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주] 훈련병 시절 이야기 - 논산 육군훈련소 2주차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series6 years ago

이번 오마주는 훈련병 시절 이야기를 꺼내볼까 합니다.
잊을만 하면 생각나는 그 때 그 시절...
기존 포스트에 내용 약간 추가했습니다.

링크: https://steemit.com/kr-army/@dorian-lee/7heap6-2



1주차보다는 훈련 강도가 조금 올라간 2주차였지만, 이제는 부대 적응도 웬만큼 되어 있어서 몸이 힘든 건 그 때뿐이라는 것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물론 그때는 몰랐다.)

전투화를 처음에 신을 때, 내부가 뻣뻣해서 신고 다니다 보면 발가락이나 발꿈치가 까지는 애들이 더러 있었다. 특히 그들은 전투화를 신고 구보할 때마다 까진 상처를 통한 쓰라림을 맛봐야 했다. 나는 처음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2주차에 들어와서 갑작스레 뒷꿈치의 일부가 까지기 시작했다. 막상 내가 당해보니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다행히도 상처가 커지기 전에 내 옆자리의 동기로부터 밴드를 빌려서 뒷꿈치를 붙여서 더 큰 고통은 면할 수 있었다.


군법에 대해서도 2주차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여기서 주로 배운 건 어떤 나쁜 짓을 하면 어떤 처벌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군인이라는 특수한 신분으로서 적용받는 가장 전형적인 범죄는 군무이탈죄와 대상관 범죄였다. 이는 사회에는 없는 법으로서 이를 어기는 건 다른 범죄보다 무거운 범죄로 간주되었다. 군무이탈죄는 밖에서 말하는 탈영을 말하고, 대상관 범죄는 자신의 상급자로부터 면전모욕, 구타 등과 같은 일을 저지르는 것을 말한다. 군대에서는 무엇보다 위계질서를 중요하게 여기므로 상관에게 대드는 것은 중대한 범죄로 간주된다.

군대에서는 상관에 절대 복종을 미덕으로 삼는다. 그것을 악용하여 부당한 것들을 시키는 자들이 많다는 게 문제.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그러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3주차에 사격이 실시된다. 그 전에 사격하는 법을 가르치는데, 이를 사격술 예비훈련(PRI)이라고 한다. 훈련병이나 병사들은 소총을 사용하는데, K-2나 M16A1을 사용한다. 군인이라면 누구나 총을 쏠 줄 알아야 하는데, 총이라는 무기는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주의를 하라는 정신교육을 받게 된다. 그리고 총을 쏘기 위한 여러가지 자세들을 가르쳐 주고, 이에 대한 반복숙달이 2주차에 이루어졌다.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는 훈련병들은, 교육을 빙자한 얼차려를 받아야 했다.

"100쏴로 쏴!"
"200쏴로 쏴!"
"250쏴로 쏴!"
" 똑바로 안 해?"

'몇 쏴로 쏴!'이라는 조교의 외침이 있을 때마다 훈련병들은 앞으로 뛰어가다 엎드려서 총을 쏘는 움직임을 수도 없이 반복해야 했다. 몸에 땀은 계속해서 흘렀고, 전투복은 땀으로 점점 젖어져 갔다. 게다가 엎드릴 때마다 바닥에 있는 모래가 전투복에 계속해서 묻어 점점 지저분해져 갔다. 교육을 받으며, 땀 냄새와 모래 냄새가 뒤섞여 야리꾸리한 냄새가 훈련병들 사이에 오가곤 했다.


이번 주말 종교행사는 야간에만 가기로 했다. 왜냐면 개인정비를 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오전에 작업이 없어서 정비를 하며, 편지를 쓸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간만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중간중간 쉴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 날 비가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교들은 우리들이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해야 한다며 오후에 우리들을 28연대에 있는 샤워장으로 데리고 갔다. 또 판초우의를 뒤집어 쓰고 가야 했다. 막상 샤워장에 들어가 뜨거운 물로 샤워하니 기분은 좋았다. 물론 그때 뿐이었다. 문제는... 돌아갈 때 다시 냄새나는 판초우의를 뒤집어 써야 했다. 비는 비대로 맞고, 판초우의에 묻어있는 빗물이 다시 체육복으로 스며들었다. 냄새는 또 다시 났고, 기분은 또 다시 찝찝해졌다. 이런 짓을 왜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차라리 샤워를 안하는게 낫지.

그 날 저녁 먹고 사건이 터졌다. 우리 소대의 선임(학교에서 반장과 비슷한 개념)은 몰래 숨겨놨던 건빵을 먹다가 조교한테 걸렸고, 다른 어떤 동기는 식당에서 전투모를 잃어버렸다. 당시 조교 강** 당시 일병이 대폭발했다. 둘 다 각종 심한 얼차려에 벌점까지 받았다. 소대 분위기가 상당히 안 좋아졌지만, 다행히도 단체 얼차려는 없었고, 야간 종교행사 때문에 슬그머니 넘어갈 수 있었다.

이번 종교행사에도 나는 교회로 갔다. 이번엔 웬일인지 초코파이가 나왔다. (만세~~) 그 때 느낄 수 있었던 희열이란... 군대라는 곳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기쁨이다. 그깟 초코파이 하나가 무슨 대수라고....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너무나 특수한 상황에서의 기쁨이었다.


참고


이 글은 [오마주]프로젝트로 재 발굴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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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 ㅋㅋ 훈련소에서 일기를 열심히 쓰셨군요
저는 쓰는 척만 했었는데....ㅋㅋ

수양록은 열심히 쓰기는 했었죠. 그걸 바탕으로 전역후에 재구성하여 이야기로 작성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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