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덕을 본 들국화

in #kr-newbie6 years ago

나비 덕을 본 들국화
오늘은 일찍 일어나 앞밭의 풀을 뽑기로 하였다.
앞밭은 별도로 농작물을 기르는 곳이 아닌, 그냥 풀만이 자라서 닭들의 놀이터로 쓰이는 곳이다.
군데군데 몇 그루의 감나무와 매실나무, 대추나무, 포도나무, 배롱나무, 석류나무, 살구나무, 복숭아나무~~~ 그러고 보니 우리 집 과수원인 것 같다.
새를 기르기 위해서 이 시골로 이사를 와 터를 정지하고 울타리주위에 벚나무를 심었더니, 자기들 논에 그늘이 진다며 텃새를 해서 결국은 130여 평의 논을 구입해서 밭으로 만들었던 곳이다.
막상 구입은 하고 성토를 하여 밭으로 만들었지만, 그 조각 논이 애물단지였던 논 주인은 시원했겠지만 나는 아무 쓸모도 없는 논을 구입하여 무엇으로 써야할지 궁리가 나지를 않았다.
처음 구입했던 집도 대지가 400여 평이니 그곳은 정리를 하여 새를 기르는 조사도 짓고 비닐하우스도 만들었지만, 공사가 다 끝나고 나서 경계에 나무를 심으니 텃새를 해대니...
결국은 부지가 500여 평이 넘어버리는 결과가 되었다.
새를 기르니 제초제 한번 사용하지를 않고 일일이 풀을 뽑았고, 더구나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걸 핑계로 초원에서도 사는데 이정도면 충분하다면서 나의 없는 노동력을 숨겨가며 살았다.
그래서 제초용으로 닭도 기르고 오리도 기르며, 풀 속에서 자유스럽게 살게 하였다.
그랬더니 풀들이 자라 키가 크니, 풀 속에서 족제비도 놀고, 고양이도 자고 가고, 뱀도 돌아다니고~~
그래서 어린 병아리들이 수난을 많이 당했었다.
결국은 예초기를 장만하여 조카가 두어 번씩 제초를 하였지만...
항상 도움을 청하기도 그래서 손으로 조금씩 뽑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다 시내에 살던 혼자된 누나가 우리 집으로 합산을 하게 되었지만, 시골의 이런 생활에 적응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정서적으로 어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최소한의 면적에, 최소한의 제초제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작년부터이다.
이제 새 기르는 것도 접었고, 오리 기르는 것도 접었고, 닭들만 자유스럽게 돌아다니고... 요즘은 앞마당 우거진 느티나무에서 까치새끼의 먹이 조르는 소리를, 카나리아 키우듯 재미삼아 듣는 것을 낙으로 한다.
시골에 사는 재미는 풀도 있고, 물도 있고, 생명들도 살아 움직이고, 하루 종일 자연의 소리들과 어우러져 사는 맛이 최고인 것이다.
아침에 일찍 눈을 뜨면 청아한 닭 우는 소리를 시작으로, 아침까치 소리를 문안인사삼고.. 요즘 같은 계절에는 뻐꾸기소리가 한낮을 졸리게 하고, 모내기가 한창이라 물 잡아 놓은 논에서는 밤새도록 개구리 우는 소리가 자장가이다.
아마 도시사람들은 개구리소리 때문에 취침방해가 되니 개구리 잡아 없애달라고 데모를 하겠지만, 유난히 개구리소리가 크게 들리는 밤이면 “오늘 밤에 비가 오겠구나!” 하고 비 단속을 하고 개구리소리를 세면서 잠을 단다.
개구리소리를 세다보면, 어느새 아침까치 소리다.
개구리가 없는 계절에는 밤 부엉이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우리처럼 도시근교의 시골이 이러하니 깊은 산골생활은 오죽이나 멋지랴?
하지만 멋은 느끼는 사람의 자기만족일 뿐이니,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고역일 것이다.
보기 싫다고 워낙 성화인지라, 마당모퉁이에 있는 풀들은 저번 주에 뽑고 오늘은 우리 집 과수원의 풀을 뽑기로 하였다.
안에는 작년에 몇 그루만 보이던 하얀 들국화가 홀씨를 날려 지천이고, 들국화와 비슷한 개
망초들이 한가득 이었다.
이 애들은 번식력들이 강하여 그대로 두면 온 마당을 가득 덮어버릴 기세여서 뽑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른 들국화는 벌써 작은 꽃들을 피우고 있어서 뽑아 버리려니 너무 미안했다.
망설이는데~~
요즘 시골에서도 보기가 그리 쉽지 않은 나비들이, 오늘은 웬일인지 대여섯 마리가 한꺼번에 꽃을 찾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더구나 오랜만이라 차마 뽑기가 그래서 망설이는데 저쪽에서 누나는 성화다.
“왜, 뽑아버리지 뭐가 아쉬워서 그러냐?”고~~
오랜만에 나비 떼를 보는데..
올해는 아카시아가 작년 겨울의 냉해와, 때 이른 많은 봄비 때문에 꽃을 피우지 못했다.
예전 같으면, 온 산이 하얀 아카시아의 꽃으로 뒤 덥히고 그 향이 온 산을 휘저었을 텐데, 올해는 아카시아가 피지를 않아 양봉을 하는 사람들은 꿀을 예전의 십분의 일도 수확하지 못했고 오히려 벌들이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고 있는 상황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벌들도 그 수효가 많이 줄었다고들 하며..
그러고 보면 우리 집 과일나무들도 꽃이 핀 것들이 거의 없다.
이른 봄철 일찍 피는 매실과 복숭아는 열매들이 달리기는 했지만 예전에 비하면 아주 적은 양이며, 포도와 감은 아예 보기가 어려울 정도이고, 사과도 예전 같으면 적과를 해야 하는 시기 이지만 몇 개가 달려 있지를 않아 그냥 자연적으로 적과가 되었다.
이렇게 과일나무 꽃들도 피지를 않고 아카시아 꽃도 없으니, 벌은 설탕을 넣어주지 않으면 모두 아사하게 될 지경이다.
그런데 전에는 한꺼번에 집단으로 다니는 것을 보기 어렵던 나비들이 떼로 날아다니니 이것이 자연의 섭리인지, 아니면 무슨 이상인지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그렇게 망연히 넋을 잃고 나비를 보고 있노라니,
누나도 하는 말이 “오늘은 이상하게 나비들이 많이 날아다니네!” 한다.
그래서 이 기회를 타서
“들국화 다 뽑아버리면 나비가 갈데없으니까 대충만 뽑고 남겨두자.” 라고 했더니.... 군데군데만 뽑고 남겨두란다.
그 대신 내년에는 홀씨가 떨어져서 많이 나면 제초제를 뿌려버리겠단다.
그것은 내년이니 그때 일이고, 오늘은 나비 덕에 들국화를 살렸다.
올 가을에는 하얀 맑은 들국화를 볼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아마 누나는 내 속셈을 알아채지 못했을 거다. ㅎㅎㅎ
“나비야, 고맙다. 너는 맘껏 날아다녀라!”~~
나비를 보았더니 곰보배추 작은 보라 빛 꽃에 더듬이를 대고 있었다.
이것이 시골에 사는 맛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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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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