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보다 밥 (어느 가족 리뷰)

in #aaa6 years ago (edited)

어느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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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다이어리’가 마음에 오래 남아서, 이 감독 영화를 찾다가 ‘어느 가족’에 이르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MSG 많이 넣지 않고 음식 할 줄 안다. 바닷마을은 순한 맛이었다면, 어느 가족은 약간 매운 맛이다. 감독은 잔잔하게 고발할 줄 아는 힘이 있다. 사실 이런 사람이 무서운 사람이다. 화 안 내고 또박또박 자기 할 말 다 하는 사람.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영화가 좋은 영화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좋은 영화다. 영화 초반에 내 머리에는 온통 법과 원칙, 윤리, 절차가 돌아서 영화를 맘 편하게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저러면 안 되는데, 그럴 때는 이런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등등. 내 속의 정신과 의사, 사회 복지사, 임상 심리학자, 가족 치료사들이 소리를 쳐 댔다. 직업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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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안에서 그 틀을 벗어나보지 못한, 아니, 매우 교만하게도 그 정도까지 바닥에 내려가 보지 않아서겠지. 아니, 난 그렇게 안 될 거니까. 제도권 밖에서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생존이 우선시 되는 급박한 상황에 처해지진 않을 거니까. 아니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니까.
생경한 내 속의 저항을 마주하니 매우 난처했다. 약간의 두통이 있었지만 꾹 참고 따라갔다. 약한 두통을 유발하는 감독이 좋은 감독이다. 영화관엔 돈 주고 아프러 가는 것이다.

아빠 오사무는 생각해 보니 기생충의 기택을 닮았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능력 없는(자본주의 시장 시각으로 봤을 때) 가장인데 준법정신도 없다. 그런데 만약 오사무가 능력은 없는데 준법정신이 투철했다면, 아마 법 지킨다고 굶다가 혼자 집에 쳐 박혀 고독사 하지 않았을는지.

할머니 역을 맡은 키키 키린은 이 작품을 끝으로 세상을 떴다. 유작이 된 셈. 어느 가족에서 죽음을 연습하고 정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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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인가. 외할아버지 돌아가신 그 날 난 이웃집에 맡겨졌고, 그곳 낯선 곳에서 잠을 잤다. 그 집 아저씨가 재워줬는데, 그 토닥이던 따뜻한 손을 잊지 못한다. 정확히 기억한다. 남의 집 아빠 손길이 우리 집 아빠 손길보다 더 따뜻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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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며 눈물이 났던 대목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모두 노부요가 있다. 노부요가 유리의 아픔을 보듬어 주는 장면. 친 부모가 낸 상처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더 엄마 같은 엄마가 치유한다.

쇼타. 쇼타를 주인공으로 보면 이 영화는 성장영화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쇼타 때문에 이 가족은 파국?을 맞는다. 아니, 쇼타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그 역할. 희생양? 발화자?의 역할은 감당했어야 하는데, 쇼타가 가장 어울렸나보다.

다시 노부요. 노부요 역을 맡은 안도 사쿠라. (일본 여배우 이름을 들어본 적이 별로 없어서. 괜히 AV 배우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비밀) 안도 사쿠라가 이 영화에서 반 이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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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이 영화가 국제적으로 상 받은 게 별로 기분이 안 좋았었는지 크게 칭찬하고 광고하고 하질 않았다고 한다. 일본의 어두운 면을 보였다나 뭐라나. 매우 속 좁은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존감이 높고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기보다 뛰어난 자를 아래 사람으로 두지만, 자존감이 낮고 능력 없는 자는 자기보다 실력 없는 자를 아래 사람으로 둬야 마음이 편하다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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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소품. 구슬 사이다. 구슬 아이스크림처럼 구슬을 먹는 건 아니고, 사이다 뚜껑 역할을 하는 것이 구슬이다. 처음 눌러서 구슬을 밀어 넣을 때의 재미와. 마실 때 마다 달그락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꽤 재밌다. 이름이 라무네 사이다. 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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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전통적인 가족을 해체하자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어느 가족’이 대안이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고 부모가 자녀를, 자녀가 부모를 살인하는 뉴스를 듣고 보는 시대에 우리는 누구와 어떻게 가족을 이루어 살아갈 수 있을까. 피로 엮이든 아니든.

영화 URL: https://www.themoviedb.org/movie/505192?language=en-US
별점: 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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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조이님이 쓰신 리뷰 시스템오류로 너무 손해보고 보상받아 속상했습니다. 시스템이 초기라 블란정해서 그랬다네요. 이번 리뷰도 잘 읽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

kr 테그 추가해주세요. ^^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받고 있는 우리나라도 남의 일이 아닌것 같아요..
가족이란 뭘까요??

가족증명서..로 증명할 수 있는 가족도 필요하지만.. 증명할 수 없는 넓은 의미의 가족들도 만들어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살지요..

멋진 영화평 잘 보고 갑니다. 영화를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한번 꼭 보세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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