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현실 속의 지식인 (지 식式인人:)

미술 작품이든 음악 작품이든 그 작(곡)가의 의도를 정확히 알고 같은 시선에서 그것을 느끼고 즐기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좋은 일이다.

'창조'의 영역인 '미술' 또는 '작곡'과는 달리 "연주자"에게 있어서의 '음악 작품'은, 작곡가가 살고 있던 좌표와 시간대가 당시 어떤 상황 속에서 흘러가고 있었고, 그런 세상 속에서 작가 자신은 어떤 입장이나 위치에서 어떤 생각을 지닌 채 어떻게 살고 있었으며, 어쩌다가 그리고 무엇을 위해 그 작품을 시작했으며, 과정 중에서 크게 별다른 변화 없이 작품을 완성한 건지 아니면 진행 과정 중 어떤 일신상의 변화나 그로 인한 감정의 변화 등에 의해 처음 의도와 다른 마무리로 곡의 흐름이 달리 이어졌는지... 등등에 대해 최대한 구체적으로 알고 난 후 작품에 접근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책상 앞에서 그런 시간을 아주 충분히 가진 연주자와, 그렇지 않고 악기부터 들고 악보를 읽기 시작하는 습관이 든 연주자의 차이는.. 뭐,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뜻이 규정되어 있는 인간 특히 어른들의 언어도 좌표나 시대, 문화 등에 따라 그 내포된 의미와 상징 그리고 뉘앙스nuisance 등의 차이로 인해 귀에 들리는 그대로 결코 쉽게 해석할 수가 없는 일인데, 하물며 "음악"에서의 - 사실상 아무리 깊게 연구를 한다 해도 알아내기 어려운 "천재" 작곡가들의 영감 깃든 심장과 뇌로 만들어낸 작품 속의 - 그 많은 음표들 하나하나, 쉼표 하나, 그리고 운율rhythm과 속도tempo의 무수한 변화, 선율melody의 섬세한 변화를 품은 호흡과 악구phrase들의 진행, 더 나아가 이야기story와 감정expression의 몰입과 기승전결로 치달아가는 에너지의 끊임없는 전달과 확장으로 승화되어야 할 어떤 한 작품의 마지막까지를, 작곡가를 만나본 적도 없는 그런 연주자들이 "그 의도대로 연주해낸다"는 것이 과연 얼마나 막연할 수 있고 어려운 일인지.

그럼에도
관객에게는, 청중에게는 그 엄청난 혜택인
"자유"가 주어진다.
내(지) 식대로, 내 감정대로 느끼고 그냥 즐기면 된다!

벅차다면 벅찬 또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빗소리, 천둥소리 그리고 번쩍이는 번개가
오히려 편안한 음악을 부르는 듯하다.

빗소리와 함께...

편안하고 자유롭게 즐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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