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SIK / 불식칼럼 #001 난제난민. 그러나 초딩처럼은

in #kr6 years ago (edited)

말레이시아 발 예멘 난민문제로 한국이 떠들석한다. 어떤이들은 그들이 우리의 삶의 터전을 빼앗을거라 걱정하고, 어떤 이들은 직업을 빼앗을거라 말한다. 또 어떤 이들은 그들이 수많은 범죄를 저지르고 또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악의적인 외세침략의 경험을 민족주의나 국수주의와 같은 방식으로 치유하려는 뜨거운 가슴을 가진 이들이라면 일견 이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적극적인 글로벌 경험을 가진 이들, ‘민족주의’를’국뽕’이란 야유섞인 단어로 표현할 줄 아는 차가운 이성의 진보적 사람들이 그런 걱정을 하니 참 아이러니 하다. 그들이 우리와 어떻게 다르기에 이 땅에 살았던 이들을 몰아내고, 직업을 빼앗으며, 또 얼마나 악랄하기에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르고, 심지어 그럴 가능성까지 염려하는가.

지식과 정보란 더이상 생존수단이 아니다. 지식과 정보란 이제 역할의 수단이며 소통의 수단이고, 창조의 수단이다. 그리고 역할, 소통, 창조란 바로 사회속에서 일어난다. 전에 없이 그 어떤 선진국 - 이라고 불리는 -형 국가들에서도 볼 수 없는 높은 전문교육 수준에 있는 우리들의 실질적 판단능력은 대개의 아이들과 헤어스타일이 다르거나 피부빛이 다른, 대개의 아이들보다 상대적으로 키가 좀 작거나, 좀 뚱뚱하거나... 뭐 이런 등등의 이유로 한 아이를 왕따시키는 초딩수준이다.

물론 초딩들에게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쟤는 부모가 없다거나 이혼을 했다거나, 재혼을 했다거나 - 요새 초딩들은 여기에 자기 집의 자동차와 아파트의 수준이란 기준을 하나 더 얹어서 이야기한다. 뭐 물론 소문은 소문이고, 대부분이 근거없는 경우도 많지만. 이것이 진실이든 아니든간에 중요한 것은 부모의 여부, 삶의 수준의 여부 등 자기자신한테나 해당되는 이런 나름의 이유가 다른 누구에게 무슨 의미가 있고, 의미가 있다한들 그게 왕따의 이유가 될 수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인 야사적인 많은 초딩들에게는 그런 정보들이 초등사회에서 여전히 중요하다.

초딩들은 그래도 괜찮다. 초딩이 초딩처럼 행동하는게 무슨 문제겠는가. 중요한 건, 그로부터 10년이 넘도록 우수하고 교등한 교육을 받고, 나이도 초딩의 2배 3배가 되었지만, 판단 능력이 여전히 초딩수준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게 문제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고 산 세월도 이제 20년이 넘어간다. 수없이 많은 범죄사건에 수없이 노출되어도 신창원이나 유병언쯤 되지 않으면 우리는 피해자의, 가해자의 얼굴이나 이름도 모른다. 친척이나 친구가 범죄에 당하거나 혹은 범죄를 저질러도, 우리는 선뜻나서서 가해자를 지목하거나, 피해자를 돕지 않는다. 내가 노출되고, 피해를 보기 싫고 두렵기 때문이다. 또한 번거롭고 귀찮기 때문이다.

난민이 들어온다니, 낯선 그들이 반가운 손님은 당연히 아니다. 그런데 대체 얼마나 많은 땅을 갖고 있기에 그들이 내 땅을 빼앗을까 걱정하고, 얼마나 무능하기에 내가 할 직업을 빼앗기며, 또, 얼마나 이웃과 내국인 범죄에 관심이 있었다고 이방인 타령인가. 철저하게 개인의 이해관계를 중시하며 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정작 국가를 구성하는 이웃 하나하나의 일에 무관심하면서도 무형국가의 안보를 이야기하고 그들이 이방인이란 이유로 온갖 기준을 덕지덕지 붙여 무조건 배척하고 혐오하는 국뽕초딩들은 대체 무엇인가.

난민을 수용하자거나 막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이 제주도에 왔다면, 한국의 법에 따라 어디까지 수용할 것이고 막을 것이며 또 그 과정을 어떻게 처리해갈 것인지 우리가 가진 정보와 지식 수준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문제가 법을 앞서가면, 기준을 새로 만들어서 적용시키면 되고, 문제가 생기면 그 때 가서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물론 난민문제는 난제이다. 사실 높은 수준의 한국난민법을, 국민정서가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범죄에 대해 그 가능성으로 사람을 범죄자로 단정짓는 것은 불법이다. 우리들이 이방인이란 이유로 부정적이면서도 원론적이고 추측성 기준을 잔뜩 붙여서 그들을 두려움의 대상과 범죄자로 취급해선 안된다. 글로벌에 ‘이방인’이란 말 자체도 불편하지만.

이건 좋은 것, 저건 나쁜 것, 다른 것은 위험한 것, 그렇게 왕따시키고 도태시키며 수없이 많은 적과 동지를 단순하게 구분짓는 식의 초딩짓은 딱, 초딩때까지만 하는걸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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