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지아와 꽃과 함께 날아온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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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한 다발이라 하기엔 작고 한 줌이라고 하기엔 조금 큰 꽃을 한 묶음 샀다. 그게 꽃의 형상을 갖추며 예전에 봤던 꼬마전구나 장난감 방울같던 덩어리들이 망울망울 피어나는데까지 이틀이 걸렸다. 새벽의 알람이 울리는 폰을 손에 쥐고 거실로 나오니 그 노란 덩어리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게, 기분이 괜찮았다.

오늘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비누냄새 비슷한 저 꽃 향기가 거실을 가득 채우고 있겠구나 생각하며 출근했고, 아내는 다소 들뜬 마음으로 오늘 애 데리고 영유아 검진 다녀온다며 아침인사를 대신했다. 아내의 표정에서 주말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숨을 돌리고 있던 시간에 아내의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왠지 떨리는 게 조금 불안했지만 앞선 영유아 검진에서도 키가 좀 작다거나 머리가 좀 크다거나 언어발달이 좀 빠르다거나, 심각하지 않을 정도로 좋거나 나쁜 일들이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들으려 했지만 이번 내용은 그럴 수가 없었다.

여보, 애가 근시에 난시가 심하대. 시력이 0.3 정도라고 하네. 이 시기에는 적어도... 유치원생, 아직 신체기관들이 발달하고 있는 나이라 너무 걱정하실 건 아니고 어쩌고 찬찬히 설명했을 의사의 멘트를 그대로 믿고 읊는 느낌이었지만 귀에 잘 들어오지는 않았다. 아, 길에서 한 번씩 유치원생이나 초등 저학년들이 두꺼운 안경을 끼고 다니는 모습을 보며 아이고 벌써 안경을 껴서 앞으로 우짤라카노 하던 남의 일로 넘겼던 생각의 화살이 나를 향하게 되었구나.

안경을 맞춰 아이 얼굴에 씌우고 안과를 걸어나오면서, 봄날 같지 않은 봄날의 기분에 입이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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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집안 난시 유전으로 유치원다닐 때 부터 안경을 썼습니다. 괜찮습니다. 눈 나쁜 거 정도는 요새 큰 문제도 아니죠. 아이에게는 아무리 가벼운 안경도 무거울 수 있으니 콧대는 가끔 신경써주세요~

감사합니다. 저도 초등 저학년때부터 안경을 착용했었던터라 제 경우도 유전이긴 한데, 이런 불편함을 물려줘서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조언 감사합니다^^

부모로서 그런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지요. 안좋은 건 안물려주고 싶은데...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ㅠㅠ

예, 댓글이 힘이 됩니다. 앞으로 눈 관리 잘해줘야죠. 즐거운 한 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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