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그림이 아닌 그냥 글
캘리그래피 @dorothy.kim
작년 6월, 내가 스팀잇에 가입했을때 당시 나는 롱비치 주립대 마지막 학년인 학생이었고 전공은 무려 일러스트레이션이었다. 이 첫 문장이 많은것을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금융이나 블록체인같은것과는 별로 인연이 없는 인간이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예정이었다. 많은 미술하는 사람들이 그렇듯 나는 숫자에 많이 약하다. 거기에 금전 감각은 사실상 0에 가깝다. 그런데 스팀잇을 하며 블록체인, 투자에 대해 공부를 하다보니 이 세상에는 그림말고도 다른 세계가 있다는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닌텐도64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VR게임으로 넘어온 기분.
그런 와중 작년 11월 초, 나도 한번 코인에 투자라는걸 해봐야겠다!라는 결심이 생겼다. 내가 가지고 있는 스팀은 약 500SP였다. 5개월동안 열심히 글을 쓴 보상이었다. (당시에는 스팀 가격이 $0.7~$1이었기 때문에 글을 쓰면 스팀파워 보상이 스달 보상만큼 많이 나왔다.) 그걸 출금해서 투자를 할까 하다가 파워다운에 13주가 걸린다는걸 알게됐다. 그래서 일단 보류(...) 결국 내가 보유한 얼마 안되는 현금과 스달 보상을 합해서 비트코인을 샀고, 그걸로 알트코인을 구입했다. 달러로 약 $3000였다. (오랜 학생생활로 인해 매달 갚아야 할 이자가 있고 재산보다 빚이 많은 데에다가 미래도 불투명한 나에게 그런 선택은 상당히 큰 결심이 필요했다.) 스팀을 제외하고는 RDD, BTS, XLM, 0x, SLR 등등을 샀는데 그 기준이..
- RDD - 단가가 매우 저렴. $0.01 밖에 안함. 1센트가 올라도 두배! 개이득ㅋ
- BTS - 당시 아이돌 BTS에 심취해 있었음
- XLM - 스텔라 루멘 이라는 이름이 우주스럽고 예쁘다
- 0x - 코인 이름을 숫자로 시작하는 패기에 지림
- SLR - 카메라 관련코인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solar 의 약자였음(...)
큰 결심을 한것 치고는 종목 선정이 혼란스러운데 그건 그 당시에 내가 졸업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반미치광이가 되어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실 수익에 대한 기대보다는 일단 태어나서 처음 투자라는걸 해본다는데에 더 큰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거래소 인터페이스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해야할 정도로 나는 초보였다. 그러므로 수익이 나면 물론 좋지만, 혹시 잃더라도 공부를 위한 학비라 생각하며 후회하지 않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추천하는 BTC, BCC나 LTC, ADA, ETH, NEO, QTUM 같은 코인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으며 떡상할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최대한 듣보잡 코인들만 매수 한뒤, 매일 아침 저녁 물 떠놓고 기도하기를 한달.....
야심차게 시작한 코인 공부와 거래소 사용 익히기는 마침내 buy를 누르면 살수 있고 sell을 누르면 팔수 있다는 수준으로 올라왔다. (굉장힌 성과)
그리고 놀랍게도 1월 비트코인이 최고가를 찍었을땐 내 잔고는 $45000로 늘어나 있었다. 내리면 사고, 오르면 팔고를 계속 반복했더니 수익이 꽤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처음엔 공부삼아 해보려던게 진심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다들 알다시피 최고점을 찍은 직후 비트는 개떡락을 했고 2월 중 어느날 남은 알트코인을 싹 긁어모아서 잔고를 계산해봤더니 정신이 아찔해졌다. 아...12월에 팔걸....
(어느새 "이건 공부^^ 연습경기 ^^ 손해봐도 괜찮아~~" 라고 먹었던 마음은 이미 우주로 날아간지 오래였다.)큰돈을 벌었다고 생각했는데 한번 만져보지도 못하고 사라져버렸다는 생각에.. 하지만 후회해봤자 소용없었다. 고점대비 7 토막난 잔고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했지만 그래도 나 치고는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하는데 평단 $1.70에 매수한 스팀 덕분이었다. 가진 모든 알트를 다 팔고 그냥 약 $3 구간에서 횡보하는 스팀에 몰빵했다. 그 뒤로도 스팀 가격은 열심히 바닥을 향해갔고 평단은 높아졌지만 잡코인에 물려있을때보다 마음은 편했다. 그리고 최근은 스팀과 스달이 올라서 다시 꽤 회복이 됐다.
