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1장] 독서쟁이 75 - 언어의 온도(이기주 저) 54_활자 중독

in Steem Book Club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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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에서 '중독'을 찾으면, 무언가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상태, 어떤 사랑이나 사물에 잦어 버려 정상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고 기술돼 있다.

중독, 나쁜 거 맞다. 중독은 독이다. 지나치면 목숨까지 위태롭게 만드는 독. 그래서 다들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무언가에 취하지 않으면 무언가에 흘리지 않으면 별 재미가 없는 게 인생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때론 중독이라도 된 것처럼 애착을 갖고 무언가에 깊이 있게 파고들 때 팍팍한 삶을 견딜 수 있다.

누군가 "그럼, 이기주 작가는 어떤 것에 중독돼 있어요?" 하고 물을 수도 있겠다. 난 주저하지 않고 "활자"라고 답할 것이다. 책이든 광고 카피든 기사든 눈앞에 활자가 펼쳐져 있으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끝까지 읽어야 속이 시원하다.

'활자 중독자'가 된 계기가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청계천 근처 골목을 건다가 퀴퀴한 종이 냄새에 이끌려 작은 헌책방에 들어갔다.

책방 내부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서 주인공이 횃불을 들고 드나드는 동굴처럼 어둑어둑했다. 창무을 뚫고 들어온 빛줄기만이 채 풀지 않은 책 꾸러미 위로 또렷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순간 (어느 책의 제목처럼) 헌책들이 내게 말을 걸어왔던 것 같다. "어서 와. 마음껏 펼쳐 읽으렴."

그 때 난 세월과 함께 퇴적된 책 냄새를 맡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런저런 책을 뒤적였다. 활자에 탐닉하기 시작하면서 틈이 날 때마다 헌책방 골목을 기웃거렸다.

골목으로, 매번 더 깊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중독은 더 심한 중독으로 고칠 수밖에 없는 법.

대학에 입학해서는 헌책방보다 북 카페에 자주 드나들었다. 그곳에서도 매끈하고 깨끗한 책보다는 출간된지 비교적 오래된 책, 어느 한쪽이 일그러졌거나 상처를 입어 누군가에게 버림받았을 것 같은 책만 골라 읽었다.

아마 책의 낱장을 넘길 때마다 코끝에 와 닿는 헌책 특유의 꿉꿉한 냄새와 손끝에 전해지는 눅눅한 감촉을 은연중에 느끼고 싶었던 모양이다.

세월이 흘렀다. 아직 활자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는 글을 쓰고 책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 책을 펴낸 다음 서점을 찾아 책이 머무는 장소를 답사하고 책의 운명을 가능하는 일은, 일종의 순례 행위가 돼 버렸다.

여전히 난 활자의 힘을 믿는다.

활자의 집합체인 책을 끌어안은 채 단어와 문장을 더듬거리며 살아가는, 사람이란 존재에 대한 믿음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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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즘 희망 중독에 빠져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건 좀 나쁘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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