고, 저녁 때 돌아오시면 할아버지의
뒤를 봐주시느라 정신이 없으셨습니다.
저는 그렇게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도와드리기보단 할아버지를 피하기만 했던
철없는 학생이었구요.
(지금도 철들었다고 하긴 힘들것 같네요ㅎ)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하시는데 대해
냄새가 난다며 짜증을 내고,
가끔씩 집밖으로 나가셔서 행방이 묘연한
할아버지를 밤새 찾아 해맬때면
걱정보단 힘들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었으니까요.

그러던 주말 어느 날...
그 시절 항상 그랬듯 점심 때쯤 일어나,
대충 밥을 먹고 컴퓨터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방문을 열고 나와 볼일을 보시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가셨어요.
그런데 잠시 후
"우당탕"
소리가 들렸습니다.
주말이라 집에서 쉬고 계시던 어머니께서
화장실로 뛰어들어가셨습니다.
알고보니 할아버지께서 바닦이 미끄러워
넘어지셨더라구요.
많이 놀래셨는지 움직이지도 못하시고
바닦에 주저앉아 계시던 할아버지를,
어머니와 함께 부축해 방으로 모셔다 눕혀
드렸습니다. 진정하시라도 따뜻한 물도
한잔 가져다 드렸지요.
그렇게 뒷정리를 한 후 저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했고, 집안일을 마무리 하신
어머니께서는 낮잠을 청하셨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할아버지께서 저를 부르시더라구요.

적적하시다며, 같이 티비를 보자고...

할아버지 방에서 나는 쾨쾨한 냄새도 싫었고,
하던게임에 정신이 팔려있던 저는 그말을 거절하고
계속해서 게임에 집중했습니다.

그렇게 두어시간 쯤 지났을까..
할아버지가 걱정이 되서였는지
평소와는 다르게 먼저 할아버지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봤습니다.
조용히 누워계시는 할아버지.....
그런데 먼가 느낌이 좀 쌔~ 하더라구요..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숨소리도, 가슴쪽에 움직임도 전혀 없었습니다.

순간 정말 아무 생각도 들지 않더라구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멍하니 할아버지 앞에 앉아 어디선가 언뜻 봤던
심폐소생술을 해보겠다고, 한참을 혼자
할아버지의 가슴을 누르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돌아오지 않는 할아버지의 숨소리...
평소엔 잘 나오지도 않던 눈물이
주룩 흘러내리더라구요.

너무 후회스러웠습니다.
함께 있어달라고 하셨던 그말을 거절하고
게임에 정신을 팔았던 제가 너무 한심했고,
마지막 순간도 지켜드리지 못한게 너무
죄송스러웠습니다.
할아버지를 그렇게 보내드리고나서 몇일을
울었던 것 같네요.

그런 경험을 하고나니,
가족을 포함해 저를 진심으로 대해주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그런사람들을 잘 챙기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이번 글을 쓰며 그 당시 제 스스로의 다짐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됬습니다.
하늘에 계실 할아버지께서 평안하시길
기도하며 (음...저는 무교입니다.)
열심히 좀 더 힘내서 살아봐야겠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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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저도 할아버지 돌아가셨을때가 가장 슬픈순간 중 하나였던것같아 그 마음이 너무나도 공감됩니다ㅜㅜ할아버지 잘계실거에요~더욱 힘내서 화이팅합시다!!

넵! 힘내서 으쌰으쌰 해야죠^^
월드님도 즐거운 여행 !! 되시길 바래요ㅎ

글 잘 읽었습니다.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가족이...소소해서 그 중요함을 느끼지 못할때가 많이 있습니다.소소함이 쌓여 큰 스토리와 추억을 만들다는것....을 이해해 가고 있습니다.할아버지와이 기억 잘읽었습니다.뭉클하네요

그 시절에 조금이나마 그 소소함을 이해했다면..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ㅜㅜ

후아 잘 읽었습니다 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내용이 아니라서 ㅎㅎ;;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당신과 당신의 가족들에게 평화를 빕니다...! 글을 읽고 주변에 있는 분들께 새삼 더 잘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먼저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이^^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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