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달러는 세계 경제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경제사학자들이 아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몇년 간을 회고해본다면, 미국밖에서 달러 차입이 가장 절정에 달했던 시점이 흥미로울 수 있습니다
먼저 2012년 9월이 있습니다
아프리카 후진국 잠비아가 최초의 유로본드(비유럽국가가 달러표시로 유럽에서 발행하는 채권)를 발행했는데 금리가 5.4%에 120억 달러어치를 조달했습니다
또 1년 뒤인 2013년 9월에는 모잠비크 국영 참치잡이 회사가 8.50억 달러 규모의 유로본드를 발행했네요
2013년 5월에는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가 110억 달러 규모의 10년 달러표시 사채를 발행합니다
이 금액은 신흥국 1개 회사가 발행한 규모로는 역대 최고였고 금리도 4.35%라는 상상도 못할 저금리 수준이었습니다
제가 쓸데없는 저런 후진국들 채권발행까지 들먹인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Fed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저금리 달러 시대를 열자, 전세계적으로 미친듯이 달러를 빌렸다는 것을 단편적으로나마 보여드릴려고 그런 것입니다 저런 달러의 막대한 수요는 당연히 달러강세로 이어집니다
채권투자로 달러를 빌려준 투자자들의 경우에는 나날이 달러 몸값이 높아지면서, 지난 투자가 바로 후회막급이 되는 순간을 여러번 경험했다는 의미도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비싼 값에 달러를 빌려줄 수도 있었다는 후회를 했겠으니 말입니다
11월 9일 트럼프 당선에서 11월 25일 추수감사절에 이르기까지 달러는 선진국 통화 바스켓 대비 3%나 올랐는데 이런 단시간에 유례없는 폭등이었습니다
BIS(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작년말까지 미국 이외의 정부와 기업들이 달러표시 채권으로 빌린 달러만도 9조7천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중 3.3조달러가 이머징마켓이 빌린 몫이었고 그것도 기업들이 빌렸다고 하네요
달러빚이 많은 나라들에게 환율은 시한폭탄 역할을 합니다
이머징마켓이 발행해서 선진국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는 달러표시 채권(달러본드)은 일종의 숏포지션(매도입장)과 같습니다
금융시장의 조그만 쇼크(환율불안)에도 불안한 이머징마켓 달러본드들은 바로 숏커버(환매요구)에 시달리게 되고, 여기서 환매에 응하기 위해 이머징 마켓은 상당한 달러를 또 조달해야하다 보니, 이 과정이 달러 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게 됩니다(=불안한 환율이 더 요동침)
중국이 15일에 국채선물거래를 전면 중단한 것이 미국연준 금리 인상 직후에 나왔습니다
이보다 좋은 사례가 더 어디 있겠습니까?
최근의 달러강세에는 아주 명백한 원인(a proximate cause) 존재하죠
바로 도널드 트럼프입니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당선자가 의회와 합심해서 법인세를 감면하고 인프라투자지출을 늘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재정지출이 막대해지면 Fed는 금리를 더 빠르게 올릴 수밖에 없고(=재정지출에 충당되는 채권금리가 급속히 상승해서 시중 자금시장이 타이트해지기 때문에) 이 높은 미국시중 금리가 전세계 달러를 미국으로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됩니다 당연히 미국으로 달러가 다 떠나버린 상태에서 세계의 달러값은 또 폭등하게 되죠
게다가 법인세 감면으로 미국기업들이 역외에 쳐박아놓고 있던 달러유보금을 본국송환하기 시작하면 당연히 달러값이 또 올라가게 됩니다
ECB는 이미 12월 8일 정책회의에서 본드바잉(bond-buying programme)을 내년12월까지 연장하기로 했고 필요시 무제한으로 그 이상 연장할 수 있다고 언질까지 줬습니다 완화적 통화정책의 유지입니다
강달러를 기회로 디플레공포에 빠져 있는 유로존에 물가상승의 희망이 생긴겁니다
BoJ에게 트럼프 당선은 지금 "선물"이나 마찬가지죠
9월에 BoJ는 2%인플레이션 타겟의 오버슈팅도 불사하겠다고 강경한 선언을 했습니다
엔약세는 그 목표에 엄청난 동력을 제공합니다
기축통화국인 도쿄와 프랑크푸르트 통화당국자들에게 강달러는 이렇게 환호할 일이지만 이머징 마켓에서는 지옥이 됩니다 3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는, 신흥국 통화의 절하(depreciation)는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도록 압력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추가적인 통화가치 폭락을 막고 수반되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면 금리 인상이외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트럼프 당선이후 가장 이 사례를 보여줬던 중앙은행이 터키 중앙은행입니다 리라가 역대최저로 달러대비 폭락하자 11월24일 금리 인상을 단행했는데 쿠데타 진압으로 혼란에 빠진 나라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긴축조치가 내려진 것입니다
두번째로, 강달러는 간접적으로 이머징마켓에서 신용경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달러를 빌릴 수 있는 신흥국 기업들(우리나라의 경우 삼성전자나 산업은행등)은 대리 금융기관(surrogate financial firms)역할을 합니다 빌린 엄청난 달러를 기반으로 자국에서 대부(lending)를 한다는 말입니다
이 기업들이 빌려온 달러가 담보가 돼서 시중에 대부자금이 풀리게 됩니다
달러가 약세면 이 surrogate 금융회사들은 얼마든지 세계금융시장에서 달러를 빌립니다
