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태나’ ” <몬태나 (Hostiles, 2017, 스콧 쿠퍼 감독)...
‘몬태나’ ”
<몬태나 (Hostiles, 2017, 스콧 쿠퍼 감독)...
최근에 만들어진 영화들 중에서 오랜만에 꽤 괜찮은 수작을 봤다. 동시대를 살아왔지만 근래의 모습들이 허술함으로 실망만을 안겨주며 늙어가던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역시 ‘크리스찬 베일’은 녹슬지 않았다. 오직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의 힘으로 무겁지만 어쩌면 진부한 주제를 이끌어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생을 인디언 토벌에 악명을 떨치던 ‘조 블로커 대위(크리스찬 베일)’는 역시 전쟁에서 백인들을 도륙했다가 포로가 되어 오랫동안 갇혀 지냈던 사이엔족 인디언 추장 ‘옐로우 호크(웨스 스투디)’ 가족 일행의 호송 책임을 맡는다. 옐로우 호크가 중병에 걸려 대통령의 사면으로 사이엔족들의 고향인 몬태나에서 여생을 보내게 한 것이다. 1600km에 이르는 남쪽의 뉴멕시코에서 북부 몬태나까지의 대여정은 험난하기가 그지없다. 일행은 임무 수행 도중, 코만치족 인디언들에게 가족들이 전부 살육당한 ‘퀘이드 부인(로자먼드 파이크)’을 구출한다.
‘증오’로부터 시작한 길은 결국 서로에 대한 ‘용서’로 마무리된다. 그 용서를 향한 도정은 서슴없이 살인을 자행하는 코만치족들의 난행, 퀘이드 부인과 추장의 딸과 며느리를 납치하여 강간한 모피사냥꾼들, 블로커 대위의 옛 부하로 인디언 가족을 몰살하고 체포된 병사,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몬태나에 도착했지만 사이엔족의 땅이 아니라 자신들의 땅이라고 주장하는 백인들의 폭력에 의해 굴절된 끝에 얻어진다. 결국 일행 중 대위와 퀘이드 부인, 그리고 추장의 손자만이 살아남는다.
문제를 안고 시작하여 종착지에서 해결하는 전형적인 로드무비다. 인디언을 절대악으로 상정하지 않았던 ‘케빈 코스트너’의 <늑대와 춤을>이나 거장 ‘존 포드’ 감독의 대표적 걸작 중 하나로 ‘존 웨인’이 주연했던 <수색자>를 마치 합친 것처럼 느껴진다. 당연히 백인중심의 서사구조는 좀더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백인들이 중심이다.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용서’의 ‘모호함’이다.
왜 그들은 서로를 ‘용서’했는가에 대한 설득력의 빈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서로가 나이가 들고, 병들고, 지쳐서...그렇다면 모든 증오에는 시간이 약일까. 역사적 증오는 오히려 확대재생산되어 강화되었다는 게 그간의 역사적 경험의 실례들이었다. 수많은 일행 중 단 세 명만 살아남았다. 용서를 얻기 위해 그만한 희생의 가치가 있을까. 근본적으로는 증오가 발원했던, 인디언의 땅에 백인들이 침략했던 ‘구조’의 문제다.
되레 뉴멕시코에서 몬태나에 이르는 대여정속의 기막힌 풍광들이 용서를 매개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압도당하는 저런 대자연 속에서는 모든 게 다 용서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