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의 첫 여행

in #kr7 years ago

연어입니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마음까지 을씨년스러워지는 것 같더니 밤사이 눈이 신나게 내려버렸네요.


'외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야말로 전형적인 '외탁'이라 할 수 있는데 생김새와 성격이 외가쪽 식구들을 무척이나 닮았지요. 어머니께서는 종종 저를 물끄러미 보시다가 '거울을 보는거 같네'라고 말씀하실 정도입니다. 골격도 외삼촌들과 많이 닮았고.. 성격도 내성적인 아버지 쪽과는 달리 쾌활하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외향적 성격입니다. 외가쪽 식구들의 복사판이죠. 사람들이 말하길 어미 입장에서도 자신과 더 닮은 쪽 자식에게 마음이 살짝쿵 더 간다고 하던데.. 뭔가 닮은 구석이 있으면 핏줄이란 끈이 조금 더 작용하는게 사람이라는 존재인가 봅니다.

아들과 아버지와의 관계란 것이 엄연히 존재하듯이 아들과 어머니 사이의 관계 역시 정의내리기 힘든 그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성격이 비슷해서인지 저는 비교적 어머니와 대화도 잘 되는 편입니다. 사춘기때는 대화도 잘 안 통하고 속도 썩여드렸지만 말이죠. 가끔은 이런 모습에 아버지께서는 부러움 반 질투 반 보시는 것 같던데.. 어쨌든 제 입장에서 볼 때 어머니와 대화하는 것이 더 편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어머니는 요즘으로 치면 '~맘' 시절부터 여러 모임에 자주 참석하셨습니다. 자식들을 통해 알게 된 학부모분들, 동네에서 알게 된 이웃분들.. 이런 분들과 오랜 기간 친목을 다져오시면서 틈틈이 모아둔 회비로 국내외 여행을 다녀오셨지요. 제가 보기엔 그 정도 회비로도 해외여행이 되나 싶긴한데.. (역시 패키지의 힘은 무시 할 수 없군요) 커피값 정도의 소소한 금액들을 꾸준히 모아 이런저런 여행을 다니셨던 것 같습니다.

한 달전.. 문득 어머니와 단 둘이 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부모님께 효도 여행을 보내드릴 계획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두 내외분이 느긋하게 여행을 다녀오실만한 시간을 맞추는게 어렵더군요. 그래서 이럴바에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차라리 제가 시간이 맞는 분과 함께 짧막하나마 여행을 다녀오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이번엔 어머니가 저와 시간이 잘 맞더군요. 비록 주말을 이용해야 하는 타이트한 여정이지만요.

부랴부랴 시간에 맞는 여행지를 고르는데 난관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직장에 매여있는 저 때문이었습니다. 금요일 밤 늦게나 토요일 아침 일찍 출발할 수 있는 여정을 짤 수밖에 없었고.. 왕복, 편도, 경유 등 모든 일정을 뒤져보다가 그나마 시간대가 얼추 맞는 행선지로서 마카오로 결정을 보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참 이상하군군요. 마카오에 세 번씩이나 가게 되니까 말이죠. (카지노와 운명의 한 판이 또 시작되는가..하며 재미있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어쨌든 맛있는 것도 많이 사드리고 재미있고 추억 가득한 여행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어머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만들어봐야겠습니다.

밤사이 눈이 많이 왔는데 비행기가 뜨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한가지 걱정이라면 가뜩이나 밤 늦게 출발해 새벽녘에야 도착할텐데 연착마저 되면 어머니께서 많이 피곤하시지 않을까하는 점입니다. 어머니께서 빨리 잠자리에 드셔야 저도 카지노로.. 어머나.. 딱 걸렸나요? ㅋ

이제 눈도 보았으니 겨울이 왔다는걸 확실히 실감하게 되네요. 월동 준비들 잘 하시고 기회가 된다면 틈틈이 마카오 여정도 이야기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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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결정이십니다 연어님. 저는 아버지와는 이제 갈 수 없지만 꼭 어머니 모시고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와야 할거 같습니다. 마음은 있는데 막상 쉽지가 않네요. 너무 늦기 전에 기필코 다녀와야겠습니다.
짧은 여행의 장점은 굵게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인거 같습니다. 짧지만 어머님과 오붓하고 굵은 여행, 그리고 마카오의 행운도 ㅋㅋ 있기를 바랍니다 :)

가까운 곳이라도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면 될것 같습니다. 차 한잔만 앞에 놓고도 이런 저런 얘기꽃을 피울 수 있는데 왜 이렇게 각박하게 살게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ㅎ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그간 많이 바쁘셨나봐요 ^^

네 맞는 말씀입니다. 꼭 어딜 다녀오지 않더라도 차 한잔으로도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다는걸 늘 잊게 되는거 같습니다.
최근 회사 서비스 오픈을 앞두고 살짝 바빴습니다 ㅎㅎ 아직 좀 남았지만 이제 급한불은 꺼진터라 조금씩 활동 시간을 늘릴수 있을거 같습니다. 앞으로 더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

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ㅎㅎ훈훈함이 넘치는 연어님이시군요 :)
연어님과 함께라면 겨울이 무섭지 않겠어요

훈훈한 연어님이면.. 훈남일까요 훈제연어일까요ㅎ 여행 잘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

훈남이었는데 두번째에 엄청 끌리는데요ㅋㅋㅋ

Beautiful drawing. But I can't understand your written conte

This story is about my plan to travel to Macau with my mother for the first time in my life.

마카오이야기도 기대합니다.

네. 마카오 정말 매력적인 곳입니다. 낮에도 재미있고 밤에도 재미있고.. ㅎㅎ 꼭 한 번 마카오에 대한 포스팅을 올려보도록 할게요.

Very good @jack8831. . Thank's for sharing

Thank u. ^^

잘 다녀 오세요.
어머니와 여행.
참 좋은 것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아드님과의 제주도 여행이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저도 어머니와의 여행에서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오겠습니다. ^^

저도 조만간 어머니와 여행을 한번 다녀와야 겠습니다

아하.. 겨울에 어르신들 모시고 따뜻한 곳으로 여행가는게 참으로 좋다는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

연어님은 정말 사랑스런 아드님이시네요!! 어머님께서 정말 좋아하실것 같아요!!
손 많이 잡아 드리시고 사진도 많이 찍으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고 오셔요 ^^

네. 딸이 아니라서 어머니 손 잡고 댕기는게 좀 뻘쭘할 순 있지만.. 뭐 어머니께서 좋아하신다면야 못 할 것도 없지요. ㅎ

어머님께서 굉장히 좋아하실 것 같네요.
짧더라도 잊을 수 없는 멋진 추억이 될 수 있도록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저도 부모님과의 시간을 생각만 하고 실천은 못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꼭 계획을 세워봐야 겠어요.

네. 자꾸 완벽한 준비를 하려다보면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냥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팍 질러놓고 보시죠. ㅎ

정말 시간에 맞추다가 마카오로 결정된게 맞는거죠? 절대 카지노가 아니라ㅋㅋㅋㅋㅋ

가슴에 손을 '살짝' 얹고 진심이었음을 고백합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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