반대로 강달러가 오면 달러조달에 어려움이 생기고 따라서 신흥국 대부시장에도 총체적인 자금경색이 초래되죠
세번째 이유는 과거달러 빚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옵니다 달러표시 채무가 커지게 되면(달러강세로 인해) 그 빚을 갚는 과정에서 신흥국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을 줄이게 됩니다 경제가 얼어붙는 셈이죠
강달러의 영향은 물론 부자나라 금융시장에서도 분명히 나타납니다
이번에는 금융전문용어를 좀 써서 설명을 해야 하는데 외환시장(foreign-exchange market)은 '무위험 금리평형'(Covered-Interest Parity, CIP)이라는 공식을 따릅니다
쉽게 설명하면 이것은 국가간 금융거래에 하등의 위험요소가 없는 경우(=다른 변수가 없다)를 가정하여 스왑시장에서 결정되는 국가간 통화스왑레이트(=통화교환거래체결시 비용)는 양국간 금리차와 같은 수준에서 결정된다는 이론입니다
외환스왑은 선물환거래와 현물환거래를 동시에 해서 환위험을 제거하는 거래기법입니다
가령 1달러 100엔일 때 일본(0%)에서 미국의 높은 금리(1%)를 이용해서 투자를 한다고 하면, 일본시중은행들이 투자자로부터 엔을 모아서 미국에서 달러로 바꾸게 됩니다
차입한 엔을 미국 외환스왑시장(미국은행)에서 현물환거래(엔을 현물환으로 매도하고 달러를 받음)를 하면서 동시에 선물환거래(정해진 날짜에 달러를 선물환으로 매도하고 엔을 받음)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일본 엔이 달러로 둔갑해서 미국채권에 적극 투자되면 채권값이 상승하면서 결국 1%대의 금리가 하락하게 됩니다 엔으로 미국채권에 투자가 더 일어나면 날수록 미국과 일본과 금리차는 줄어들고 결국 제로로 수렴하겠죠 이렇게 금리차가 사라지면 더이상 투자 유인이 없어서 미국내 투자된 일본 자금은 그간의 이득을 엔으로 바꿔 미국에서 빠져나가게 됩니다
이경우 달러엔 스왑은 미국시장에서 엔을 현물로 매도하고 선물로 매입함으로써 엔의 미국유입을 증가시킵니다 엔 기준 현물환율은 당연히 내려가죠 가령 1달러가 105엔까지로 엔공급이 증가한다는 의미입니다
선물환율은 반대가 됩니다 1달러에 95엔정도로 엔값이 상승합니다
이때 (선물환율-현물환율/현물환율)의 공식을 스왑레이트라고 하는데 미국 고금리를 좇아서 일본에서 엔이 많이 유입되면 될수록 이 스왑레이트는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CIP의 조건: 스왑레이트=미국금리-일본금리
어떤 변수도 없는 정상적인 금융시장에서 금리차를 노리는 차익거래(arbitrage)는 스왑레이트를 높이고 양국 금리차를 떨어뜨려서 위의 CIP조건을 만족시킵니다
즉, CIP에서 양국 금융시장은 균형상태에 있고 투기거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때, 환율도 안정돼 있습니다
위 식을 달리 표현해서, '(미국금리-일본금리)-스왑레이트=무위험금리차(Covered Interest rate Differential, CID)'라고 하는데 위의 말은 달리 말해서 차익거래가 진정되면 양국간 CID는 0(zero)이라는 말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현재 미국달러가 강력하고 미국금리가 치솟으면서 달러-엔 3개월물 선물환시장에서 위의 CID가 0.9%까지 올랐습니다 이 말은 스왑레이트를 감당하고도 미국시장에서 0.9%의 수익을 뽑을 수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 집중적으로 돈이 몰린다는 말입니다
미국시장에 전세계 돈이 몰릴 이유가 됩니다 아직 미국시장은 차익거래를 가능하게 할 만큼 선진국중 유일하게 고금리라는 것이고 따라서 달러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엔으로 미국채권에 투자할 때 달러를 구입하는 비용이 더 비싸졌다는 말입니다(=스왑레이트증가, 엔현물매도시 달러 강세로 환율손해보고 엔선물매입시 갑지기 몰린 엔수요 병목현상으로 달러로 거둔 수익을 떨어뜨림)
일본에서 현재 달러자금 확보할 때 스왑레이트 증가로 조달비용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다시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경제사적으로 분석했을 때, 유사한 달러강세의 시기를 보면 1980년에서 1985년 사이가 있습니다 달러가치가 50%나 치솟았네요 미국수출업체에 치명적 타격이었죠
보호무역주의의 극단으로 치닫던 미국을 구제해줬던 게 1985년 플라자 합의(the Plaza Accord)였습니다
달러화를 강제 절하시킨 유명한 협정이었죠
그런데 현대판 달러초강세의 가장 큰 우려는, 플라자 합의 같은 세계적 합의는 이제 불가능해졌고 오히려 세계적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그 갈등의 근원이 아시다시피 트럼프입니다
강달러가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보호무역주의 경도에 박차를 가하지나 않을지 세계가 우려하는 것입니다
강달러면 어쨌든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고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 아래 그림은 위에서 설명드린 무위험 금리차(CID)에 따른 국제적인 금리 재정거래(interest arbitrage transaction)를 대략 도표로 설명한 것입니다 어려운 개념처럼 여겨지실지 모르겠지만 일반 대학교 경제학과 국제금융론 정도 수업에서 다루는 초보적인 내용입니다 경제학에 관심있으시면 국제금융론으로 더 깊이 공부해보세요


저 치타봇은 자동으로 다른 원문과내용같으면 원문 링크 보여주는거라 계속 뜰텐데요. 읽는사람이 판단하라고 단순히 알려주는 차원이니 상관안하셔도 될듯합니다.
그나저나 어려운 말이네요. 어려운건 추천
고맙습니다.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steem을 조금씩 구매하고 있습니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네요 :D
어렵습니다...........!!!!!! ㅠ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