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꿈꾸고 평범하게 일궈온

in #kr-pen4 years ago

코인을 시작하며 화려하게 꿈꿔왔던 시절이 있었다.
적게 일하고 많은 것들을 얻고 싶었다.

그 감정은 실로 열정이라 생각했고, 나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이라 믿었다. 20대의 끝자락은 그렇게 헛된 열망과 함께 지나갔다.

제법 똘똘하다고 생각했던 나 역시, 남들과 단 한치도 다르지 않았다. 더 큰 욕심을 부리려다 결국은 으스러졌다.

오히려 바닥을 보고나니 비로소 내가 해야할 일들을 깨달았다.
디지털노마드를 꿈꿨고, 사회에 종속되지 않고 온전히 살아내기를 원했었다.

작년부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인터넷으로 내 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어릴 적 장식처럼 꽂혀있던 모든 동화책들을 읽어냈다. 이야기 속에서 꿈꿨던 어린 시절은 퍽 낭만적이었다고 포장해보고 싶다.

나이가 들면서 몸에 털이 나기 시작하고, 그것이 왠지 부끄러워 모두 밀어버린 적이 있다. 더 이상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고, 꿈꾸며 살아가고 싶었다. 어쩌면 피터팬이 될 수 있을거라 믿었을지도 모른다.

이야기 속에서 꿈꾸던 소년은 어느덧 훌쩍 커버렸다. 어쩌면 여전히 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참 재밌게 스팀잇을 하고난 후에, 알고 있던 지인분께서 소설을 써보라고 권유를 하셨다. 소설이라는 무게는 결코 작지 않다는 걸 알았기에 망설였다.

내가 좋아했던 동화책들이, 조금 발전된 판타지라는 이름들이. 사장되었고 잊혀졌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뒤쳐져있던 건 나였고, 스마트폰과 함께 장르문학은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바닥도, 천장도 없는 수익. 이리저리 눈 돌리기 좋아하고, 망상하기 좋아하는 나는 떠올려보면 항상 꾸준히 해온 것들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는 의지박약아다.

그런 내게 소설을 쓰는 행위는 어쩌면 꽤나 좋아하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벌써 500일 넘도록 꾸준히 지속해오고 있는 걸 보면. 혼자서 꿈꾸던 망상을 누군가는 즐겁게 댓가를 지불하고 따라와 준다. 어쩌면 지금의 어른들도 한 조각 판타지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팍팍한 현실에 적응하며 살아가지만 찰나의 순간이라도 현실을 잊고싶은 건 아닐까.

나는 오늘도 날이 새도록 글을 쓴다. 그저 묵묵히 매일매일 글을 쓰는 행위를 반복한다. 낭만적인 일은 아니지만, 고통과 고민 속에 뱉어낸 글들을, 사람들은 즐거워하며 읽는다. 글을 쓰는 행위가 즐거운걸까.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위하는 것이 즐거운걸까.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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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씨엔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우와 ㅋㅋ 반갑습니다! (시안..속닥)
간만에 감성적인 글을 보고 떠오르는 곳이 여기라서 찾아왔습니다. 제 일기장 .. : )

앗 오랜만입니다!

ㅠㅠ 어떻게 알아보고 오셨군요.
새벽감성에 살짝 들렸습니다 : ) 부질없는 열심히 오겠단 약속은 못해도
종종 오겠습니다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 ) 떠난듯 안떠난듯 오게되네요 ㅠㅠ

<글을 쓰는 행위가 즐거운걸까.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위하는 것이 즐거운걸까. 알 수 없다.>

이 말씀이 참 와닿네요....!!!!!

스승님..! 오랜만입니다 : )
글을 쓰다보니 사색하고 싶은 방이 필요해서 도망왔습니다...!

맞습니다!! 여기가 사색하기에 딱입니다!!ㅎㅎ

어둠의 수제자님이 더 성숙해져서 오신 것 같아 반갑고 기쁜 마음으로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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