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시 # 5
훗날 누가 나를 일컬어 말한다면
그는 단지 그냥 거기 있었다,
라는 말을 듣고 싶다
머리 짙푸른 잎새로
담장 밖에 서서
거기 있을 뿐이었다,
라는 말을 듣고 싶다
맵찬 바람과 나눈 귓속말도
시가 된다면
그는 시대를 외면한 채
다만 그렇게 시를 쓰며
서 있었노라
베어져 농짝 하나 되기 힘든
굽은 벽오동
그 옛날 딸 낳으면
혼수 삼아 심었다는
푸른 벽오동
이름도 잊혀진 세월에
그는 섰다가
뿌리를 흔들지 못한 채
다만 소리 소문 없이
어느날 베어졌다,
라는 말을 듣고 싶다
벽오동/박철/2005
Congratulations @floridasnail! You have completed some achievement on Steemit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Award for the number of posts published
Award for the number of comments
Award for the number of comments received
Click on any badge to view your own Board of Honnor on SteemitBoard.
For more information about SteemitBoard, click here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By upvoting this notification, you can help all Steemit users. Learn how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