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막걸리

in #kr3 years ago

오랜 만에 정오경에 자전거를 타고 하천길을 달렸다. 태풍으로 열기가 식은것인지 햇볕과 공기가 그전과 다르다. 약간 선선하다는 느낌이다. 한참을 달리다 다시 되돌아 오는 길을 선택했다. 하천길이 아니라 둑방길로 들어 섰다. 한참을 오다가 둑방에 가로수가 우겨지고 벤치가 놓여 있는 길로 들어섰다. 허름한 빌라들이 주변길에 빼곡히 있는 길이다. 가다가 7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두 분이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한 의자에 막걸리 2병과 약간의 순대가 있다. 말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두 분이 앉아서 막걸리를 걸치고 있다.

상상이 발동한다. 무슨 애기를 하고 있는 걸까? 지나간 이야기, 젊었을 때 이렇게 저렇게 살아간 추억을 이야기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나이를 먹고 이룬게 없는 허망한 인생살이를 술안주 삼고 있는지 모른다. 아니면, 자식들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공감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짧은 순간에 표정이 밝지 않는 두 분의 모습을 보면서 상상을 해본다. 돌아와보니, 2병의 막걸리와 몇 개의 순대가 그분들과 겹친 기억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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