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EX들은 어디로 갔을까? - 📙 채사장/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 - [Feel通 - 書로 이야기]

in #kr8 years ago (edited)

기본 탬플릿 (11).jpg


 연휴 잘 보내셨나요? 그동안 가입 인사 빼고 대부분 독백조의 글을 써왔는데, 이 번 글은 괜시리 '말' 걸고 싶어요.

설에 읽은 채사장의 신간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가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당신도 그렇습니까?.' '저는 이런 삶을 살았습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책장의 마지막을 넘겼을 땐 '관계'라는 , 어쩌면 삶의 전부일 수 있는 주제에 대해 얘기하는 바톤을 넘겨받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물론, 이런 느낌은 아녔습니다. 훗*
행운의편지.JPG
<행운의 편지ㅎㅎ>



'그'는 좋은 동네에 가보는 것,  돈이 많은 곳의 기운을 느껴보는 것이 중요하다 했어요.
그를 알게 된 이후 괜히 비싼 호텔의 로비를 서성인다거나 제 키의 3배쯤 되는 담장과 CCTV가 있는 집앞을 다니는 걸 좋아했죠.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학처럼 걷고 있으면 왠지 저를 키우려했던 그의 지지가 함께 걷는것  같았어요.

또 다른 '그'는 레몬같이 생긴 이상한 케릭터를 좋아한다고 알려줬는데 그 기괴함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귀여운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천식 환자 목소리 케릭터를 좋아한다니!
하지만 우리가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고 저는 그 요상한 케릭터가 주인공인 '어드벤처타임'의 광팬이 됐어요.
만날 때가 아닌, 헤어지고 나서의 일이예요.

생각해보면 에버노트를 쓰게 된것도, 가장 사랑하는 장소인 국립중앙 도서관을 가게 된 것도,
모두 '그'들이 제게 준 영향이예요. 그것은 연애의 형태이기도, 그저 스치는 인연의 점이기도 했죠.
제게 많은 영향을 주고 저를 바꿨으며 제 안에 그들을 남겼습니다.  


그러므로 만남이란 놀라운 사건이다. 너와 나의 만남은 단순히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넘어선다. 그것은 차라리 세계와 세계의 충돌에 가깝다. 너를 안는다는 것은 나의 둥근 원 안으로 너의 원이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감내하는 것이며, 너의 세계의 파도가 내 세계의 해안을 잠식하는 것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세계와의 조우. 이것이 사랑하는 이를 만난다는 행위의 진정한 의미다. 이제 그의 지평은 나의 지평으로 침투해 들어와서 결국 나의 세계와 겹쳐진다. 나는 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기존의 세계에는 없던 신비하고 새로운 것들을 하나씩 마주하게 된다. 그의 향기, 그의 옷가지, 그의 가구들, 그의 취향, 그의 언어, 그의 습관들, 그의 세계관 나는 그가 먹는 것을 먹고, 그가 하는 말을 따라 하며, 그의 세계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 끝에 의연하기는 어려웠어요.

관계의 흔적- 누군가 떠난 뒤 달라진 제 모습이 낯설고 또 힘들었죠.
만남이 필연적으로 이별을 동반해야 하는것이라면 설렘보단 두려움에 가까웠습니다.
인연을 겁내고 고슴도치처럼 아주 좁은 관계만을 유지하며 무딘 가슴을 만들려 노력했어요.
하지만 아픔을 줄이려 상처를 피할 수록 기쁨의 총량도 줄어드는 느낌.
진공상태의 심장이 과연 행복한것인지 의문이었지만, 이미 겁쟁이가 되어버린걸요. 
그런 제게 채사장은 말 합니다. 

 
인생이 여정 속에서 닿은 그 어떤 사소한 인연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내 안에서 언젠가 만나 당신과 나의 내면을 깊고 아름답게 키워낼 것이다. -  p07 저자의 말
헤어짐이 반드시 안타까운 것은 아니다. 그것은 실패도, 낭비도 아니다. 시간이 흘러 마음의 파도가 가라앉았을 때, 내 세계의 해안을 따라 한번 걸어보라. 그곳에는 그의 세계가 남겨놓은 시간과 이야기와 성숙과 이해가 조개껍질이 되어 모래사장을 보석처럼 빛나게 하고 있을 테니.
그래서 헤어진다는 것은 그렇게 슬픈 일이 아니다. 그가 사라진다고 해도 그의 세계는 그대로 남을 것이기 때문에. 나는 한동안 그가 그대로 놓고 간 세계를 이리저리 배회하게 될 것이다. 그의 물건들을 들춰보고, 그의 생각의 파편들을 더듬을 것이다. 하지만 슬퍼할 필요는 없다. 사라진 것이 아니니까. 그의 세계는 나의 세계 위에 온전히 남는다. 나의 세계는 넓어지고 두터워지며, 그렇게 나는 성숙해간다.


 작가의 글로, 아픔이 보석이 되는 순간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세상을 살아갑니다. 똑같은 시간과 하늘 아래 살지만 각자의 우주를 품고 마주 합니다. 
'내맘'같지 않은 이별은 나의 '부족'때문도 아니고, 내 탓도 아니며, 인생의 비극을 위한 신의 장난도 아닐 것 입니다.
함께한 시간을 감사히 여기고, 다를 수 밖에 없는 서로를 이해하며, 내 안에 남아있는 상대의 세계를 품고 살아가야 할테죠.
네, 모르는바 아닙니다. 말로는 차~암 쉽죠.
그래도 "다 내맘 같았으면 좋겠다고!! "를 외치며 오랜 시간 자책하고 아파하는 제게 채사장의 담담한 어조가 와 닿습니다. 
 


자아의 내면 세계에서 시간은 우리의 상식처럼 하나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사람은 자기만의 시간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어떤이는 현재에 살지만 다른이는 과거에 살고, 또 다른 이는 미래에 산다.-p.99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는 "우리는 다르다"라는, 수백번을 들어 흔해져 버린 말이 가슴에 절절히 와닿는 책이자, 40개의 이야기입니다. 
그 다름을 이해함으로 상처에도 새살이 돋고, 어느새 '내 우주에는 무엇이 담겨 있는가' 질문하게 됩니다. 
그순간, 우리는 EX 혹은 그 무엇과도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죠.
고독하고, 심오하며 절절한 채사장의 얘기가 때로는 아프게 느껴지기도 하고
해탈한 듯한 어조가 버겁기도 하지만 여운이 오래 남는 책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장의 말이 더 기대되는지도 모르겠네요. 






 @ 뜬금없지만, 제가 이별 직후 이 책을 읽었다면 어땠을까 궁금해집니다.

헤어짐도, 망각도, 죽음도, 아쉬운 것은 없다.
우리는 운명처럼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테니.
 

라는 채사장에게 "슬퍼 죽겠는데 뭔 헛소리야. 흑" 했으려나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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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맨 밑에서 네 번째 줄은 실화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담담하지만 아프네요....ㅎㅎ

하하 ㅇㅅㅇ) 실화입니당! 하지만 과거가 된 실화예요. 이젠 극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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