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kr] 보상과 글쓰기와 스팀잇

in #kr7 years ago (edited)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내가 하는 어떤 행위에 보상을 바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라는 문화 깊숙한 곳에서 올라 오는 은밀한 죄책감같은 것들이 존재한다. 그런 죄책감을 강화시키는 것은 사실 '그런 행위', 즉, 보상을 바라고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냉소와 조롱과 비난과 비판을 했던 자기 자신과 그런 자신을 옹호하는 내 주변 집단들 간의 우호적인 관계같은 것들이다.

사실, '보상을 바라는 행동'도 '보상을 바라지 않는 행동'도 가치 중립적인 개념이고, 어떤 행동을 하건 그건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끈끈한 정을 중심으로 뭉쳐 있는 우리 사회의 문화 상, 우리들은 묵시적으로 우리의 집단을 위해서는 '계산하지 않고' 우호적인 행동을 하길 바라며, 그것은 집단이 '불합리한 모습'을 띠더라도 그렇다: 우리는 가족이다, 우리는 친구다, 우리는 동창이다, 우리는 동향이다, 우리는 영(호)남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이다, 등등.

불합리한 일을 하더라도 편들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게임이론game theory적으로 분석해 보았을 때, 그것은 일방적 게임이다. 내가 불합리한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도 99%의 가능성으로 '보상'때문이다(그것도 합리적인 방식으로 취득할 수 없거나, 혹은 금지된). 그런데 내 친구가 그런 나를 편들어 주게 되면 친구와 나 사이에는 보상의 불균형이 일어나고, 이런 불균형은 친구가 어쩌다 저지를 수 있는 '불합리한 행동'으로만 해소될 수 있다. 왜냐하면, 친구가 늘 합리적인 행동만 한다면, 내가 그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 주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신경과학neural science 적으로도 거의 증명된 일이지만, 우리 뇌 속에는 '정의', 즉, 게임의 공정성을 요구하는 충동을 관장하는 부위가 따로 있다(이것을 anterior insula라고 한다). 이 부위는 과도한 이익을 얻었을 때는 별 반응이 없지만, 상대방에 비해 이익이 적다고 판단했을 때는 강한 반응성을 보이고, 이런 반응이 인간에게 '억울'이나 '분노'를 자아내는 것이다. 이 부위가 없다면 모를까, 존재하는 한에는, 나와 친구간에 일어난 '보상의 불균형'은 양쪽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즉, 나는 '친구로부터의 부채에서 해방되고 싶'고, 친구는 '언젠가는 나로부터 보상을 얻'고 싶어 한다. 도움을 주고 그것을 잊을 수 있는 사람, 혹은 도움을 받고 그것을 잊을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신경과학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anterior insula의 기능이 비활성와 되어 있는지 진단할 필요가 있다(흔히 '경계성borderline 인격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이 기능이 약하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자, 두 사람의 관계가 도움을 준 친구의 '불합리한 행동'이 아니면 해소될 수 없다고 생각해 보자. 그 사회가 어떻게 되겠는가? 정확하게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띠게 되는 것이다. 진골, 성골, 육두품, 갑, 을, 병, 정,...등등. 결국 합리적이라면 부탁할 것도 들어줄 수 없는 인간관계가 소위 '끈끈'해 지는 것에는 이런 '불합리적', 즉, '범죄적' 행위에 대한 강한 추구와 열망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보상'에 대해 냉소적이거나 비판적인 문화를 가지게 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보상을 추구하는 자들이 벌이는 그런 한심한 작태가 우리들의 anterior insula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정확히는, '그들이 그렇게 다 해먹으니 정작 우리가 먹을 게 없다').

그래서, 아이러니컬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더러운 방식으로 보상을 추구하는 사람이나 그 사람들을 보면서 분노하는 사람이나 결과적으로는 '보상'을 추구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사실 우리가 보상에 대해 덧씌우는 이미지는 보상 입장에선 억울할 따름이다. 보상은 마땅히 추구해야 할 바이지, 그 역이 아니다. 보상이 있어야 우리는 살 수 있고, 보상을 포기한 종들에게 이를 것은 멸종뿐인 것이다(스님이나 신부님들이 대를 이어 번성할 수 있을까?).