나도 알고 있다. 내가 처음에 수익을 얻은건 순전히 운 좋게 비트코인이 폭등하기 직전에 장에 들어왔기 때문이란걸. 게다가 나는 투자에 대한 이해도 펀더멘탈도 없이 그냥 이 판에 무작정 기어들어와서 오르면 오르는대로, 폭락하면 폭락하는대로 처 맞은거밖에는 달리 한 일이 없다. 그러다보니 2~3월은 정말 너무 버티기가 힘들었고 다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 수십번이었다. 매일 @granturismo 님과 @musicholic 님의 글을 읽고 또 복습하며 멘탈 강화 수련을 해야했던것이다.
하지만 난 지난 몇달간 수익이나 손해같은 물질적인게 아닌 정신적으로 더 많은걸 배웠고 그거야 말로 정말 가격을 매길수 없는 재산이 되었다.
- 디자인이 (로고, 인포그래픽, 웹사이트 UX/UI등등) 거지같은 코인을 조심하자.
- 자기 객관화를 하자. 합리화하지 말자.
- 귀찮다고 냅두지 말고 수익이 나면 팔자
- 분석은 하되 후회하지 말자.
- 뭔가 이상한것 같으면 그건 이상한게 맞다.
- 나를 믿지 말자
- 내가 합리적인 평가를 할거란 생각을 버리자.
- 내 멘탈은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더 쓰레기다.
- 내가 병신이라는걸 인정하자.
지금껏 몰랐던 사실을 배우며 난 한단계 성장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냥 기분일 뿐이겠지만
"돈주고도 사지 못할 값진 경험" 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건 "돈을 줘야만 배울수 있는 쓰라린 경험" 이라고 표현해야할것 같다.
재밌는 사실은 그 이후 내 삶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나는 예전보다 좀더 열심히 그림을 그리며 더 진지하게 삶을 대하고 있다. 지하철 노숙자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될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드디어 사람이 된건가? 그리고 좀처럼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7토막난 잔고를 직접 목격하고 난 후부터 이렇게 된거 같은데... 잔고가 어느 정도 회복된 뒤에도 계속 비슷한 상태다. 물질적 욕망이 많이 사라진 기분이다.
이게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마무리로 우리집 고나온씨의 10년전 사진
근데 UX/UI는 steemit도...
저도 쓰면서 이거 스팀인데? 하고 흠칫했습니다.
가슴아픈, 그래도 얻어갈것이 많은 당케님의 히스토리에 눈물을 머금고...
머리가 띵합니다 ㅋㅋㅋ
눈물로 배운 값진 깨달음입니다ㅠ
3000불이 45000불... ('ㅡ') ㅎㅎㅎ 그림이없어도(골반이없어도) 재밌네요 ㅎㅎㅎ
그때는 저같은 사람도 10배가 가능했었죠. 결국 뚝배기가 깨졌지만요!!
오..캐롯켁님 고냥이 10년전에 귀여웠네염~ 집사셨군용+_+ㅋㅋ(어디서 냥이의 냄새가..킁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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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때는 쬐그맸는데 지금은 거대 어른냥이 됐습니다 ㅋㅋ 제 눈에는 아직도 애기냥냥이ㅎㅎ
ㅋㅋ거대 어른냥...어..어르신이 되었군요!
와 완전 저 보는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참님도 저와 같은 경험을 하셨었군요 ㅠㅠ크흡...
역시 존버에는 스팀이..ㅋ
혼자 잡코인 붙잡고 시나리오 열심히 쓰느라 이오스를 사지 않았던 제 자신이.. 정말 하하하하
오오~저는 아직 코인에 대해서는 아는게 거의 없어서 이렇게 투자하시는 거 보면 멋지신 것 같아요:)ㅋㅋ
투자라고 부르긴 부끄러운 액수지만 수익이 나면 고나온씨 사료를 더 좋은걸로 살수 있어서 좋습니다.
저도 나중에 한번 시도해보고 싶어요:> 코인이 좀 떨어지면 도전해볼려구요!
저도 매서운 1~3월을 견디고 수혈을 해서 원상회복은 했습니다.
이제는 날개를 한번 달아보려고 합니다. 행복하세요.
올해도 거의 반이 되어가는데 남은 절반은 날개 달고 훨훨 날수있기를 바랍니다.
행복회로님이 이 글을 싫어합니다.ㅋㅋㅋ
잔고가 줄어도 늘어도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그런가보다~하게 되더라구요. 저는 게임하듯이 명성도 올리고 스팀파워 모으고 있어요 :D
행복회로 돌리는게 정말 위험합니다. 불행회로를 돌려야 해요.
@tipu send 0.1 tip
팁 감사합니다 :)
좋은기능은 자주 써먹으라구 배워서염 ㅋㅋ 남발하구 있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