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1장] 독서쟁이 75 - 언어의 온도(이기주 저) 42_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in Steem Book Club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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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늘 분주했다. 책을 쓰고 글을 읽느나 가족을 챙기지 못했다. 사내의 일에 방해가 될까 봐 아내는 아이를 업고 엄동설한에 골목을 서성였다.
사내는 명성을 얻은 후에도 항상 글을 썻곡 책만 읽었다. 동시대를 사는 많은 이들에게 고언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그사이 가족이 겪어야 했을 고통은 헤아리지 못하였다.

우리 시대의 대표적 지성으로 꼽히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이야기다. 이 교수는 한때 일에만 정신이 팔린 아버지였다고 고백한다. 어린 딸이 잠자리에 들 때 그 흔한 굿나잇 키스조차 건네지 않았다고 한다.
세월이 흘렀다. 암에 걸린 딸은 아버지보다 일찍 세상을 등지게 된다. 홀로 남은 아버지는 지난날을 자책하고 눈물을 참아가며 딸에게 우편번호 없는 편지를 보낸다.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라는 책을 통해서...
서점을 배회하던 어느 날, 이 책을 집어 들어 그 자리에서 끝까지 읽었다. 페이지를 넘기다가 나는 아래 구절에서 시선을 멈추고 숨을 가다듬었다.

"딱 한 번이라도 좋다. 낡은 비디오테이프를 되감듯이 그때의 옛날로 돌아가자. (중략) 나는 글 쓰던 펜을 내려놓고, 읽다 만 책장을 덮고, 두 팔을 활짝 현다. 너는 달려와 내 가슴에 안긴다. 내 키만큼 천장에 다다를 만큼 널 높이 들어 올리고 졸음이 온 너의 눈, 상기된 너의 뺨 위에 굿나잇 키스를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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