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아이와 함께 책 보며 휴가 보내기

in #busy8 years ago (edited)

한참 전의 일이지만, 어린이 집이 방학을 했다. 휴가계획이 어떻게 잘 맞아떨어져 가족여행도 갈 수 있었고 여차저차 집에서 시간을 잘 보내긴 했지만 그래도 어딘가 나가서 돌아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집 식구들. 아내가 맘까페에서 멋진 걸 발견했다, 책 놀이터와 북까페.


목적지는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 원래는 건물에 도서 출판과 관련된 사무실을 입주시켜 대구 소재 출판사들의 원활한 출판을 지원하는 게 목적인 것 같다. 출판산업에 대한 홍보를 겸하려고 했는지 동화책이 가득한 '어린이 책 놀이터'와 각종 도서가 서가를 채운 '북 카페'와 국제상을 수상한 그림책을 모아둔 '전시실'도 있었다. 덕분에 반나절씩 두 번이나 찾아가 잘 놀다가 왔다. 건물 내에 맛있기로 소문난 구내식당도 있었지만 맛을 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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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는 달서구 웃는얼굴아트센터 바로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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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의 흰 주차선은 입주사무실 전용, 땡볕의 파란 주차선은 방문객 용. 특이하게도 창문에 태양광 패널이 붙어있고, 건물을 들어가면 국제도서전 수상작 전시관이 있다. 말 그대로 '전시'를 위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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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라고 모두 동화책은 아니다. 어떤 책은 이토준지 만화나 기생수 뺨치는 그로테스크한 작화를 보여준다. 전시관에 있는 책들을 대충 훑어보면 일반적인 동화책이 가장 많지만 80~9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동화도 눈에 많이 띈다. 달동네 담장너머에 사는 이웃들이나 비둘기호 열차에서 태어난 우리엄마 이야기 같은 것들. 내가 어릴 때 보았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류'의 이야기가 이제 '볼일 보러 마당에 있는 화장실에 간다거나, 공터에서 숨바꼭질을 한다는 류'의 이야기로 대체되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대충 훑어보려 했더니 아이가 '심심해' 타령을 시작한다. 큰일이다. 이럴 때는 자리를 옮기는 것이 상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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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얼른 책 놀이터로 자리를 옮겼다. 글자를 읽을줄도 모르는 주제에 벽에 뚫린 구멍에 들어가서 혼자 책을 보며 중얼거린다. 허리가 불편한지 책상에 앉아서 읽기도 한다. 언제 이만큼 컸나 싶어서 아이를 바라보며 멀리서 혼자 씩 웃는다. 아이가 혼자 노는 틈을 타서 해리포터 시리즈의 첫 부분을 꺼내어 읽는다. 서너페이지쯤 읽고 재미를 붙이려 하는데 아이가 다가온다. 이제 책을 좀 읽어달랜다. 아, 해리포터는 과연 이모네 집 벽장에서 편지를 받을 수 있나. 궁금해 미치겠지만 어쩔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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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좀 읽어주다가 아이를 살살 꼬신다. 위층에 올라가면 조각 케익이 있는데 말이야... 아빠는 커피 마시고 넌 케이크 먹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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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조각케익에 빠져있는 동안 얼른 책을 하나 골라서 읽어본다. 처음에 갔을 때 잡은 책은 김정운 박사의 '에디톨로지' 도입부가 너무 재미있는데 역시나 읽던 중에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는 바람에 흐름이 끊겨버렸다. 집에 가는 길에 중고서점에 들러 하나 샀는데 여러 분야를 드나들며 풀어내는 그의 "썰"에 감동했다.

두 번째 갔을 때 눈에 띈 책은 '돈스코이호의 보물'이었다. 지난달부터 신일골드코인과 신일그룹,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돈스코이호를 묶어 뉴스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세력들이 드디어 책까지 냈냐고 생각하며 집어들었는데 이게 왠걸. 15년 2월에 1쇄, 5월에 2쇄로 나온 책이다. 책 내용은 뉴스의 흐름과 거의 같았다.

99년 9월, 대우증권의 분석 리포트가 나왔다. "돈스코이호의 발견이 사실이고 전사戰史에 기록된 대로 만약 50조 규모의 보물이 발견된다면, 그 중 10%의 소유권만 인정받더라도 동아건설의 주가는 8만4천원 선으로 상승할 것이고 수익금 배분비율이 '국유재산에 매장된 물건의 발굴에 대한 규정'에 따라 80%까지 이루어진다면 적정주가는 68만원까지 올라갈 것이다."


그 직후 자본잠식 회사였던 동아건설의 주가는 사흘 내내 상한가를 쳤고, 증권거래소는 매매중단 조치를 내렸다.

여기에서 동아건설이라는 단어를 신일골드코인으로 바꾼 것이 지금의 상황인데 아직 보물선은 끝나지 않았다. 책 뒤의 부록을 살펴보니 아직 우리나라 연안에는 40여개의 보물선이 더 있다고 한다....

...까지 봤는데 아이가 또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그저 기특하다. 수백, 수천번까지는 못해도 열번까지는 읽어줄게. 대구 수성못에 얽힌 이야기이다. 내 고향은 대구가 아니지만 내 아이의 고향은 대구가 되었다. 주변지역에 대한 동화책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일지 상상도 못하겠다. 내가 살던 시골을 주제로 한 동화책은 없었던 것 같다. 다행히 너댓권을 읽고나니 아이 입에서 '집에가자'는 말이 나왔다. 우리 가족의 대구시내 책 나들이 이야기 여기서 끝. 앞으로도 시간이 되는 평일에는 자주 찾게 될 것 같다.


장소: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
주소: 대구광역시 달서구 문화회관길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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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십니다. 결혼과 자녀가 부부 개인에게 끼치는 안좋은 통계가 가득한데, 고난의 행군을 끝내고 국밥집에 마음껏 가게 되실 것입니다.

ㅎㅎㅎ말씀하신 그날은 아직도 까마득히 멀고 먼 날처럼 보이는군요. 감사합니다.

이런 시설들 볼때마다 한국에 가고 싶습니다...ㅜㅜ
제가 있는 태국 치앙라이라는 지역에는.....ㅜㅜ 없네요.....ㅜㅜ

도서관은 참 흔한 시설인데.. 원래 아무렇지 않게 찾곤하던 것들이 사소하고 흔한 것들이 낯선 곳에서는 그리울 거라 생각합니다. 제게는 없는 이국적인 삶을 살고 계신 게 부럽네요. 하시는 일 잘 되시길^^ 포스팅과 댓글로 자주 뵙겠습니다.

시설이 어마어마하네요.
아이도 어른도 좋아할 수 있는 공간 같아요.^^

그렇네요. 아이와 갈만한 곳을 찾다보니 이런 곳들이 자꾸 눈에 들어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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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 보내는 휴가... 완전 짱이죠. ^^

나하님은 책을 좋아하시니 이 글도 다른분들과는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네요. 즐거운 한 주 되세요!

와우~ 정말 멋진곳이네요~

제가 사는곳에도 이런곳이 생기면 좋을텐데...

부러울 따름입니다.

이 정도는 아니라도, 북까페니 어린이도서관이니 하는 것들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아서.. 언젠가는 전국 어디서나 이런 컨셉의 공간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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