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엔지니어의 하루] 이 상황은 훈련 상황이 아닌 실제 상황입니다. (171129)
2017년 11월 29일
저는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하고 군대에 입대 하였습니다.
논산 훈련소 교육을 마치고 경기도에 있는 야전 수송 교육대에서 교육을 받고 있었던 때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 날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정해진 교육에 따라 강당에서 오전 학과 교육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교육을 해도 정신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왜냐 하면 모레는 일요일이라 가족들 면회 오신다는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는 상태였으니까요.
그 상황에서 갑자기 방송에서 사이렌이 울리고 '“이 상황은 실제 상황 입니다. 전 장병은 지금 즉시 군장을 꾸려서 연병장에 집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립니다. 이 상황은 실제 상황입니다.”
계속적으로 몇 번이나 방송의 멘트가 이어질수록 교육을 시키던 교관도 우리도 말을 잃은 채 점점 더 표정이 굳어져 갔습니다.
“뭐하는 거야! 빨리 튀엇” 하는 소리에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서로 간에 대화할 겨를도 없이 우르르 내무반까지 가는 그 짧은 시간에 머릿속에서는 생과 사를 오가는 온갖 생각을 다하며 온 힘을 다하여 달렸습니다.
‘군입대 하자마자 전쟁 나서 6.25때 삼촌이 이 지역에서 돌아가셨던 여기서 내가 죽는 구나.’
가족들 친구들 모든 아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순간적으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군요.
군장을 꾸리면서도 내내 그 생각 뿐 어떤 대화도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드디어 연병장에 집결하여 인원 점검이 끝날 무렵 어디에선가 교육대장님이 나타나시더니 “이상 상황 종료” 하셨습니다.
순간적으로 온 전신의 힘이 쫙 빠져 나가더군요.
이 날이 바로 이웅평 북한 공군 상위가 미그19기를 몰고 귀순한 날이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가끔 마음이 해이해 지거나 무기력해질 때면 그 날의 긴박함과 긴장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곤 한답니다. ^^
아래 사진은 어릴 적 멱 감고 놀이를 하던 추억이 깃든 시골집의 풍경입니다. 제 글이 너무 지루할까봐 함께 게재합니다.
그날 큰 일이 없었고, 거기서 전사하지 않으셔서 우리 이렇게 일상을 나누는 것이네요.
어제 오늘 또 북한의 정세가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데... 부디 모두 안녕하기를!
다시 듣고 싶지 않은 방송 입니다^^
우리의 휴전 중인 나라임을 새삼 느끼네요...
지금 같은 시대에요ㅜㅜ
''이 상황은 실제 상황 입니다''라는
방송을 앞으로는 듣는일이 없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