보상에 대해 멸시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은 문화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또 역설적이게도, '더러운 보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다른 많은 사람들이 보상과 관련없는 초연한 삶을 선언하면 할수록 보상은 '더러운 사람'들에게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마도 이런 게임 상황에 대한 분석은 '정치인들이 싫어서 투표를 포기한 사회가 맞닥뜨리는 저질 정치'의 딜레마dilemma와 관계가 있다. 때문에, 더러운 보상이 횡행하는 사회에서 더러운 사람들을 박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모든 사람들이 보상을 추구하는 길 뿐이다.

가끔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당신은 왜 그리 정치적이냐'고 묻거나, 회사 사장님들이 직원에게 '너는 왜 니 이익만 생각하냐'고 묻는 것은 바로 그런 '더러운 사람들'의 방식이다. 본인이 정치인이고, 본인이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그러지 말라고 하는 다른 이유가 또 있겠는가? 정치적이고 이익만 추구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활동하는 판의 다른 사람들이 경쟁자가 되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우리 스팀잇은 보상을 매개로 사람들이 만나는 공간이다. 아마 바로 그런 이유때문에 이 공간이 매우 고도의 합리적인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자신이 공들여 쓴 글에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곳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렇게 그들이 떠나면 이 곳은 어떻게 될까? 아마 그들이 포기한 이익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혹은 '좋은 글'보다는 '고래'가 보상을 좌우한다는 단점을 지적하곤 한다.

우리가 '보상'에 가지고 있는 '불합리한 나쁜 감정'과도 비슷하게 우리는 '빅브라더big brother'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에 대해 무의식적인 혐오를 가지고 있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빅브라더가 존재하는 것은 집단의 숙명이고, 그게 '효율'이라는 것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지구엔 '정부'가 존재하고, IT계엔 '공룡'들이 존재한다. 작은 기업들이 있지만, 대기업도 있다. 그리고 정부, 공룡, 대기업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들이 '작은 형제들little brothers'이 그 몸집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을 하기때문이다. 작거나 큰 존재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작은 존재가 큰 일을 하려고 할 때나, 큰 존재가 작은 일을 할 때 진정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고래가 고래다울 때, 그리고 플랑크톤이 플랑크톤다울 때, 아마도 보상이 늘어날 것이다. 외부에서 '파워 블로거'를 했다고 해서 스팀잇에서 바로 보상이 온다고 생각하는 것, 혹은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해서 보상이 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혹은 10시간 고생끝에 내 놓은 글이 인정을 못받는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모두 플랑크톤이 고래를 마음에 품고 있을 때 벌어지는 일이다.

스팀잇을 '허생의 섬'이나 홍길동의 '율도국'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내가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스팀잇에서도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언뜻 불합리하거나 부조리해 보이는 일이 있을 것이다. 바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 이 곳에서 인정받는 일도 일어나겠지만, 그것이 일반적이지는 않을 것이고, 그러기를 바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스팀잇에 기대하는 것은 바깥과 다른 종류의 시스템이지 바깥의 좌절을 투사한 이상향이 아니다. 누군가의 바람이나 안타까움에도 불구하고, 스팀잇은 스팀잇의 논리대로 전개될 것이고, 아마도 스팀잇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살아 남을 것이다.

