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zakaya_풍류의 삶을 꿈꾸는 동작가의 글파는가게 이야기

in #dongzakaya8 years ago (edited)

#자극적인_첫경험

때는 바야흐로 일천구백구십이년이었다. 당시 국민학교 삼학년이었던 나는 운명처럼 가수 김수희씨의 ‘멍에’라는 노래를 마주했다. 아마도 아버지의 선곡이었으리라. 정확히 어느 지점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흘러나오는 음악에 취해 그대로 얼어붙어버렸다. 노래가 막바지로 치달을 즈음엔 터져나오는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열 살짜리 꼬마가 가사를 이해하고 그랬을 리는 없다. 당시 내가 향유하던 문화라고는 워너브라더스로 판권이 넘어간 ‘톰과제리’라든지 유니버설픽쳐스 소유의 ‘우디우드페커(딱따구리)’ 정도였으니 말이다. TV만화영화의 수준을 폄하할 의도는 없다. 다만 끝나버린 사랑을 향한 회한의 정서를 이해하기에 열 살은 너무 어린 나이다. 그저 난 김수희씨의 애끓는 목소리에 압도당한게다.
그땐 몰랐다, 그것이 나의 첫경험이었는지를 말이다. 이름 한번 불러보는게 소원이었던 중1때의 풋사랑도, 모멸감으로 끝맺음을 했던 중2때의 짝사랑도, 학원 빈 강의실에서 교복차림으로 나누었던 중3때의 키스도, 한 살 연상이었던 그녀와 함께한 잠자리까지도 모두 처음이 아니었음을 말이다. 그 모든 첫경험은 바로 그날이었음을 말이다. 나는 열 살 꼬마시절 김수희씨의 ‘멍에’앞에서 동정을 잃었다. 아니, 동정을 바쳤다. 어쩌면 예술에 동정을 바쳤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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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꾸는

예술에 동정을 바친 열 살 꼬마가 커서 고등학생이 되었다. 누구나 한번은 그러하듯 꿈은 연예인이었다.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로커가 되고 싶었다. 모든 여자들이 열광하는 로커가 되어 난봉꾼으로 살고 싶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그녀와도 사귀고 영화에 나오는 그녀와도 자보고 싶었다. 그래서 끊임없이 연습했다. 그시절 날 키운건 팔할이 본조비였다. 일천구백구십오년 본조비의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라이브콘서트 비디오테이프를 정말로 끊어질 때까지 보고 또 봤다. 다행히 음악적 재능도 있었다. 당시 TV에 나오는 가수들보다 나는 노래를 더 잘했다. 학교 밴드동아리의 보컬은 당연히 내 몫이었다. 90년대 유행하던 가수지망생 전화오디션도 매번 합격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카메라테스트에서 항상 떨어졌다. 아버지는 술만 먹으면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자신의 얼굴을 빼다박은 나를 보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덧붙여서 그 얼굴로는 공부를 겁나 잘해야만 잘 살수 있다는 조언도 아끼질 않았다. 아버지는 서울대 출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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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책

그래서 공부를 겁나 열심히했다. 차선책이었다. 아버지와 동문이 되지는 못했으나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대학에도 갔다. 하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예술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래서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예술하는 삶을 살기로 결정했다. 처음엔 내가 가장 잘 하는 노래를 다시 도전해볼까 생각했으나 세상은 진보했고 나는 때를 놓쳐버렸다. 내 노래는 20세기에나 통하는 구닥다리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다시 차선책을 선택했다. 내가 노래 다음으로 잘하는 글쓰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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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여주는_예술

나는 배고픔이야말로 예술가의 특권이라는 말을 혐오한다, 일단 나는 배가 고프면 기분이 몹시 나쁘다. 그리고 배가 고프면 예술을 하지 못한다. 아니,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밥먹여주는 예술을 선택했다. 성인물 웹툰 스토리 작가였다. 매회 원고를 마감하면 고료가 들어오고 유료구독자가 늘어가면 늘어갈수록 인센티브도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육회랑 민어매운탕이랑 채끝살이랑 연어랑 도미랑 팔보채랑 마라샹궈랑 소주랑 맥주랑 지금 생각나지 않는 것들까지 엄청 먹을 수 있었다. 왜냐? 밥먹여주는 예술을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밥먹여주는 예술이 조금 안좋은 점도 있었다. 호부호형을 하지 못한 홍길동처럼 어디가서 내 작품에 대해 말을 못했다. 이 작품이 내 작품이다 왜 말을 못하냐고? 쪽팔려서다. 굳이 하려면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성인물 웹툰도 예술의 하나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암요 암요 백번천번 옳다. 그래도 말하기 싫다. 싫은건 싫은거다. 그래서 이름을 밝힐 수 있는 예술을 하고 싶어졌다.

#글파는가게

그게 글파는 가게다. 글만 파던 사람들이 글좀 팔아보자고 모였고 나도 거기에 숟가락을 얹었다.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 세상에 단 하나뿐인 글을 써내려간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베타테스트

그 베타테스트가 스토리펀딩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헌정사'와 '끝이 궁금한 이야기' 두개의 주제를 가지고 글을 팔아보련다. 얼마나 팔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세상 사람들이 나임을 모르게끔 이상한 필명으로 글을 쓰지 않아도 된다. 물론 아직 나의 풀네임을 공개할 자신은 없다. 그래서 소심하게 ‘동작가’라는 필명을 지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내 이름에는 ‘동’자가 들어간다. 베타테스트 주소를 아래에 붙여넣어본다.

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1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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