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시 # 6

in #kr7 years ago

저무는 봄날
하얀 비 맞으며
나는 그 길 위로 걸어왔습니다
숨막힐 듯 단내 나던 꽃송이
산산이 부서져 뼛가루처럼
어디론가 불려가는 날,
마른 꽃잎을 한 줌 움켜보니
금방이라도
소리를 낼 것만 같습니다
당신은 얼마나 한숨을
잘 쉬시던지
모두 여기 날아와
쌓인 듯합니다
한숨 한 줌
이렇게 되려고 달려온 건 아니었는데
머리 위의 꽃비 하염없습니다

   아카시아/나희덕/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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