글에는 좋은 글, 나쁜 글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오래 고생해서 쓴 글'이 좋은 글도 아니고, '짧고 무성의해 보이는 글'이 나쁜 글도 아니다. 스팀잇에서의 좋은 글이란, '사람들이 보팅을 많이 해 주는 글'일 뿐이다(물론, 이 안에 긍정/부정의 뜻이 다 들어 있다). 그 냉정한 현실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스팀잇에서의 글쓰기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별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글이란 보팅이 아니야!'라고 일갈할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는 사람이 왜 여기에서 이 글을 읽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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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스팀잇 처음 시작하고 처음한 고민입니다.
대중성을 요하면 가벼운 농담거리들로 넘처나는게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보상과 연관된 킬링컨텐츠(스팀잇 제작의도)는 대중성과는 괴리가 느껴져서 고민좀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대중문화'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대중 속에는 가벼움부터 무거움까지가 모두 혼재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겁니다. 모든 농담이 대중적이지도 않고, 모든 전문지식이 비대중적인 것도 아닙니다. 대중의 그런 대중없는 모습(그러니까 비정형성)이야 말로, 모든 창작과 자유로운 시도의 원천이 아닐까요?

대중의 대중없는 모습 에서 걸출함이 나온다! ^^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스티밋에 있으면 현실과 다른 듯 익숙한 듯한 모습이 많이 투영되더라구요. 플랫폼과 서비스의 이슈가 아니라 사람의 이슈라 그런가봅니다. SNS 커뮤니티 어차피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이니까요.
다만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는 시스템이지 싶습니다.
방향이 어찌되었든 과정은 항상 투닥투닥 되는거니까요^^

공감합니다. 여하튼 플랫폼에 대한 냉정한 인식이 없으면, 자칫 그릇된 기대로 흐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의 끝은 실망 뿐이지 않을까 싶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어제 가입해서 여러가지 글들 읽어보고 있는데 유익하네요

저도 아직 초보입니다만, 주제넘게 제 생각을 적어 보았습니다. 공감에 감사드립니다.

결국 각 인간군상이 모이는지라 일상에서의 행동양식이 스팀잇에서도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 인간인지라 완벽할 수는 없어도, 이 시스템 내에서는 그런 불완전한 모습들이 충돌없이 서로 잘 조정되었으면 합니다.

게이미피케이션, 우리는 무언가의 보상이 있을때 열정을 다 하게 됩니다. 만약 보상이 별로라던지 자신의 기준에 충족하지 않을때는 굳이 열정을 쏟아붓진 않을 것입니다. 또 부정한 보상이냐 정당한 보상이냐의 기준도 안타깝게도 정의가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하면 정당, 남이 하면 부정이라는 기준이 성립되지요. 이것은 아마 인간의 이기적인 본능에 의해서 일 것이지만, 이 본능 또한 인간의 발전에 필요한 본능이라 생각합니다.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들고, 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깊은 사색이 담긴 댓글이네요. 그게 어떤 보상이든 우리는 보상을 위해 달려간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말씀 입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뇌가 보상 받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군요
보상이 없더라도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요 봉사하고 타인을 도와줄 때 느끼는 행복감말이지요

음...타인을 도와줄 때 느끼는 '행복감'은 보상이 아닌가요? 가끔 '보상=물질적'이라는 등식을 은연중에 갖게 되는데, 여기서 말하는 보상은 '그게 무엇인든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스팀잇에서의(더하여 모든 가상공간에서의) 보상이란 그런 다양한 만족의 상징적 총체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100퍼센트 공감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보상이 적나라하게 보인다는 점이 상대적 박탈감을 더 자극하는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보상을 얼마나 가져가는 지 아는 것조차 힘든게 사실이죠. ㅎㅎㅎ 고래가 아니더라도 플랑크톤은 플랑크톤 나름대로의 진화와 적응으로 스팀잇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을거라 봅니다 ^^ 선순환할 수 있도록 모두 화이팅!

보상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그 보상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 바깥 세계의 큰 문제점이었다는 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스팀잇(나아가 블록체인)이 그 점을 바로잡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정드압!!!
리스팀 ㄱㄱ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전 그것 때문에 왔어요. ^^
하루에 1달러도 안되긴 해도
바로바로 반응이 오는것 자체가 너무 좋은데요.

그 반응이 단지 '좋아요'뿐만이 아닌 것이 또한 즐거움 중 하나지요.

잘 읽었습니다
Follow 합니다

고맙습니다. 맞팔드렸어요...^^

자주 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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